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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승리 이후』-국제질서의 형성에 대하여

Fulton 2012. 12. 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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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이후

저자
G. 존 아이켄베리 지음
출판사
한울 | 2008-03-0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미국의 일극주의적인 권력정치와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는 냉전 종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아이켄베리의 이 책은 사실 처음 읽었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가 없었다. 분명 현실주의적 전통 위에서 쓰인 책인데 이른바 입헌적 질서는 무엇이며 더 나아가 이 사람이 말하는 질서(order)’라는 개념이 자유주의 진영에서 말하는 질서와 동일한 개념으로 쓰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았다. 과연 이 책이 논하는 질서라는 것 자체가 확 다가오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켄베리의 시선이 무엇인지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세번 즈음 읽고 나서야 아이켄베리의 논의 자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켄베리가 논하는 질서라는 것은 홉스적인 항구적 갈등과는 별도로 분명 국제정치에서 역사적으로 있어왔던 것이다. 아이켄베리는 그렇다면 이 질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나 구성주의에서 언급하는 그런 상호의존 및 협력이나 세계관에 의해 구성된 것이 아니라 힘과 제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서, 여기에서 제도 역시 자유주의적인 제도주의적 내용이라기 보다는 제도의 실효적 힘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 있다. 아이켄베리의 논지를 따라가면 이러한 힘과 제도에 의해 국제정치에서 질서가 나타나는 데 이를 세 가지 형태로 세력균형형, 패권형, 입헌형으로 분류해 놓았다. 그리고 현대로 오면 올수록 국제정치에 있어서 나타나는 입헌형 질서는 힘에 의한 질서가 아닌 제도에 의한 질서로 이러한 질서가 가능한 것은 사실 상 제도를 어겼을 때의 댓가가 제도를 지켰을 때의 드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설명으로 말한다. 매우 자유주의적인 결론으로 보이지만 그에 대한 논리의 전개는 사실 전통적인 현실주의의 그것이다.

 

아이켄베리의 이런 논지는 많은 부분 비교정치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본문에서도 인용되고 있지만 쉐보르스키와 레이프하트의 연구가 사실 아이켄베리의 입헌형 질서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가 된다. 실제로 레이프하트는 국제관계이론에 대해 엄격히 보기도 한 학자로서 이러한 시도는 정치학의 분절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로서 유의미하게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른바 제도의 현실성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로서의 이런 식의 설명은 기존의 전통적인 현실주의가 설명하지 못하던 부분을 충족하고 있으며 동시에 자유주의의 설명으로서 약점을 가지던 과연 제도나 협력이 어떻게 현실적인 권력으로서 작동하는가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었다.

 

아이켄베리가 말한 대로 질서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힘에 의한 세력균형질서나, 패권형, 그리고 제도에 의한 입헌형 질서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는 공감하는 바이다. 다만 의문이 드는 것은 그것이 과연 이론화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아이켄베리는 이것이 질서이론이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아이켄베리가 바라본 1815년부터 탈냉전까지의 일종의 역사적 산물로서 도출된 결과로서의 질서의 유형이지 과연 질서가 힘과 제도라는 변수 안에서 결정된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힘과 제도라는 변수가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 사실이겠지만, 아이켄베리가 보여준 시간대 안에서만 나타난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이론이라기 보다는 결과에 가까운 설명이다. 그렇다면 힘과 제도는 질서의 변수이다.’ 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힘과 제도에 의해서 질서는 결정된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아이켄베리는 신자유주의나 구성주의의 설명과 다른 질서의 형성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신자유주의적인 설명이나 구성주의적인 설명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아이켄베리가 한 작업의 성과는 현실주의의 설명틀 안에서 제도와 그 제도를 가능하게 하는 협력, 대가, 정체성에 대해서 논할 수 있겠지만 과연 신자유주의나 구성주의를 반박할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기존의 현실주의적 논의를 넘어섰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강점을 가지는 부분은 질서가 역사적으로 어떠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형성되었는가에 대해서 매우 좋은 설명과 분석틀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사실 방법론적으로는 매끄러운 논리 전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이 질서의 형성에 대해서는 단순히 관념적 차원이 아닌 역사적 사례와 그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실주의적 설명이 단순히 전통적인 힘을 설명한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반박의 연구로서 제시될 만하다. 적어도 국제체제, 국제레짐, 국제질서를 다루는 많은 주장들 속에서 이 책은 그러한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는 지를 잘 보여준 좋은 책이라는 것은 결코 부정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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