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90 마리로랑생 전시를 다녀와서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처음 그녀의 그림을 마주했을 때, 정확히 어떤 감정이었는지 한참을 떠올려야 했다. 그곳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고, 르누아르가 있고, 세잔이 있다. 익숙한 이름들 사이에서, 처음 보는 화가의 그림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리 로랑생. 회색과 분홍, 그리고 옅은 파랑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화면은 주변의 인상주의자들과도 입체파의 거장들과도 다른 자기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처음에는 그저 "예쁜" 그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예쁘다'는 인상이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녀의 화면 속 여인들은 어딘가로 시선을 비껴나간 채, 보는 사람과 직접 마주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인상이 충분히 강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발걸음을 옮긴 .. 2026. 5. 3. 미학 우선의 정치 비판: 두 유형에 관한 고찰 정치적 판단의 숨겨진 기준정치적 입장을 선택할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가. 통상적인 대답은 정책의 정당성, 효과, 혹은 가치와의 합치 여부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즉, 정치적 선택이 실제로는 정책의 내용보다 그 입장을 취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의해 상당 부분 추동되는 현상에 관한 것이다.이러한 현상을 본고에서는 “정치의 미학화”라 부르고자 한다. 여기서 미학화란 정치적 판단의 기준이 윤리적·실용적 고려에서 심미적 고려로 이동하는 사태를 가리킨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정책이 옳은가” 혹은 “이 정책이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이 “이 정책을 지지하는 내가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으로 대체되는 현상이다.이 문제의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발터 벤야민은 1930년.. 2025. 12. 21. Nowadays I got my driver's license and bought a new car that I'm now driving around. Since I started late, it feels somewhat hectic, but it's something I need to do, so it's just a bit of a hassle. I'll simply do my best to become a safe and comfortable driver. 2025. 10. 27. 길핀의 패권전이이론과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 로버트 길핀의 패권전이이론은 국제정치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결정론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길핀은 패권국의 쇠퇴를 마치 자연법칙처럼 필연적인 과정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인간의 선택과 정책 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 실제로 역사는 창의적 리더십과 제도 혁신을 통해 쇠퇴를 늦추거나 역전시킨 사례들을 보여준다. 19세기 말 영국이 '팍스 브리타니카'를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이나, 냉전 종식 후 미국이 단극 체제를 30년 이상 유지한 것은 단순한 구조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의 패권 전이는 결코 예정된 운명이 아니며, 정책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경로를 걸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길핀이 경고한 '최악의.. 2025. 7. 8. 한국 정치 갈등의 본질: 이념 양극화가 아닌 정서적 양극화를 중심으로 서론: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지배적 시각과 그 한계"요즘 세상이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변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흔한 답변은 "이념 양극화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중도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언론은 연일 "좌우 대립 심화", "이념 갈등 격화"를 보도하고, 정치평론가들은 한국 사회가 양극단으로 찢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진단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우리는 거의 모든 정치적 갈등을 '이념' 프레임으로 해석하는 데 익숙해졌다. 젠더 갈등이 일어나면 "진보적 페미니즘 대 보수적 반페미니즘"으로,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면 "좌파적 규제 대 우파적 시장주의"로, 심지어 특정 연예인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조차 "진보냐 보수냐"로 구분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가 목.. 2025. 6. 13. 트럼프의 NATO 5% 요구: 동맹의 균열과 군사력 강화의 딜레마 2025년 6월 5일, 브뤼셀 NATO 국방장관 회의장.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던진 한 마디가 70년 역사의 대서양 동맹을 뒤흔들었다. "GDP의 5%를 국방비에 지출하라." 그의 자신만만한 표정과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는 주장은 회의장 안팎의 당혹감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충격과 혼란: 첫 반응들회의가 끝난 직후, 각국 국방장관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마치 시속 100km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200km로 가속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NATO 30개 회원국 중 GDP 대비 2% 이상을 국방비에 지출하는 나라는 11개국에 불과하다. 폴란드(3.9%), 에스토니아(3.4%), 미국(3.4%), 그리스(3.1%) 등 소수만이 3%를 넘는 상황.. 2025. 6. 5. 이전 1 2 3 4 ··· 49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