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북한을 인식할 때 연속성의 관점으로 주로 인식한다. 주로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연속성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행태를 본다면 대부분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체제를 단순히
연속성으로만 본다면 북한의 행태에 대한 모든 행태를 결국 하나의 결론에 귀속시키게 된다. 그것은 북한의
정치체제인 1인 독재체제이다. 허나 1인 독재체제는 연속적으로 영속하지 않는다. 인간의 수명은 한계가 있고, 즉 그 1인이 바뀔 때 그 체제는 그 1인에 의하여 크게 변하게 된다. 즉 북한은 기본적으로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으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변화가
있었다.
와다 하루키는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바뀔 때 북한은 수령제 국가에서 정규군 국가로 변화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실제로 북한의 이전의 정책과 이후의 정책은 분명 변화가 있었다. 당
중심 국가에서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 그리고 이러한 노선을 북한은 ‘선군 정치’로 설명하였다. 즉
빨치산 국가에서 선군 노선으로 북한은 김일성 사후 김정일로 바뀌면서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가장 큰 변화는 노동당에 의한 통치에서 북한 인민군에 의한 통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주요 관료들은
군계급을 병행으로 가지게 되었고, 군 인사가 내각 관료이자 당의 중요간부가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심지어 어떤 당/내각기구보다 보위부와 정찰총국 같은 군 부처의 비중이
증가하였다.
그렇다면 김정은 체제로 오면서 북한의 통치는 변한 것이 없는가? 이 지점에서 ‘병진 노선’이 가지는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김일성/김정일 체제 때부터 있어왔지만, 미사일의 사거리와 위력의 증가가 본격적으로 있었던 시점은 김정은의 집권이었다. 동시에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군 수뇌부는 숙청의 연속이었다. 김정일이 집권한 이후 최광이나 오진우 같은 김일성시대의 군부 인사가 중용되었던 반면, 김정은은 김정일이 중용했던 군인사를 거의 대부분 숙청하였다. 그리고 당과 내각 인사에서 군 쪽 인사들을 막 배제하지도 않았지만 숙청된 군 관련 인사를 인민군에서 보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가설로서 김정은은 군과 경제를 병진한다는 ‘병진 노선’을 제시하였고 기존의 군의 영향력을 줄이고 있다는 가설을 제시할 수 있다.
‘병진 노선’에서 김정은이 제시한 수단 중 하나는 핵과 미사일이었다. 특히 이것이 강력하게 푸시되고 실제 실험으로 이렇게 양적으로, 질적으로도 강력하게 나타난 것은 김정은 이후였다. 만약 이러한 핵-미사일 능력 강화와 군조직 숙청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다면 김정은의 ‘병진 노선’은 기존의 ‘선군 정치’의 군 중심의 통치를 대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이러한 관점에서는 김정은 군의 권력능력을 약화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는 군의 반발과 체제통제능력을 상실할 수 있는 약점을 가진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병진 노선’을 제시하며, 이에 대한 수단으로서 핵과 미사일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핵과 미사일을 내세우는 이유는 북한이 가지는 국가정체성적인 측면에서 반제국주의를 여전히 지속하여야 하며, 군의 약화와는 별도로 체제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반제국주의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여전히 미국에 대항해야 하며, 이러한 외부의 적 만들기를 통한 긴장감으로 국내체제를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군의 영향력을 줄인 만큼 그의 대한 반대 급부로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가 김정은의 체제에게는 필요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장을 Sagan의 세가지 모델 중에서 국내정치 모델로 설명하자면 위의 설명을 제시할 수 있다. 즉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 국내정치적 이유는 기존의 군의 영향력을 줄이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북한의 연속성이란 측면에서 여전히 북한은 체제안보를 국가안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김정일 체제에서는 선군정치를 통해 이를 달성하려 했지만 김정은 체제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김정은이 군에 의한 통치가 체제안보에 있어서 리스크가 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고 그럴 근거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숙청과 군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이전보다 훨씬 더 푸시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즉 연속성으로는 북한의 체제안보/분절성으로는 ‘병진 노선’을 통해서 이러한 추론을 도출할 수 있다.
자, 그럼 북한은 왜 갑자기 활쏘기, ‘한조각’을 외치는가? 이것도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보도 내용대로 그대로 보자면, 활쏘기 증진의 목적은 체제 보위이다. 이것을 북한의 연속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분절성으로 보자면 이는 기존의 군의 영향력 저하로 볼 수 있다. 체제안보는 강조하면서, 군의 영향력을 강화하지 않는 방식으로서 제시하는 것이 결국 이러한 생활총화적인 방식인 것이고 환원론적인 약점을 가지지만 현재의 핵미사일과 활쏘기라는 전혀 다른 북한의 현상을 하나의 분석틀로 볼 수 있는 추론이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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