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53

길핀의 패권전이이론과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 로버트 길핀의 패권전이이론은 국제정치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결정론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길핀은 패권국의 쇠퇴를 마치 자연법칙처럼 필연적인 과정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인간의 선택과 정책 혁신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 실제로 역사는 창의적 리더십과 제도 혁신을 통해 쇠퇴를 늦추거나 역전시킨 사례들을 보여준다. 19세기 말 영국이 '팍스 브리타니카'를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이나, 냉전 종식 후 미국이 단극 체제를 30년 이상 유지한 것은 단순한 구조적 요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의 패권 전이는 결코 예정된 운명이 아니며, 정책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경로를 걸을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길핀이 경고한 '최악의.. 2025. 7. 8.
트럼프의 NATO 5% 요구: 동맹의 균열과 군사력 강화의 딜레마 2025년 6월 5일, 브뤼셀 NATO 국방장관 회의장.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던진 한 마디가 70년 역사의 대서양 동맹을 뒤흔들었다. "GDP의 5%를 국방비에 지출하라." 그의 자신만만한 표정과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는 주장은 회의장 안팎의 당혹감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충격과 혼란: 첫 반응들회의가 끝난 직후, 각국 국방장관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마치 시속 100km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200km로 가속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NATO 30개 회원국 중 GDP 대비 2% 이상을 국방비에 지출하는 나라는 11개국에 불과하다. 폴란드(3.9%), 에스토니아(3.4%), 미국(3.4%), 그리스(3.1%) 등 소수만이 3%를 넘는 상황.. 2025. 6. 5.
트럼프의 관세 게임: 진짜 국가이익은 무엇인가 원래는 어디에 실렸어야 할 글이지만, 여기에만 남겨 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관세 정책 변동은 국제정치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1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34%의 관세를 부과하는 급진적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와 달러화까지 투매 현상이 발생했다. 놀란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며칠 만에 75개국에 대해 90일간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세율을 100%가 넘게 상향 조정하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급격한 정책 변동을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제기된다."과연 이런 관세 정책이 미국에게 실제로 이익이.. 2025. 6. 2.
IR 학계의 '언어적 제국주의' 논쟁: 영어 지배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기존의 관점 IR 학계는 영어 위주로, 특히 미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에 있다. 나 역시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학문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나는 한국어나 일본어, 스페인어로 생산된 글을 보는 시간보다 영어로 생산된 글을 훨씬 더 많이 보고 있으며, 강의할 때도 영어로 된 교과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IR 학계의 영어 중심 현실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상황이 지식 생산과 전파에 있어 언어가 갖는 중요성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IR 학문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영어로 된 자료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고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놓치고 있는 다양한 관점과 지식은 없는지 자문.. 2024. 8. 19.
Realism은 Realpolitik와 동일한가? : John Bew의 "Realpolitik: A History"를 중심으로 국제정치학, 특히 Realism과 Realpolitik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과연 Realism은 정말로 'real'한가?"라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Realism이 그리는 세계가 오히려 지나치게 단순화되고, 현실과 괴리된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다시 말해, Realism이 ceteris paribus(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라는 가정 하에 너무 많은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John Bew의 "Realpolitik: A History"는 이 문제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Bew의 책은 Realpolitik의 기원부터 현대적 적용까지를 추적하면서, 이 개념이 어떻게 변화하고 해석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19.. 2024. 8. 15.
자원은 그대로 국력이 되는가? : 국력에 대한 전략시뮬레이션적 접근의 문제 국력(national power)은 국제정치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한 국가가 대내외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총체적 능력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국력의 주요 구성 요소로는 영토, 인구, 천연자원 등의 물적 자원이 강조되어 왔다. 이러한 인식은 게임 세계에서도 반영되어, 많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자원 보유량을 국력과 직접 연계하는 단순화된 메커니즘을 채택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으로, 자원과 국력 간의 관계를 선형적(linear)으로 가정하는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자원이 그대로 국력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드물며, 자원이 실질적인 국가 역량으로 발현되기까지는 다층적인 정치·경제·사회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순한 자원의.. 2024. 6. 17.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