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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의 대중화 실패와 농구대잔치세대 팬의 승계 실패에 관하여

Fulton 2010. 5. 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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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의 인기가 식은 것은 아쉽기만 하다. 농구대잔치(지금도 물론 존속하지만) 시절에 그 엄청났던 인기를 바탕으로 출범한 KBL이 프로야구나 K리그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면 농구팬으로서 많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히려 농구 수준이나 작전 모든 면에서 KBL이 농구대잔치보다 업그레이드 된 것은 사실이지만 흥행은 오히려 더 준 것을 볼 때 많은 면에서 생각을 하게 하였다.

많은 원인이 제시되고 있다. 외국인선수가 높은 수준의 게임을 보여주면서 경기의 질을 높였지만 동시에 국내 선수들을 롤플레이어(솔직히 말하면 쩌리)로 전락시킨 것, 다른 종목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국제 경쟁력(하아.. 국가대표), KBL의 운영 미숙, 농구대잔치 세대의 노쇠화, 선수들의 프로의식 부재등이 언급 된다. 근데 오늘 갑자기 예전의 농구대잔치 영상을 보다 가설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여태까지 제시된 요인들은 기본적으로 KBL의 흥행에 있어 암적 요소였지만, 동시에 밝은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였다. 외국인 선수가 도입되면서 KBL은 팀간의 평준화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플레이수준을 높였고, 동시에 국제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동의 수준이 증가한 것이고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많이 줄었으며, 일본과의 격차는 우리가 오히려 더 벌렸다. KBL이 운영미숙을 지적한다지만 KBL은 NBA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장기로 진행되는 프로리그이며, 외국인선수들이 연봉에 비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리그라는 점을 참조해볼 때 리그 수준이 낮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선수들이 프로의식 부재가 지적된다지만 이는 사실 예전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은 분명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KBL의 흥행력이 농구대잔치에 비해 크게 떨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난 거기서 지역 연고제 시행을 지적한다. 지역연고제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함을 많이 지적하지만 난 지역연고제 시행 자체를 지금 꼬집는 것이다. 과거 기아자동차, 연세대, 삼성전자, 고려대, 현대전자, 중앙대의 팬들이 폭발적이었던 이유는 전국의 팬들이 결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의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뛰는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농구를 하는 팀을 응원했고 선호했다. 이에 반해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같은 팀은 팬들에게 메이저팀들에 비하면 팬의 수가 많이 적었다. 물론 팬층이 두꺼운 팀이 얇은 팀보다 많았지만(6:4 정도) 팬의 편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거기에 팀에 대한 충성도를 가진 팬보다는 선수 팬이 더 많았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연고제로 선회한 것은 우선 팀팬층에게는 큰 타격이 되었다. 일단 기존에 팀들을 좋아하던 팀 팬 자체가 서서히 와해되어 갔다. 점점 농구에 대한 중계 시청률이나 편성률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연고제를 하면서 연고 지역에서 팀이 손실한 팬들을 유치하지 못했으며, 설령 유치하였다 하더라도 높은 충성도를 가진 팬들로 만들지 못했다. 사실 연고팬을 지속적이고 선험적인 충성도를 가진팬으로 만들기는 용이할 수 있지만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팀의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는 농구 뿐 아니라 야구와 축구에서도 분명 마찬가지이다. 지역연고팬들의 충성도를 증가시키기에는 KBL의 팀들은 많이 미숙하였고 거기에 잦은 연고이전까지 겹치면서 이는 더더욱 난관에 부딪혔다.1)

선수팬들에게도 지역연고제는 치명적이었다. 서울의 인구밀집도와 인프라를 생각해 볼 때 농구대잔치 시절의 농구팬들은 서울에 밀집해 있었고 선수팬들도 아니었다. 지방에도 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기존에 열광하던 선수들이 수도권을 벗어나 먼 지역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선수에게 충성도를 제공하기가 어려워 졌다. 멀어진 만큼 마음도 멀어지기 좋았고,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던 팬들은 점차 역시 그 충성도가 낮아졌고 와해되어 갔다. 결과론적으로 팀팬과 선수팬 모두 KBL이 농구대잔치 팬들을 승계해내지 못했고 기존에 높은 충성도를 가진 팬들은 점차 와해되어갔다.

KBL의 흥행이 실패한 충분조건은 농구대잔치 팬들을 승계해내지 못한 점에 있다. 기존의 프로야구가 실업야구와 고교야구 팬들을 흡수하였고, 새로운 팬들을 창출해냈으며, K리그는 실업축구의 팬들과 동시에 국가대표 팬들을 대다수는 아니지만 점차점차 조금씩이나마 흡수함과 동시에 연고의식을 확실히하면서 K리그의 팬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비해 KBL은 지역연고제의 Side-effect를 생각하지 못하고 지역연고제를 시행했으며 부정적인 효과를 제대로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방법론적으로는 두가지의 방법이 존재한다. 회귀론적인 방법론에 의하면 결국 다시 예전에 농구대잔치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이지 못하며, 동시에 한국 농구의 흥행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한국 농구의 경쟁력 강화 및 한국농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에 있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프로농구의 도입된 여러제도를 통해 한국 농구는 실제 경기력이나 경쟁력적으로는 많은 성장을 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이 다만 흥행성과 대중화적인 측면과는 거리가 먼 길이었으며 동시에 그 안에서 여러가지 부정적인 사건이 프로농구 출범의 부작용을 부각시킨 것이다.

변증법적인 방법론에 의하면 지역연고제를 도입했으면 무슨 방법을 쓰던지, 지역연고를 정착시키고 충성도 높은 팬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구단이 가장 큰 노력을 해야 하며 그다음으로는 KBL, 그리고 선수들이 고민을 해야한다. 훈련장은 수도권에 있고 지방으로 경기만 하러 오는 현재의 지역연고는 지역연고의 장점을 살릴 수 없는 치명적인 상황이며, 구단이 지역에 어필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단순히 경기장에 들어오는 관중수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팬 하나하나의 그 지역 팀의 팬으로서의 정체성을 입히는 데에 노력을 해야 한다. 런던 거주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을 ‘코크니 레드’라고 부른다. 이들은 팀의 연고지역도 아니지만 그 팀의 팬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에 지역연고가 다르지만 팬으로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열광할 수 있는 것이다. KBL도 흥행을 위해서 챔피언결정전을 잠실에서 개최하는 것은 더 이상 지양해야 한다. 물론 흥행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며, 수도권의 농구팬이 수적으로 많은 것도 인정하는 바이나, 장기적으로 지역연고제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는 손해를 보더라도 지방에서 챔피언 결정전을 모두 소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차라리 올스타전 같은 경기를 서울에서 계속 개최하더라도 챔피언 결정전만큼은 그 팀의 연고 지역에게 할당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분명 이득이다.

우선 내 논지의 전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프로스포츠에 있어 규모와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 연고’는 필연적이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둘째, 지역연고에서 파생되는 팬과 기존의 중앙집중적인 형태의 리그에서 파생되는 팬은 팬의 형성과정에서 중대한 매커니즘적인 차이를 가진다. 셋째, KBL은 농구대잔치 팬을 많은 부분 상실한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전제를 살펴 볼때 KBL의 흥행성 상실은 농구대잔치 팬 상실에 그 원인이 있으며 그에 대한 충분조건은 지역연고제 실시였다. 그러나 지역연고제 실시는 프로스포츠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며 농구대잔치 팬을 상실하더라도 앞으로 그 지역연고제의 정착을 통해 팬들을 흡수하고 KBL을 대중화시켜야 한다가 이 글의 논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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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인적으로는 프로스포츠팀들의 연고이전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도 아니고 어느 정도 이해하는 편이다. 하지만 연고이전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서 국내 스포츠 팀들이 그동안 많이 고민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프로야구의 경우에도 현대 유니콘즈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그러한 행태를 보였고 K리그 역시 여러 팀들이 그러하였다. KBL보다 역사가 더 깊고 마케팅도 더 좋은 두 프로스포츠가 그랬기에 KBL도 사실 그런 고민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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