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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52

트럼프의 NATO 5% 요구: 동맹의 균열과 군사력 강화의 딜레마

2025년 6월 5일, 브뤼셀 NATO 국방장관 회의장.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던진 한 마디가 70년 역사의 대서양 동맹을 뒤흔들었다. "GDP의 5%를 국방비에 지출하라." 그의 자신만만한 표정과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는 주장은 회의장 안팎의 당혹감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충격과 혼란: 첫 반응들회의가 끝난 직후, 각국 국방장관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마치 시속 100km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200km로 가속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NATO 30개 회원국 중 GDP 대비 2% 이상을 국방비에 지출하는 나라는 11개국에 불과하다. 폴란드(3.9%), 에스토니아(3.4%), 미국(3.4%), 그리스(3.1%) 등 소수만이 3%를 넘는 상황..

트럼프의 관세 게임: 진짜 국가이익은 무엇인가

원래는 어디에 실렸어야 할 글이지만, 여기에만 남겨 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관세 정책 변동은 국제정치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34%의 관세를 부과하는 급진적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와 달러화까지 투매 현상이 발생했다. 놀란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며칠 만에 75개국에 대해 90일간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세율을 100%가 넘게 상향 조정하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급격한 정책 변동을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제기된다."과연 이런 관세 정책이 미국에게 실제로 이익이..

IR 학계의 '언어적 제국주의' 논쟁: 영어 지배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기존의 관점

IR 학계는 영어 위주로, 특히 미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에 있다. 나 역시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학문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나는 한국어나 일본어, 스페인어로 생산된 글을 보는 시간보다 영어로 생산된 글을 훨씬 더 많이 보고 있으며, 강의할 때도 영어로 된 교과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IR 학계의 영어 중심 현실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상황이 지식 생산과 전파에 있어 언어가 갖는 중요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IR 학문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영어로 된 자료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놓치고 있는 다양한 관점과 지식은 없는지 자문..

Realism은 Realpolitik와 동일한가? : John Bew의 "Realpolitik: A History"를 중심으로

국제정치학, 특히 Realism과 Realpolitik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과연 Realism은 정말로 'real'한가?"라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Realism이 그리는 세계가 오히려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현실과 괴리된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다시 말해, Realism이 ceteris paribus(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라는 가정 하에 너무 많은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John Bew의 "Realpolitik: A History"는 이 문제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Bew의 책은 Realpolitik의 기원부터 현대적 적용까지를 추적하면서, 이 개념이 어떻게 변화하고 해석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19..

자원은 그대로 국력이 되는가? : 국력에 대한 전략시뮬레이션적 접근의 문제

국력(national power)은 국제정치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한 국가가 대내외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총체적 능력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국력의 주요 구성 요소로는 영토, 인구, 천연자원 등의 물적 자원이 강조되어 왔다. 이러한 인식은 게임 세계에서도 반영되어, 많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자원 보유량을 국력과 직접 연계하는 단순화된 메커니즘을 채택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으로, 자원과 국력 간의 관계를 선형적(linear)으로 가정하는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자원이 그대로 국력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드물며, 자원이 실질적인 국가 역량으로 발현되기까지는 다층적인 정치·경제·사회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순한 자원의..

미국의 이스라엘 정착민 제재, 대신 선택된 '현실적 압박' : 경제제재는 왜 선택되는가?

https://www.theguardian.com/world/article/2024/may/12/could-new-us-sanctions-threaten-future-of-west-bank-settlements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극단주의 정착민과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 및 개인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한 정착민들을 처벌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세력을 견제하겠다는 취지입니다.흥미로운 점은 이번 제재가 이스라엘 정부나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정착촌과 관련된 특정 집단과 개인만을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 자체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보다는, 과격 정착민 세력을 '외과적'으로 응..

외교와 국제관계의 전통적인 틀은 바뀌고 있는가? : 언젠가 할 작업에 대한 시론

시간이 나면 해야겠다고 느끼는 작업 중 하나는 왜 기존의 많은 국제정치와 국제관계, 외교를 다루는 이론들이 실제의 정책현실에서 안맞기 시작했는지를 한번 다뤄보고 싶다. 물론 기존에도 국제관계이론과 외교정책 사이의 괴리가 없거나 미미했던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작동하던 질서나 관행마저도 무너져 가는 모습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기존의 많은 이론들이 기반한 전제 자체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많은 일들과 최근의 많은 국제정치 행위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기존의 전제가 무너졌을 때만 그나마 행위자적 합리성을 설명할 수 있는 현상들이 너무 많았다. 기존의 합리적 행위자가 이제와서 합리성을 상실했다는 행태 결정과정의 논리가 바뀌었다는 것보다, 합리성의 계산..

경제 제재에 대한 분석에 기반한 안내 : 기초편

1. 경제 제재는 무엇을 기대하게 하는가? - 상대의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 : 강압적 목적 1.1 경제 제재는 대체로 상대의 행태를 바꾸는가? - 제한적인 측면이 크다. 사실 효과성의 비교우위를 따진다면 그렇지는 않다 쪽에 가까운 결론 1.2 경제 제재가 상대의 행태를 바꾸는 게 제한적이라면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 - 상대의 행태가 더 악화되지 않기를 기대할 수 있다. 1.21. 경제 제재가 상대의 행태를 더 악화되지 않게 한다가 입증가능한가? - 사실 반증 가능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 이게 왜냐면 제재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 설정 자체가 힘듬. 여기에 이른바 비용과 편익계산까지 포함하면 객관성은 산으로 감. 1.3 경제 제재의 효능을 높이는 수단들이 있는가? - 존재한다. 꽤나 여러가..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비판은 무엇을 결여하고 있는가?

최근에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신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면서 느낀 건 내가 학교에서 배울 때 별로 언급되지 않은 키워드를 되게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쓰게 웃으면서 전 사실 그 주제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지금 사실 블로그에 옮기려 한다. 그 키워드는 바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이다. 문재인 정부와 참여정부를 전략적 모호성에 위치시키고 이것이 한국의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하는 것이 주요 논의라면 논의인데, 이런 생각을 최근 정책-정치 영역에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일종의 게임이론 틀을 하나 제시해서 볼 것이다. 사실 이런 논의의 문제 중 하나는 먼저 문재인 정부와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이..

전략문화를 어떻게 실증할 수 있는가? 그리고 여전히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 Tappe, Jonathan, and Fredrik Doeser. 2021. “A Machine Learning Approach to the Study of German Strategic Culture.” 논문 소개

개인적으로는 전략문화라는 개념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개념을 쓰고 있지만 이 개념의 실존성에 대해 ‘대충 그런게 있다.’를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한다. 전략문화가 담론 구조인지, 하나의 인식 체계인지, 더 나아가 세계관인지 조차가 불분명하고 어떤 차원에서 행태에 기반하는 지에 대한 설명 모두가 명확하지 않다. 그러한 차원에서 전략문화라는 것이 있다, 혹은 특정 국가의 전략문화란 이렇다는 주장에 대해 대부분 그 실재성에 대해 보완 및 실증적 차원의 규명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있으라 했더니,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있음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그것이 없을 때 설명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함을 늘 요구해왔다. 국제정치학자 중에서 가장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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