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시멘트 제법의 구두는 기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맞다. 일단 수명의 차원에서 시멘트 구두의 제법은 접착제의 화학적 강도와 설계적 결함 여부의 문제에 많은 것이 걸려있기 때문에 굿이어웰트 제법을 비롯한 웰트 기반의 제법들과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시멘트 제법의 구두는 결국 필연적으로 가격 경쟁력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가성비의 구두를 만든다면, 결국 그 구두의 디자인은 특정한 호불호에 의존하기보다는 대중적인 라스트에 호소하는 것이 자명해진다.
이런 점에서 조셉트의 더비들은 꽤나 흥미롭다. 궁극적으로 구두의 시장은 앞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클래식 룩이 과거에는 일종의 유니폼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것도 하나의 트렌드와 기호에 의존하는 옷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구두의 시장은 사실 넓어지기 어렵다. 이는 옥스포드(발모랄) 구두들의 지위가 필수품에서 점차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옥스포드가 퇴조하고 이 자리를 블뤼처와 더비, 로퍼들이 점유하고 있는 이 과정 속에서 조셉트의 더비들은 대중적인 라스트, 엄밀히 말하면 젊은 세대에게 철저히 대중적인 라스트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 지를 보여준다. 가죽이 아쉬운 지점은 있지만, 주름이야 사실 관리에 좀 신경을 써주면 예쁘게 잡을 수 있는 가죽이라는 생각도 들고, 할인없이 11-12만원대 구두가 이 정도면 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쿠셔닝은 사실 기가 막히게 좋다. 푹신한 감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지만 쿠셔닝은 지나치게 좋기 때문에 족저근막염이 있는 사람이 캐주얼한 더비를 신고 싶다면 런던 더비는 강추해볼만하다. 다만 무릎에는 분명 좋은 쿠션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알든이나 존 롭, 혹은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 또는 로크나 버윅과 같은 브랜드들의 구두들이 가는 방향은 굉장히 분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같은 계열의 구두들을 만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는 이 브랜드들이 클래식룩이 필수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 가에 대해 고민이 느껴지는 시대에 조셉트는 국내 브랜드들 중에서는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로퍼 때문에 좀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로퍼를 사야할 지 좀 더 생각을 해보는 중이다. 스니커즈들이야 지겹게 신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구체적인 리뷰를 할 수 있지만 스니커즈와 구두는 결국 대체품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영역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물론 뉴발란스의 신발들처럼 구두의 영역을 점점 대체하는 스니커즈도 있고 의사분들이나 간호사들이 좋아하는 쿠셔닝 좋은 워킹화들도 구두의 영역을 슬슬 대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에게는 구두는 여전히 구두가 해야할 영역이 있다. 그동안 로퍼보다는 더비를 선호했기에 더비를 주로 샀지만 로퍼를 고민하게 된 이상 어떤 로퍼를 사야할 지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디자인은 사실 고민이 끝났지만, 어떤 카테고리의 로퍼, 즉 제법이나 기능적 용도에 대해서 고민중이고, 이 고민이 끝나면 이제 거기에 맞는 브랜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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