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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자와 유키치를 변호하며. -1- "조선인민을 위해 그 나라의 멸망을 축하한다."를 논하며.

Fulton 2011. 7. 2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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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입구'라는 말에 관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기본적으로 후쿠자와에 대해서 그의 사상에 제국주의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말에는 부정하지 않지만, 이른바 후쿠자와가 정한론과 그리고 제국주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말에는 후쿠자와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해를 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대학원 수업시간에 번역한 "조선 인민을 위해 그 나라의 멸망을 축하한다"와 탈아론의 번역과 원문을 포스팅할 생각이다. 그리고 뒤를 이어 후쿠자 유키치의 '문명론'에 대한 짧막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이 자리를 빌어 번역을 한 박상원 학형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 글을 읽음에 있어 역사적 사건은 갑신정변이 뒤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후쿠자와의 사상적 배경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위해 이른바 문명화, 즉 근대화는 꼭 필요하며 근대화를 통한 독립이 국가와 국민을 모두 살린다는 이야기를 한다. 후쿠자와의 근대화 사상이 이채로운 것은, 그러한 근대화가 국가 주도의 근대화가 아니라 개인의 근대화를 선제로 한다는 것이다. 즉 국가의 종속된 개인이 아닌 독립된 개인으로서의 문명화가 국가의 독립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마루야마 마사오도, 고야스 노부쿠니도 부정하지 않는다. 후쿠자와는 『문명론의 개략』,『학문의 권장』등에서 언제나 국가가 아닌 '사립'을 강조하며 국가가 국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근대인이 됨을 통해 국가가 문명화되고 근대화되어 독립함을 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실패한 근대화 혁명인 '갑신정변'과 '사립으로서의 근대화를 통한 문명화'라는 두 가지 배경을 두고 이 글을 읽어야 한다.


조선 인민을 위해 그 나라의 멸망을 축하한다. 

박상원 번역
1885년 3월 16일 시사일보


  영국인은 이미 거문도를 점령해서 해군의 근거지를 만들고, 러시아인은 뫼렌도르프와 음모를 꾸며 육지로부터 침입할 준비를 다하여, 조선국 독립의 운명도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라가 이제 멸망한다고 생각한다면, 나라의 왕가인 이씨를 위해서는 실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또한 그 신하들인 귀족, 사족(士族)을 위해서도 매우 불리한 일이라 해도, 인민 전체의 이해득실을 논한다면, 멸망이야말로 오히려 그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천지간에 살아가는 인간의 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영예(榮譽)와 생명과 사유(私有) 이 세 가지로서 여기에 일국을 세워 정부를 만드는 것은 이 세 가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자는 국법으로서 그것을 벌하고, 남의 것을 빌려가 속여서 취하려는 자는 법에 의거하여 재판하고 사유재산을 보호한다. 사람을 죽이거나 또는 상처입히는 자는 그것을 형벌로 다스려 생명을 보호한다. 그리고 영예에는 안과 밖의 구별이 있다. 국내의 인민 상호간에 귀천과 빈부의 구별은 있어도 그 국민으로서의 권리는 동등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작위(爵位)나 신분 등의 허명을 펼쳐 함부로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만일 어기는 자가 있다면 법에 의해 벌을 받거나 사회에서 비웃음거리가 되게 하여 내부의 영예를 보호하는 것이다. 바깥의 영예란 독립의 외교관계를 정부에 맡겨, 정부의 당국자가 제 외국에 대해 우리 국권을 확장하고 자그마한 일에도 영욕을 다투어, 그로써 자국 인민의 독립국민으로서의 체면을 온전히 보존함으로써 정부가 인민에 대한 의무를 다한다. 즉 바깥의 영예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와 같아야 비로소 국민도 하나의 정부 하에서 정부에 봉사하는 보람이 있는 것인데, 지금 조선의 형국을 보면 왕실은 무법적이고 귀족은 발호하여 세법조차 문란의 극에 빠져 백성(民)에게 사유의 권리가 없고, 그저 정부의 법률은 불완전하여 무고한 사람을 죽일 뿐만 아니라 귀족 및 양반의 무리가 사욕과 사적인 원망을 품고 사사롭게 사람을 가두거나 상해를 가하고 죽여도 인민은 그것을 호소할 방법이 없다. 또 그 영예의 한 측면에 이르러서는 상하 간에 거의 인종을 달리하는 것과 같이 적어도 양반 이상이나 직접적으로 정부에 끈이 있는 자는 무한의 권위를 제 마음대로 행사하여, 하층민은 윗사람들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인민은 이미 이와 같이 안으로 경멸당하고, 또한 역시 그 바깥에 대해 독립국민으로서의 영예 여하를 묻는다면 차마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정부는 왕실을 위해 또한 인민을 위해 외국과의 교제를 맡지만, 그들은 세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명의 풍조(風潮)를 알지 못하며, 어떠한 외환에 맞닥뜨려 그 어떠한 국가적 치욕(國辱)을 당해도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태연하여 여지껏 근심과 괴로운 기색도 없다. 오직 분주함은 조정의 신하들이 권력과 영화를 정부에서 다투는 데에 있을 뿐이다. 
 
  붕당은 서로 나뉘어져 갑론을박하고, 논의는 다양해도 그 논의의 귀결점은 오직 일신을 위한 것으로서, 이 무리의 내실을 평가하자면 몸소 국사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국사를 희롱하고 사적인 명리의 매개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支那)의 속국으로 보여도 치욕을 느끼지 못하고, 영국인에게 토지를 뺏겨도 우환을 알지 못하며, 그저 이러한 상황에 무감각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나라를 팔아도 일신(身)에 이익이 된다면 꺼리지 않을 것 같다. 즉 그 사대당(事大黨)의 무리들은 오로지 중국을 받들고, 또한 한규목(韓圭穆), 이조연(李祖淵), 민영목(閔泳穆)과 같은 무리들이 사사로이 러시아정부와 통하여 일을 꾸미려고 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은 알지만 국가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조선인이 외국에 대한 독립의 일국민으로서의 영예는 이미 땅을 팔아버려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 것이다. 인민이 정신 없는 사이에 나라는 이미 팔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매국노는 어디에 있는가 찾아보니 정부 스스로가 이것을 행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조선의 인민은 안으로는 사유재산을 보존받지 못하고 생명을 보호받지 못하며, 또한 영예를 온전하게 하지도 못한다. 즉 국민은 정부의 공덕을 하나도 입지 못한채 도리어 정부로부터 해만 입을 뿐이며, 게다가 외국에 대해 독립된 일국민의 영예도 정부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다. 실로 조선의 국민으로 살아갈 보람도 없거니와 러시아든 영국이든 간에 그들이 와서 제 마음대로 국토를 빼앗는 데도 가만히 둔다. 러시아와 영국의 인민이 되어서야 그 행복은 커진 것이다.
 
  타국 정부에 의해 멸망될 때는 망국의 백성으로서 몹시 즐겁지 못하다고 할지라도, 앞길에 희망없는 고통스러운 세계(苦界)에 침몰되어 평생 안팎의 치욕 속에서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강대한 문명국의 보호를 받아 적어도 생명과 사유재산만이라도 안전하게 하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비근한 사례를 들면, 근래 영국인이 거문도를 점령하여 그 섬 전체를 지배하여 공사할 일이 있으면 섬 주민을 동원하고, 범죄인이 있으면 그를 벌하는 등 모두 영국의 법률을 시행하는 형국을 보니, 거문도는 하나의 작은 멸망국이 되어 도민은 독립국민으로서의 영예는 이미 없어졌지만(이때까지 조금도 독립의 열매도 없었고 그 영예도 없었다), 오직 이 한 가지를 제쳐두고 다른 모든 것의 이해득실을 살펴본다면, 영국인이 공사현장에  동원하면 반드시 임금을 지불하고, 그 임금을 저축하면 더욱더 약탈당할 걱정도 없거니와 사람을 죽이거나 사람을 상처입히지 않는다면 사형에 처해지거나 감금당할 일도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영국인이라고 해서 온화하고 양식 있는 군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때때로 잔혹한 처벌도 있을 것이다. 어떤 때는 짜증을 내며 채찍질을 가하는 일도 있겠지만, 조선의 관리나 귀족 등이 하층민(下民)을 개나 양 보듯 하면서 그 육체와 정신을 나무라고 고혈을 짜내는 자에 비한다면 비교가 안 되는 일이다. 
 
  이미 오늘날에 이르러 청양현(青陽縣) 거문도는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지점의 해상에 위치한 다도해 최남단의 섬이다. (조선시대에는 현재의 전라남도 고흥군을 포괄하는 흥양현(興陽縣)에 속하였다. 따라서 흥양현의 오기?)   관내에 있는 거문도 인민 700명은 행복한 사람들이 되었다고 하여 타 지역 사람들에게서 부러움을 살 정도가 되고 있다고 한다. 악정의 폐해가 남긴 것, 즉 민심이 해체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나는 조선 멸망의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깨닫고, 일단은 조선 정부를 위해 조문하지만, 돌이켜보아 그 국민을 위해서는 그 멸망을 축하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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