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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호전성과 문화-제레미 블랙의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를 읽고

Fulton 2012. 9. 17.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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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저자
제레미 블랙 지음
출판사
이가서 | 2003-03-2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잘 짜여진 분석 틀과 간결한 형식을 사용하여 한 세기 반 동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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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레미 블랙은 전쟁의 원인에 대하여 호전성과 그 호전성과 관련한 문화에 두고 있다. 여기에서 문화는 단순히 한 국가의 문화는 문명에서 비롯된 문화 뿐 아니라 범위의 광의로서의 문화로, 국제 및 지역적으로 공유되는 인식까지도 여기에는 포함된다. 문화라는 개념도 모호하지만 어찌 되었든 정의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실 문제는 호전성이다.  제레미 블랙은 기존의 국제정치이론(국제체제이론, 동맹이론)보다는 특정시기의 문화 및 사회와 국제체제의 호전성의 주목하고, ‘위험 선호’와 국제 분쟁의 작용-반작용 과정에 가해진 충격에 주목하는 것이 훨씬 더 적절할 것이라 언급한다. 제레미 블랙은 이러한 과정에서 하나의 단계가 다음 단계를 자극하며, 기존의 사용된 다른 형태를 채용함으로써 연쇄적이거나 혼란스런 반응 또는 단계적으로 확산되는 반응을 이끌며, 이런 상호작용으로써 전쟁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각주:1] 이런 호전성이란 지점에 포커스를 두고 전쟁 문제에 초점을 둔 시도는 제레미 블랙의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생각보다 국제관계사의 관점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 시각이기도 하다. 단 여기에서 문제는 과연 호전성을 어떻게 정의하는 지가 문제가 된다.


 사실 호전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되면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구분의 문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제레미 블랙의 말대로 호전성은 환경에 대한 합리적이고 비합리적 대응 또는 합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인 대응으로 여겨 질 수 있다.[각주:2] 하지만 정서가 되기도 하고 논법과 행동의 체계와 접근법이 되기도 하는 호전성의 다양하고 동시에 모호한 성격은 모호함을 부추길 뿐 아니라 증명 문제가 중요해지게 된다. 이는 제레미 블랙이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제레미 블랙은 호전성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한계로 세 가지를 언급하였다. 우선 호전성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척도는 없으며, 둘째, 그것이 어떤 특정한 사회나 국가, 국제 체제에 중요하고 정말로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특별한 범주들간의 관계를 해소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지적한다.[각주:3] 그리고 호전성에서는 변화의 성격과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제레미 블랙은 하고 있다. 사실 제레미 블랙이 사회과학적 접근을 한다면 이러한 점에서 호전성에 초점을 둔 전쟁에 대한 연구는 개연성과 인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레미 블랙은 역사학자였고 이 책 역시 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접근이었다.


 제레미 블랙은  사회과학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1400년대부터 현대까지 전쟁의 발생에 대해서 유럽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전반을 다루면서 전쟁 문제와 호전성을 분리할 수 없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분석의 함의로서 제레미 블랙은 다음과 같은 시각을 제시한다.


호전성을 강조하는 분석은 의도성을 중시하는 동시에 ‘무언의 가정’이라고 정의된 호전적 성격의 주목하는, 무언의 가정을 자신들의 존재와 역할을 언급할 필요가 없고 또 종종 타고나는 지배 그룹들의 가치이다. 의도성과 관련된 호전성이 이익과 결과를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하는 계산착오를 통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익들이 받아들이고 그 이익이 무력의 사용을 통해 가장 잘 해결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각주:4]

호전성은 전쟁 억제와 갈등 해결 메커니즘, 패자 회유 능력과 의지, 세계 정부의 출현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각주:5]

 결국 제레미 블랙은 기존의 전쟁을 비롯한 국제정치현상이 국제정치 구조나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그리고 국내정치적 요인과 같은 모든 변수들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호전성을 매개로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저러한 국제정치와 관련된 변수들에 의해 호전성이라는 것으로 형성되게 그 호전성에 의해 전쟁이 결정되고, 억제와, 갈등 해결,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 정부의 상태까지도 연결될 수 있다는 함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결국 국제관계사 측면에서 국제정치적 현상이 어떠한 맥락을 가지는 지에 대한 설명으로서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호전성을 매개 변수로 볼 수 있을까? 그것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앞에서 제레미 블랙이 언급한 그대로 호전성이라는 것이 조작적 정의가 가능한 지가 일단 의문이며 또한 호전성과 변화의 성격을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호전성을 매개변수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상호작용의 측면에서 전쟁이 왜 일어나는 지를 많은 케이스를 질적으로 고찰했을 때 호전성을 맥락으로 하여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의 사회과학적 설명보다는 풍부하고 놓치기 쉬운 관점을 짚어내고 있었으며, 기존의 역사학에서 짚어 내지 못한 호전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쟁 전반을 설명하려 한 시도는 재미있는 관점이었다고 본다. 단 호전성이 맥락에서만 머문 다면 그것이 과연 우리가 전쟁을 바라 봄에 있어 무엇을 봐야 하는지 쉽게 나아가기 어렵다. 물론 국제정치학적인 구성주의적 시각으로 연결되어 ‘국제 사회’의 측면을 환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다시 호전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국제 사회를 하나의 현상으로 간주한다면 그것도 결국 호전성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는 호전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매우 환원주의적인 설명에 이르게 되는가? 제레미 블랙의 설명은 그러한 지점에 머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제레미 블랙의 설명은 전쟁에 있어서 단순히 국제법이나, 국제구조, 개인의 리더십이나 멘탈리티, 이런 측면을 봐야 할 것이 아니라 호전성으로 대표되는 상호작용적인 맥락을 이해해야 만이 전쟁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완전치도 않으며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더 나아가야할 관점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유효하며 타당한 부분이 있는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1. Jeremy Black,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서울 : 이가서, 2003), p.37 [본문으로]
  2. 위의 책, p. 40 [본문으로]
  3. 위의 책, pp.48-49. [본문으로]
  4. 위의 책, p.302 [본문으로]
  5. 위의 책, p.30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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