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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에서는 카페라테에 적신 빵을 아침식사로 먹는다. 그리고 점심 식사 전에 브루스케타 한 조각으로 배고픔을 달랜다. 이 브루스케타는 올리브오일을 뿌려 미지근하게 구운 바삭바삭한 빵조각에 토마토, 간, 올리브 열매, 잘게 썬 닭의 모래주머니, 곱창 등 맛있는 재료들을 얹어 먹는다. 이 재료들을 얹지 않고 브루스케타나 빵위에 아로마 오일만 바르는 것은 파눈토, 또는 페툰타라 부른다.
옐레나 코스튜코비치, 김희정 역(2010),『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이야기를 좋아할까?』(서울:랜덤하우스코리아), p.285
이탈리아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면 바에 가야한다.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관강객들은 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이곳 바에서 보게 된다. 지독할만큼 소량으로 때우고 마는 이탈리아인의 아침식사는 사실 '식사 시간'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처음으로 이탈리아식 아침 식사를 하는 외국인은 어쩌면 문화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의 첫날 아침, 식사를 하고자 밖으로 나온 외국인은 위가 텅 빈 상태에서 근처의 바로 안내된다. 종업원은 그에게 앉을 만한 자리를 주지도 않고, 아주 작은 브리오슈 하나를 곁들인 새카만 커피 한 모금을 삼키게 한다. 이로써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 문화적 충격은 오히려 집주인이 받을 수도 있다. "아침 식사로 뭘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외국인 손님은 더듬거리며 대답한다. "간단히 먹을 게요. 이를 테면 치즈 같은 거요." 치즈!!! 이탈리아에서 치즈는 점식식사에의 세콘도 피아토에서나 저녁 식사의 마지막에 먹는 것이다.
신문을 넘기며 진열대 앞에 서서 먹어야 하는, 이탈리아의 아침 식사에서 이 외국인 손님이 구원받을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 배고픈 손님에게는 분명 구언이다. 그는 카푸치노를 당당히 주문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누구나 자리에서 바로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그러나 이 행복한 아침이 지나고 나면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일은 순진한 외국인이나 하는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이 된다.
옐레나 코스튜코비치, 김희정 역(2010),『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이야기를 좋아할까?』(서울:랜덤하우스코리아), p.479
이탈리아에서의 아침식사의 관념은 한국에서처럼 속을 푸는 개념이 아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위를 조금 편안하게 해주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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