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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읽기

르낭의 『민족이란 무엇인가』를 읽는다. 1-1 독일 통일과 보불전쟁

Fulton 2011. 1. 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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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부터 25쪽까지 르낭은 독일과 프랑스라는 Nation에 있어 ‘국민국가’의 창설까지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그 서술 중간 중간에 대해서는 큰 어려움 없이 주욱 르낭의 서술을 따라오면 독일과 프랑스의 국민국가의 형성에 대해 크게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다.사실 전 포스팅에 대한 이해에서도 크게는 ‘국민국가’가 독일과 프랑스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한다면 사실 크게 무리는 없다.하지만 25쪽부터 서술은 연장된 동시에 다른 측면을 맞이 한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서 1838년이라는 해의 운명은 당시에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야기한다.. 독일 통일이라는 문제는 갑작스럽게 제기되었다.[pp25~26]

르낭은 이 장에서 나폴레옹 3세의 사부아와 니스 병합을 이로운 점보다는 불리한 점이 더 많다고 비판하였다.이미 25쪽에서 르낭은 프랑스가 더 이상 갈망해야할 영토자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영토 확장자체는 당시의 국제정치질서로 볼때 영국의 불만과 유럽국가들이 프랑스에 대하여 불신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서 르낭은 프랑스의 영토확장과 독일 통일은 다른 다는 것을 다음 서술에서 명시하고 있다.

역사에서 합당한 운동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독일이 60년 전부터 전개해 온 하나의 민족국가를 이루려는 운동이다. 어쨌든 프랑스에게는 불평할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독일은 단지 우리를 본보기 삼아 이러한 추세에 참여한 것이며, 동시에 17세기와 나폴레옹 제국의 통치하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가했던 억압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제 왕위의 정통 계승권을 포기한 상태에서는 정치지리학에서 경계 확정의 유일한 원칙인 Nation 의 원칙, 결국 같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른바 함께 사려는 인민들의 자유의지를 잘 알 수 밖에 없다. 이 자유의지는 중대하고 효과적인 사건들에 의해 이미 증명된 바 있다.왜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우리나라에서 행한 것, 그리고 이탈리아가 행하도록 우리가 도와주었던 것을 독일이 자신들의 나라 안에서 하려고 하는데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가?[p27]

사실 위의 서술에서 르낭은 자신의 주장 거의 대부분을 노출 시킨다. 우선 나폴레옹3세 프랑스 정부의 영토확장은 불필요하며 위험하지만, 독일 통일은 Nation의 구축이라는 점에서 정당하며 이러한 과정은 프랑스도 겪었다는 설명이다. 앞에서 왕위의 정통 계승권이 언급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본래 왕국이라는 것은 왕의 영지와 왕의 신민으로 구성되며, 즉 왕의 영지가 어떻게 계승되며, 혹은 유증되거나 박탈당하는가에 따라서 국가의 경계가 결정되었다. 하지만 왕위가 선출되거나 혹은 입헌군주국, 또는 공화국으로 변하게 되면 이러한 계승과 유산의 왕의 영지는 사라지게 되고 이에 국가의 경계는 Nation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르낭이라는 인물이 살았던 시기를 떠올린다면 당연한 소리이고 이러한 논적에는 왕정복고파와 성직자 계층이 놓여 있다. 즉 Nation이 시민혁명 이후에 존재하는 유일한 국가 경계의 질서이자 국체라는 것이 르낭의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에서 살펴볼 때 Nation과 프랑스 대혁명은 사실 띄어놓을 수 없는 것이며, 결국 자유주의와 Nation은 사실 하나의 연계된 유기적인 구성일 수 밖에 없다.

후에 르낭의 Nation 관념에 논적일 수 밖에 없는 구성체들에 대해서도 서술하기로 하겠다. 일단 여기에서 드러난 것은 구질서인 앙시앙 레짐이다. 앙시앙 레짐 없이도 국체는 Nation에 의해 성립되며 국가는 작동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논적은 바로 보나파르트 파이다. 프랑스의 유럽내에서의 확장에 대해서 르낭은 비판을 가하면서 이는 불합리하며 경솔하다는 지적을 한다. 이미 프랑스는 Nation으로 완성되어 있으며 이 Nation이 곧 프랑스이지 영토확장을 한다해서 그 영지가 프랑스라는 국가나 혹은 Nation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독일에게 조언을 하고, 우리가 원했던 방식으로 과업을 완수하도록 길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 역시 유치한 발상이었다. 그 운동은 우리에 대한 경계심에 의해 완수되었기 때문이다.[p28]

여기에서 르낭의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적인 서술을 얼핏제시한다. 그러나 윌슨의 그것과의 차이는 윌슨은 민족인 당연히 자신의 자결권을 가지는 일종의 천부적 자결권을 가지는 것이었지만 르낭에 있어서는 Nation의 형성 자체가 타자에 대한 경계와 반감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전개가 되어가는 차원에서 자결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은 르낭에 대한 오해일 수 밖에 없다.

물론 나는 처음부터 독일 민족의 통일의 필요성에 묘한 극단주의가 섞여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애국자들과 마찬가지로 독일 애국자들도 조국이 과거에 맡고 있었던 국제적인 역할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그리고 상당히 많은 독일인들이 모든 유럽세계에 일종의 종주권을 행사하던 신성 로마 제국에 대한 추억과 자신들의 열망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런데 Nation 정신의 첫번째 조건은 국제적인 역할에 대한 모든 포부를 담념하는 것이다. 국제적 역할은 Nation의 파괴자이기 때문이다.[pp28~29]

르낭은 지속적으로 Nation이라는 관념의 등장 자체는 Nation을 결집시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 여러 면에서 의미있는 발언이다. 국제적인 역할 자체를 국가가 수행할 수록 그 국가 내부의 Nation적인 면은 훼손되거나 와해될 개연성이 큰 법이다. 이는 동시에 냉전 체제하에서 미국이나 소련의 국가적 역할을 단순히 Nation의 발현이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해볼 수 있다고 본다. 엄밀한 차원에서 미국이나 소련은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의 수장으로서의 국제적인 역할을 행사할 때는 단순히 Nation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는 오늘 날 EU역시 마찬가지다. EU와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Nation이 병존하거나 병립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어느 한 국가가 EU의 리더를 맡거나 관장한다기 보다는 EU라는 Ultra-Nation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 본다. 즉 EU정부가 따로 있고, EU의회와 법원이 따로 있는 만큼 기존의 Nation과 병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Nation들은 EU의 등장이후로 많은 부분에 있어 권력과 권한을 EU로 부터 침범당하고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 이 역시 국제성과 Nation의 충돌이라 볼 수 있으며 르낭의 고찰이 얼마나 탁월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민족자결주의는 사소한 부분을 규명하려 하기보다는 너그럽게 받아들여져야만 한다. 역사는 Nation의 경계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그려지지 못하게 했다. 각각의 Nation이 영토를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있거나 너무 적게 가지고 있다.[p29]

이 부분은 사실 많은 훗날의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 민족자결주의가 제창되었을 때 그것을 가지고 일어난 많은 일들과 더불어 최근의 동북공정과 간도 문제 등 르낭이 역설한 이러한 바에 대해서 얼마나 근대와 현대인들은 따라갔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Nation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고 경계가 뚜렷하지 않지만 그것이 경계의 원칙으로 사용된다면 그에 대한 사용에 있어서 엄격하기보다는 보다 너그럽게 받아들여 져야 만이 Nation간의 공존이 결국 가능한 것이다.

독일 통일에 대한 생각이 정당하다면 그 통일이 프로이센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 또한 정당한 것이다.[p29]

...전 세계에 민족국가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던 것은 바로 프랑스였다. 탄생해서 성장해가는 모든 민족국가는 프랑스의 독려와 더불어 생겨나가고 확산되어야 할 것이며, 프랑스는 그들에게 친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독일의 민족자결주의는 이제 역사의 필연적 요구이다. 그러므로 프랑스는 독일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햐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p31~32]
    
...훌륭한 정치는 불가피한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소용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일의 통일이 실현도리 때는 프랑스의 뜻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우리의 동의와 더불어 이뤄진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영토 확장을 위해 일시적인 이익을 끌어내는 것이 과연 적절했는가? 원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그러한 확장은 거의 무용하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니스와 사부아를 병합한 이래로 어떤 점에서 더 위대해졌단 말인가[p32]

위의 세 구절에 의해 독일 통일에 대하여 르낭의 논리 전개는 짜임새를 갖춘다. 우선 독일 내부에서 힘을 갖춘 비스마르크의 프로이센에 의해 통일이 되는 것은 독일 통일이 정당한 순간 당연해지며 프랑스는 ‘당연한’ 독일 통일에 있어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독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국제정치로 환원한다면 결국 프랑스는 자신 이웃에 개입하기 보다는 새로운 이웃으로서 독일이라는 Nation의 등장에 대해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설명으로 나타난다.또한 이에 반하는 영토 확장과 동쪽으로의 프랑스의 진출은 프랑스에게 있어 프랑스를 위대하게 만들지도 않으며 그것 자체가 이익이 되지도 않는다는 설명으로 르낭은 프랑스의 자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룩셈부르크 문제였다. 르낭은 룩셈부르크를 설명함에 있어 ‘독일도 아니고 프랑스도 아니지만, 원한다면 둘다가 되기도하는 완전히 뒤섞인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나라’라고 하며 만약 프랑스가 룩셈부르크 병합을 인민 투표 이후에 했다면 독일을 불만스럽게 할 수 있었을 것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이센의 원칙에 따르는 Nation의 기반은 군대이며, 군대의 기반은 융커이다. 그런데 이는 독일에는 적용될 수 없다. 독일 , 나아가 베를린은 부르주아지를 가지고 있다. 모든 근대 Nation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이라는 Nation 역시 부유한 부르주아지를 자신들 Nation의 진정한 토대로 삼고 있다. 프로이센의 원칙은 매우 강한 것을 만들어 냈지만 그것은 프로이센이 과업을 완수하게 되는 이후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스파르타는 그리스의 통일을 달성하고 나서 더 이상 스파로서 존재할 수 없었다.[p36~37]

르낭은 프로이센에 의한 독일의 통일에 있어 독일의 통일이 진전되고 Nation이 형성된다면 프로이센의 군사정당을 비롯한 호전성이 잠재워 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아직은 그러한 호전성이 남아 있지만 그것 역시 시간의 문제이지 이는 당연한 것이라는 설명을 르낭은 반복하면서 진행하였다.이는 역사적으로 프로이센은 결국 독일이라는 Nation안에 잔존하지 않으며 사라졌다는 점에서 사실 어느 정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융커 중심의 프로이센이 부르주아지 중심의 독일로 재편될 것이라 보는 시각 자체에서 르낭의 탁월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서 1차대전과 2차대전을 동시에 설명해야만 한다.이는 하지만 맨 마지막 장에서 르낭의 정리와 곁들여 1차대전과 2차대전과 독일이라는 Nation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 보기로 한다.

르낭은 챕터 마지막에서 보불전쟁의 가장 큰 원인은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독일 통일을 인정하고 독일이라는 Nation을 지지하는 능숙한 외교만 있었다면 사실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러지 못한 태도와 외교가 지옥과 같은 상태를 유발했다고 주장한다.르낭은 보불전쟁에 대해서 두 Nation을 모두 파괴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 언급하며 이는 결코 앞으로는 저지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챕터를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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