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you have I been absent in the spring,

일상단상

서울의 일요일 오후

Fulton 2013. 2.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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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집을 나온다. 어린 시절만해도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나가는 것이 귀찮고, 딱히 내가 원하는 곳을 가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가족에 의해 끌려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 것이 싫어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것이 변하기 시작한 시점이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바뀐 이유를 고민해 보면 주말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 생활의 자율이 더 추가되었다는 것을 댈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에 나오는 시간부터는 내 시간이니까.


서울에 와서 더 나오게 된 이유는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에는 하숙집이나 자취방에 있어서 주말에 할 수 있는 것은 영화감상이나 게임 정도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오는 것이 백 번 현명한 행동이었다. 연애를 하면서는, 주말에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습관이 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짧지 않았지만 몸에 익자,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난 주말마다 일이 없어도 밖으로 나오는 인간이 되었다.


서울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간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서울의 밤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난 서울의 가장 매력적인 시각은 주말의 오후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시의 오후가 가지는 매력과 달리 주말 오후의 서울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평소의 서울이 미쳐있고’, 무지무지 바쁜도시라면 주말의 서울은 그 특유의 나른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평소의 서울이 이 정도면 딱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주나 광주 같은 도시가 일요일 오후가 되면 뭔가 그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함이 감도는 것과 달리 서울의 오후는 적절한 텐션과 동시에 나른함이 감돈다. 적절한 밸런스의 코스타리카 커피 같은 느낌이 바로 서울의 오후의 감상이다.


내가 그래도 서울이 그래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도시의 무기력함과는 다른 것을 일요일 오후에 맞닥트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주말 오후 카페에서 맥북을 들고 어슬렁거리면서 글을 쓰고 책을 보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일상이 힘든 일이 가득한 요즘에도 이런 데에서 기분 좋음을 느끼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직 나는 서울을 분명 떠나고 싶지 않다. 물론 당분간 떠날 일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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