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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대한 고민의 연장에서의 한국을 생각한다.-『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를 읽고-

Fulton 2011. 10. 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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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도시가아니다
카테고리 역사/문화 > 문화일반
지은이 이경훈 (푸른숲,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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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건축학도가 쓴 책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내용이 흔히 말하는 도시사회학과 무엇이 다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마누엘 카스텔스의 저서보다도 오히려 간결하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공간적 문제와 더불어 사회적 문제를 합리적이고 논리적 차원에서 잘 보여주는 이 저서는 참으로 보면서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 책을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평소에 서울이라는 공간에 가지고 있던 문제 의식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내 언어로 풀어냈으면 하는 ‘욕구’가 생겼다. 물론 그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미 완성된 글에 무엇을 더한다는 것은 사실 불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그만큼 이 책이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크게 세 가지이다. 이 세가지가 서로를 만나면서 서울은 도시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첫째는 서울은 차가 도시민을 죽이고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서울의 도시계획에서 기존의 근대화 이전의 ‘자연’이라는 관념이 서울을 도시스럽게 만들지 못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셋째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도시스럽지 못함을 일종의 시뮬라시옹을 통해 도시스럽게 위장하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 가지는 모두 중첩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 일단 서울을 도시같지 않게 만드는 것에는 서울에 작용하는 전근대적 관념이 이 세 가지 문제점에 모두 작용하며, 또한 세 가지의 문제가 모두 서울을 개인의 측면에서, 집단의 측면에서, 마지막으로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로서 도시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세 가지 문제는 각기 다른 문제 같지만 현상적으로 결국 서울을 도시 같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고 원인으로서도 하나의 서울이라는 배경을 둔다는 것이다. 이경훈 교수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하나의 배경에서 출발하여 하나의 현상으로 돌아온다. 즉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과연 외국의 도시들은 도시인지에 대해 반문할 수도 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외형이나 지표, 추구하는 바는 도시를 향하고 있지만 해결책이나 삶의 방식은 도시를 벗어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이상향’으로 향하는 모순이 계속된다면, 그 이상향은 기껏해야 로스엔젤레스 같은 도시에 가까워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로스엔젤레스에 대해서 모든 생활이 자동차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형적인 서브 어반의 형태로서, 전원주택에 살면서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하며, 쇼핑몰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고속도로 위에서 연애하며 거리가 없고 인도가 없는 고속도로로 이어진 거대한 시골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로스엔젤레스는 뉴욕이나 시카고와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도시보다 범죄율이 서너배가 높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향하는 바는 로스엔젤레스가 아니다. 그것은 서울 시민들이 원하는 도시의 형태도 아니고, 굳이 넣자면 파리, 뉴욕과 같은 도시가 서울의 모델상이다. 이른바 걷고 싶은 거리나, 서울의 생기는 공원, 한강시민공원, 한강르네상스, 디자인서울 등 모든 서울 프로젝트는 서울의 지향점이 로스엔젤레스가 아님을 말한다. 서울의 지향점이 서브 어반의 연쇄적 연결로 이어지는 로스엔젤레스가 아니라면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물론 저자 역시 서울이 어떠한 형식이든 도시화가 이뤄질 것이라 말하지만 그것은 매우 요원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드는 비용과 가치들을 생각한다면 서울이 지향하는 지점과 도시계획 및 정책이 일치해야 함을 지적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던 구절은 ‘비동시성의 동시성’이었다. 그 이후에 자꾸 이 구절을 인용해서 쓰고 있는 데, 사실 한국사회가 가지는 많은 문제를 한 구절로 요약한다면 저 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즉 동시에 존재하지 않아야 하고 그럴 수 없는 것들이 한국 사회는 동시성을 가지면서 한국사회에서 문제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서울의 문제는 사실 한국의 문제를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얘기다. 즉 서울의 문제는 한국의 문제에서 구조적으로 이탈할 수 없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서울의 문제를 한국의 문제에서 독립하여 도시의 문제로 한정하는 것도 조금은 온당치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문제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 때문에 서울이 도시가 아님을 지적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과연 그 문제를 서울 안으로 닫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생각이다. 사실 여기에서 지적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서울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에 있는 중소도시 및 촌락에도 적용가능한 문제이다. 서울을 개인의 측면에서 걸으며 도시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한국 어디에서나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곳 자체는 지극히 드물다. 그리고 자연과 근대의 충돌은 서울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특히 근대를 추구해야할 곳에 자연을 추구하고 자연을 추구해야 할 곳의 근대를 추구하는 것 역시 흔한 일이다. 그리고 공간이 시뮬라시옹을 통해 본질을 가리는 것은 서울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전반의 문제다. 비동시성의 동시성 문제는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한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에 의해 관념과 인식이 실재를 따라오지 못하였기 때문에도 그럴 수 있고, 급속한 실재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으며 또 다른 가능성을 내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비동시성의 동시성 문제는 오늘 날 서울을 도시가 아니게 하며, 한국의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과연 이러한 비동시성의 동시성 문제에 대한 이 책과 마찬가지로 미시적 접근은 분명히 의미있는 접근이다. 그것은 곧 생활을 통한 본질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보여주는 간결성과 접근하기 쉬운 주제는 한국의 오늘날의 문제를 짚는 올해 최고의 책 중 한 권이라 생각한다. 건축학적 측면이 아니라 사회과학적으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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