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역사문제와 영토문제에서의 강경한 우익적 입장이 대두되고 그것을 민주당 정부가 옹호하는 듯한 경향을 논문으로 쓸 생각이 있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어쨌든 그것을 떠나서 일본이 최근의 동아시아 문제에서 어떠한 오판을 저질렀는가에 대해서 조금 지적해 보려 한다. 이것은 국내정치와는 다른 국제정치의 층위에서의 문제이다.
일본이 저지른 오판 중 최악의 실수는 영토문제가 독도 문제와 더불어 다오위다오-센카쿠까지 확대하였다는 점에 있다. 미일동맹이 고이즈미 때와 같지 않은 지금에 있어서, 영토 문제의 표면화가 동아시아 전반에 이렇게 대두되는 것은 사실 일본에게 위험한 전략이었다. 비록 그것이 국내정치적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일본에게 도움이 될 것은 전혀 없었다. 일본이 이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겠지만 영토문제는 사실 역사 문제와 다르다. 한일 어업협정이 그리 지루하게 갔던 이유도 이것은 역사 문제가 아니라 영토문제였기 때문이다.
역사문제는 국가의 관념 차원에서의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영토문제는 국가 그 자체의 문제가 된다. 국가의 정체성, 관념, 물리적 영역 모두가 투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문제라는 것은 100%의 합의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서로의 이해의 차이에 대해 인정하며 그 이해의 차이에 대해서의 논쟁으로서 가능하지만, 영토 문제는 두 국가의 100%의 합의가 아닌 이상 정치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물적 영역’의 문제이다. 이를 일본이 이해하지 못했다면 일본의 민주당 정부는 무능한 것이라는 비판 외에 다른 설명을 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정치적 차원에서 역사문제의 동원을 통한 지지의 확보는 외교 영역에서의 다른 차원에서의 협력 증진과 합의를 통해 가능하지만 영토문제의 확전은 일본에게는 결코 정책적으로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없었다.
설령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 등으로 먼저 이에 대해 도발을 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입장 표명 정도가 사실 합리적인 판단이었을 개연성이 크다. 이 문제를 역사문제와 같이 국제정치의 영역까지 확장하면서 국내정치적인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문제가 확장되면서 미일동맹이 사실 고이즈미 때처럼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특히 중국으로부터는 기존의 다오위다오-센카쿠의 실효적 지배마저도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도쿄도가 단독적으로 이러한 행태를 할 때에는 중국이 이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확대까지는 외교적 문제로 쉽지 않았지만, 일본의 민주당 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결국 중국이 거리낄게 없게 되어버린 상황이다. 독도에 대해서 일본은 어떠한 이해관계를 확보한 것도 없고, 다오위다오에서는 없던 위기가 확대된 상태이다. 더불어 중국과 한국으로부터는 더 이상의 협력의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국내정치에서 난국이 벌어질 때 외교적 협력을 기회비용으로 삼아, 국내정치적 동원을 하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이다. 이는 한국도, 일본도, 중국도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어떠한 전략적 기반 하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논해본다면 현재의 상황은 일본에게 있어서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지역적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에 있어서, 일본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지역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협력 국가로서의 한국을 잃었고, 더불어 동아시아적 협력을 역설하던 일본이라는 국가의 신뢰의 문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는 일본 민주당 정부에게 있어서 국제정치적 상황에서 지속적인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록 영토문제에서의 자극의 시작이 한국일지라도 일본은 거기에 대해서 냉정할 필요가 있었다. 영토문제와 역사문제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본 민주당 정부는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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