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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방’은 네페르티티의 무덤일까?: 한국의 ‘언론사’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

Fulton 2015. 12. 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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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집트 왕가의 골짜기의 투탕카멘의 무덤을 조사하던 중, 빈 공간이 발견되었고 이 숨겨진 방의 발굴에 대하여 관심이 이어졌다. 그리고 보도가 이어지던 과정 중에서 이 숨겨진 방의 주인이 네페르티티일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네페르티티라, 이집트학의 슈퍼스타 중 하나이자 베를린에 있는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그 흉상의 주인인 네페르티티라면 이는 확실히 화제가 될 수 있는 주제였다.

네페르티티의 흉상<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


이집트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무덤이 왜 네페르티티로 추정되는지에 대해서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기로 했다. 근데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그러한 근거는 나오질 않았다. 경향신문의 기사[각주:1]에는 숨겨진 방이 투탕카멘의 무덤인 KV62호보다 비슷한 시기에 먼저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직전의 인물일 것이고, 그렇다면 투탕카멘의 선대의 여성 지배자였던 네페르티티일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기서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투탕카멘의 직전의 사회 엘리트는 여성만 뽑아도 네페르티티만이 아니고, 키야라는 투탕카멘의 친모로 추정되는 인물도 존재하고, 티이라는 인물도 존재하며 남성까지 포함하면 다른 인물들도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 무덤이 투탕카멘의 아버지로 밝혀진 아케나텐의 것이면 안 될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근거로 언급된 것이 스멘크카레라는 네페르티티의 다른 이름이, KV62의 북쪽 벽에 쓰여있고 따라서 숨겨진 방이 북쪽 벽 쪽에 있는 있는 이 상황에서 이 숨겨진 방은 네페르티티의 무덤일 개연이 크다는 것이었다.[각주:2] 여기에서 나는 약간의 황망함을 느꼈는데, ‘스멘크카레라는 이름에 대해서였다. 이 이름은 이집트 파라오 왕명표에서 아케나텐의 다음 파라오로 나타나는 데 엄밀히 말하면 아케나텐의 재위기간과 겹치는 파라오이다. 이른바 이집트에서 간혹 나타나는 공동 통치의 형태가 왕명표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 스멘크카레에 대해서는 여러가지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KV62에서 발견된 투탕카멘의 삼중관 중에서 두번째 관이 다른 관에서 묘사하는 얼굴과 굉장히 다른데, 이 두번째 관이 원래는 스멘크카레의 것이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현재까지 미라가 확인되지 않았고, 이래저래 논란이 많은 파라오 중 하나이다.

 


문제는 스멘크카레가 네페르티티와 동일인물이라는 설이 있다. 바로 위의 주장이 이 설에서 근거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케나텐과 스멘크카레가 공동통치를 했다면, 최소한 아케나텐과 준하는 사회적 위치를 가져야 하고 그렇다면 네페르티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록에서 나타날 때 스멘크카레는 부인도 있었고, 자식도 존재하였으며 기록에 남아있는 생몰년도에 의하면 스멘크카레와 네페르티티는 서로 2년 정도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단순히 스멘크카레를 네페르티티와 동일인물로 취급하는 것은 많은 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설일 뿐이지 그것이 학계의 정설도 아니다.

 

이런 지점에서 최근의 언론보도는 썩 맘에 들지 않는다. 이집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의구심을 던질 수 있는 정도의 문제를 외신을 받아다 그대로 검증없이 쓰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물론 발굴을 주장하는 사람이 주목을 끌고자 이 무덤이 네페르티티의 무덤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것을 검증하고 분석을 하여 대중들에게 전달해주는 책임은 매스미디어가 어느 정도 져야 한다. 물론 네페르티티의 무덤이라고 한다면, 대중의 관심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무덤을 네페르티티의 무덤일 정황이 아직까진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단순히 네페르티티의 무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경향신문만의 문제는 아니며 이 이슈를 보도하고 우라까이한 대부분의 언론기사들이 마찬가지의 행태를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숨겨진 방이 스멘크카레의 대한 많은 미스터리들을 풀어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지, 일단 그 숨겨진 방이 무덤인지, 만약 무덤이라면, 이 무덤이 스멘크카레나 KV62 주인인 투탕카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무덤이 스멘크카레의 무덤이고 그 스멘크카레와 네페르티티가 동일인물이었다가 밝혀질 증거가 무덤이나 무덤과 연관된 다른 발굴에서 드러나야 위에서 제시된 추론이 맞다고 입증되는 것이다. 그냥 모든 걸 다 건너 뛰고 무작정 이 숨겨진 방이 네페르티티일 가능성이 크다가 아니라 말이다.

  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8121245161&code=970209 [본문으로]
  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9302230315&code=97020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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