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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Politics of Identitiy

'물 먹은 한국과 미국'-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짧은 소고

Fulton 2014. 1. 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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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이 상황에서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을 살펴보기 전에 최근의 한--일 관계를 한번 짚어보고 넘어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한국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내세운다. 이는 미국을 포함하여 동북아 국가들이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테러 대응 등 연성이슈에서 시작해 대화와 협력으로 신뢰를 확보한 뒤 점차 다른 분야로 협력의 범위를 넓히려 하는 동북아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외교를 중시할 것임을 박근혜정부는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일본과의 역사갈등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시사했으며,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역사문제의 내적교류를 통하여 다른 경성이슈까지의 확대를 내세우고 있었다. 이는 역사 문제는 목적이 아니라 다른 협력의 전제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과 결부하여 아시아로의 회귀를 강조하고 있었고, 이에 기존의 지역 내의 동맹국가들과의 관계와 공조에도 강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확대를 용인해주는 동시에, 한국에도 한국의 불안과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 미국은 공감하고 있지만 미일동맹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한 미국 대사의 언급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국내적 지지율 안정과 더불어 미국이 일본의 안보자율성의 증진을 요구하면서 대내적 대외적으로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다만 한국과의 협력은 역사 문제 등을 이유로 점차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이에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는 점차 언급을 회피하게 된다. 즉 한일관계 개선이나 해결을 하고자 하는 생각 보다는 오히려 한일관계의 개선 없이도 일본의 국가이익 추구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조건들이 여기저기에 생기고 있었다. 국내정치안정과 일본의 대외적 영향력 확장 가능은 기존의 한국과의 관계를 더 이상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일본의 정치 리더십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이다. 여기에서 지금의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길 행위자는 아무래도 미국일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협조가 필요하고 기존의 차륜구조적인 동맹의 강화로서 한국과 일본의 안보협력 및 높은 수준을 필요로 했던 미국에게는 일본이 사과와 역사적 화해를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지금 정도에서 역사 문제로 필요 없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일본은 한 발 더 나아갔고 한국의 극심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는 당혹스러운 시나리오이며, 지금의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서는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는 당혹스러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 정책으로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내놓았지만 이것을 일본이 보기 좋게 시작도 하기 전에 걷어찬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지역주의에서 일본을 배제한다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며, 만약 일본을 배제한다면 사실상 지역주의 내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일본은 박근혜 정부의 대외 정책에 물을 먹인 것과 다름 없었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역사감정을 넘어서 사실상의 대외정책을 망친 국가가 일본이 되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이렇게 뜻밖으로 강경하게 나온 것에 의아해 하고 있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미국의 입장을 생각해본다면 당연하다. 오히려 미국의 입장에서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한국을 다독여가면서 일본의 입장을 챙겨줬는데 이렇게 지역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 극단적인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것은 미국의 배려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더불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의 확장으로 인하여 중국의 부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지금에서 이러한 일본의 행동은 미국 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에서는 납득해주기 어려운 문제였다.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는 미국과 한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심각한 타격을 준 셈이다. 이에 대해서 일본이 치뤄야 할 대가는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기존에 추진되던 한일 안보협력은 모두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도 한국은 더욱 크게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즉 일본의 안보 자율성 확보에 한국은 정면으로 거부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일본에게 있어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 확보에 부정적인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가지 더 꼬집어보자면, 미국은 한일관계에서 발생하는 역사 문제를 조금 더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 일본은 이미 합의가 거의 확실했던 안보협력인 군사정보호포괄보호협정마저도 무의로 돌릴 정도로 서로의 반감이 상당한 국가이다. 즉 미국의 입장에서 한일협력이 아시아 지역정책에서 필요하다면 한일관계에서의 역사문제의 관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단순히 안보문제는 안보문제라는 국제정치적 현실주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지만 한일관계에서의 역사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은 것이 분명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지금과 같이 한일협력을 아시아 정책에서 필요로 한다면, 어떻게든 역사 문제의 결빙이나 해결을 필요로 할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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