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왜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한 붕괴를 목표로 하는, 혹은 그것을 전제로 하는 인식에서 파생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1] 실제로 그렇게 보여진다.[2] 문제는 이것이 미국이 북한 문제를 인식함에 있어서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사실 북한붕괴론이 한창 맹위를 떨쳤던 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을 비교하면 오히려 북한의 안정성은 지금이 더 단단해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은 북한붕괴를 계속 말하고 있을까? 아니 조금 더 진지하게 말하면, 그것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까지 하는가? 난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는 단순히 미국이 그런 인식을 정책결정과정에서 공유하는 집단사고의 문제로만 보기보다는 왜 미국이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게 되었는가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3일(현지시간) “중국은 한반도 현상 유지를 원하지만 갈수록 지속가능한 현상 유지가 불가능하단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정권 몰락이나 쿠데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셔먼 전 차관은 이날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 CSIS에서 개최한 ‘중앙일보-CSIS 포럼 2016’에서 오찬 연설을 통해 “미ㆍ중이 한ㆍ일과 함께 솔직한 논의를 해야 보다 많은 부분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출처: 중앙일보] 클린턴 돕는 웬디 셔먼 "북한 쿠데타 상황도 대비해야"
난 이 점에서 결국 중국의 부상이 많은 것을 바꿨다고 본다. 중국이 아시아 내에서 이른바 단순한 행위자가 아니라 미국과 함께 강대국으로서 주변국과 역내에 권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의 국가가 되었다고 본다. 물론 미국하고 중국의 국가능력을 비교하면 여전히 미국이 압도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가능력은 과거와 지금이 명백히 다르기에 이러한 변화가 미국의 정책결정에서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본다. 이른바 중국이 이 지역 문제의 미국의 협상 상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북핵이 정말 미국에게 있어서 이 지역에서의 문제라고 한다면, 궁극적으로 미국이 이 지역에서의 문제 해결에서의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패권국으로서의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악은 자신들이 이 지역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방치의 형태가 될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의 해결은 자국의 자율성이 가장 강조되는 미국이 배제되거나 혹은 비용만 지불하는 형태의
방식이 가장 선호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최악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중국이 아무 것도 못하며
비용만 감당하는 형태의 방식일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제 이른바 bargaining이
가동된다.
미국에게 있어서 그나마 용인 가능한 최소선은 북한이 저지르는 북핵문제에 대한 응징으로서의 국제사회를 통한 제재가 될 것이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6자회담 등 중국이 이 문제에서 주도적인 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의 해결방식만을 천명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중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는 6자회담은 중첩이 안되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합리적 행위자 모델로 접근을 한다면 이 사이에서의 해결방식이 양 측의 합의를 이끌어낼 개연성이 크다. 물론 미국의 국력이 여전히 중국보다 강하기에 미국에게 조금 더 유리하고 미국이 조금도 이 문제에서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우선은 양 측이 합의로서 도출된 이 문제의 솔루션은
제재-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즉 제재를 통한
응징에서 시작해서 이른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수 있는 6자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타나게 되는 제재의 형태는 북한을 완전히 목조르는 형태가 아닌 응징으로서의
신호를 가진 현상유지적 제재일 가능성이 제일 크다.
이러한 현상유지적 제재는 양 측 모두 사실 다른 의도를 어느 정도 가진다. 첫째는 중국에게 있어서는 동맹국인 북한이 현재보다 문제를 악화하지 않으면서 자국의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둘째는 미국에게 있어서는 예전과 달리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부분적 행위자가 아닌 합의를 해야하는 행위자로 부상함에 따라서,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적극적으로 중국과 협상을 하고 비용을 지불하려 하는 것보다는, 우선 현상유지를 하면서 북한이 무너지는 급변사태를 어떻게 하면 유도해서 레짐 체인지를 시킬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예전에는 미국이 이 북한 문제에서 자신들 외에는 이른바 합의와 협상의 대상이 없었기에 북한붕괴론을 인지는 하고 있어도 그것을 정책적 전제로 삼지 않았다면, 지금은 그것을 정책적 전제로 삼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며 정책으로서 동원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이 지역에서 호전적인 방식으로의 정책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국이 현재의 역내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점유하고 있는 이상, 북한붕괴론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관념으로 작동하고 정책 차원에서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는 미국이 대북문제를 아예 방관하지 않는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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