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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은 '이탈리아의 기적'이 있었던 시기다. 비틀즈의 인기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당시 이탈리아도 미국의 땅콩버터에 도전하는 새 제품을 만들어내 세상에 이탈리아 음식의 명성을 알렸다. 바로 초콜릿 공장 주인이었던 피에트로 페레로와 조반니 페레로 형제가 잔두이아 크림의 또 다른 신제품을 이탈리아 시장에 내놓았고, 이후 세계시장으로 진출했던 것이다. 간식용 빵에 발라먹기 적당한 이 크림에 피에몬테 사람들은 영어 '너트nut'의 어근에 아주 부드러운 이탈리아 접미사 '엘라ella'를 붙여 '누텔라nutella'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 크림은 발음되는 소리처럼 맛도 가볍고 경쾌하고 부드러웠다.
완벽하게 이탈리아적인 이 누텔라는 당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크림부문에서 굳건한 자리를 차지했다. 심지어 다이어트 중인 이탈리아의 십대 청소년이나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미국의 땅콩버터에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누텔라는 이처럼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 특히 불순응주의자와 좌파적 성향을 띈 이들에게도 환영을 받았는데, 20세기 말에는 사회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컴퓨터 천재들과 사이버 아나키스트들의 마음도 정복하기에 이르렀다. 통제가 불가능한 최적의 교환 분산 시스템을 고안해낸 이들은 가장 선호하는 초콜릿 크림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누텔라gnutella'라는 이름을 프로그램에 부여했다[누텔라 또는 그누텔라는 중앙 집중식 서버를 두지 않고 P2P 파일 공유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분산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 프로그램의 최초 개발자인 프랑켈과 페퍼는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동안 실제로 누텔라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 사이트 www.mynutella.it에는 네티즌 1만 명이 가입되어 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누텔라 마니아층이 형성되었다....
...미국과 경쟁하여 승리한 이 패기 넘치는 누텔라가 민주주의와 좌파의 이상을 상징하는 하나의 기호로서 최신 이데올로기 사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대중가수인 조르조 가베르는 "누텔라는 좌파, 스위스 초콜릿은 우파"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옐레나 코스튜코비치, 김희정 역(2010),『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이야기를 좋아할까?』(서울:랜덤하우스코리아), pp.178~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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