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언급했던 등식이지만 위협을 T라 하고 안보를 S라할 때 T ≤ S일 때 안보는 달성되었다 할 수 있고. 안보는 자력방위와 동맹국의 안보 기여, 그리고 국제사회의 집단안보와 그 나머지의 잔차로 이뤄진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S = N + A + CS + α
어찌 되었건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은 심각하게 증진되었고 주변국이 느끼는 위협은 증가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전보다 안보의 수준을 증진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저 세 다항식의 세 항목을 기존보다 높이는 것이다.
한국이 고려해볼 수 있는 첫번째는 자력방위의 강화였다. 낮은 수준은 재래식 무기의 증진으로부터, 강한 수준은 자력 핵무장 및 핵잠수함 무장이었다. 낮은 수준의 재래식 무기의 증진은 동맹국이었던 미국으로부터 용인되었지만, 자력 핵무장은 공식적인 미국의 입장으로도 거부되었고, 핵잠수함 역시 미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미국은 한국의 자력방위의 강화가 이 지역의 불안정을 가져온다고 어느 정도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재래식 무기 이상의 선으로 한반도의 자력방위의 강화, 즉 핵억지 능력을 확보하는 자력방위는 용인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한국이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는 동맹능력의 강화였다. 기존의 미국의 확장억제를 현재 수준보다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는 세 가지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낮은 수준으로는 사드를 비롯한 거부 억지 능력의 강화로부터, 중간 수준은 미국의 전략적 차원의 전력의 배치 및 더 잦은 순환, 마지막은 한반도의 전술핵무기 재배치였다. 이 세 가지 차원에서 미국이 결국 한 것은 사드 배치를 비롯한 거부억지력 제공만 현재 약속되었을 뿐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사실상 거부되었고 전략적 차원의 전력 강화는 현재 협상과정에서 잘 이행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미국은 직접적으로 동맹국의 확장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에도 심각한 고려를 하고 있으며, 좀 더 오버하여 동맹의 안보딜레마로 보자면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연루되기를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인다.
왜 미국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지에 대해서 짚어보자면, 첫째로는 아마도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동북아 지역에서 초래하고 싶지 않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지역이 긴장 상태에 놓여서 중국과의 안보게임이 이뤄지게 되면 미국은 이 지역 내의 많은 국가이익을 확보해 놓고 있기에 이른바 국가이익을 더 확보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 잃기 혹은 지키기의 게임이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의 긴장관계와는 별도로, 이 지역에서는 중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더 집중하는 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둑으로 치자면, 여기에 먼저 손을 댔을 때 자신의 집이 박살나는 것을 각오해야하는 형국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의 이유는 현재 미국은 군사적으로 긴축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따라서 더 비용을 지불하여 동맹국의 안보를 증진하는 데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지정학적인 문제와 미국의 국내 사정의 복합으로 이 지역에서의 확장억제력의 강화 역시 소극적 수준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을 방기하려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엄밀히 말하면 자기 돈을 쓰면서 까지 더 연루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보다 더 적절하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의 증진된 위협에 대한 안보달성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이 지점이 바로 한국과 일본과의 군사협력이다. 이전부터도 미국은 기존의 Hub and Spoke의 형태를 띄던 동아시아에서의 동맹구조에서 단순히 분절되어 있던 Spoke들을 연결함으로서 동맹의 능력을 더더욱 강화하려 하였으나 그것은 잘 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으로만 이 문제를 한정하려 한다면 그러한 배경에는 한국과 일본의 국내정치적 사정과 영토문제, 그리고 양국 상호의 국가 정체성 배후에 놓인 역사문제가 그러한 배경에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미국의 의도와는 별개로 이른바 미국의 동맹국들 간의 군사적 협력을 증진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게 하였고, 미국은 기존의 동맹구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증진하면서 미국은 한국에게 자력방위적 강화와 자신의 확장억제력 강화에 제한을 두면서, 결국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유도하여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안보달성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왜 국가 정책에서 내셔널리즘이 영향을 미치려는 것에 웬디 셔먼은 경고를 했는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도 미국은 치도리가후치 묘역 참배를 통해 경고하려 하였고, 한국의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대해서 소극적이자 미국은 적극적으로 이를 권했고 위안부협상이 타결되자 미국이 환영의 입장을 보였는 지를 떠올려 본다면 미국은 결국 동맹국들 간의 협력을 통해 기존의 미국의 동맹체제를 더욱 강화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한국의 반발을 미국이 직접 한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건 받아들여야 한다로 답을 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분명해진다. 결국 증진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같은 형태의 안보-군사 협력을 촉진하고 있고 그러한 배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협력이 등장할 개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한국의 반발에 대하여 미국의 현실주의적 인식에서 비춰보자면, 왜 한국은 안보 위협에 노출되는 데도 과거의 문제에 휩싸여 자국의 안보를 증진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국가 정체성을 너무 무시하는 지나치게 현실주의적 명제에 함몰된 생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찌되었건 미국의 인식에는 그리 보일 수도 있는 문제인 것이다.
결국 미국이 한국의 자력방위적 강화를 허락하지 않고, 확장억제력 증진도 제한이 있다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증진하는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일본과의 안보-군사협력이 되며, 이를 미국이 또한 권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다는 문제가 된다. 국내 정치적으로 큰 짐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택을 정부가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다른 수가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름 현실성을 가지면서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없는가? 그 문제는 다음에 논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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