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국제정치학에서 나오는 이론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발언을 하고 그것이 최근까지 정립되어온 설명들과 거리감이 있다면 기존의 이론 혹은 패러다임에 의한 비판에 대해 노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러한 비판에 대하여 기존의 이데올로기의 함몰된 시각으로 몰아붙이는 반박이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새롭거나 참신하다고 여기는 생각들은 이전에 이미 도출되었던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러한 ‘새로운 생각’이 기존의 생각과 충돌한다면 아마도 그 ‘새로운 생각’은 이미 논파되거나, 다른 논리에 입각한 생각에 의해 퇴조했을 개연성이 크다. 만약 그러한 시각이라면, 논파되고 논박된 과정을 다시 재반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나오는 이른바 ‘새로운 생각’들 중 일부는 사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존의 이론들을 기존의 고정관념이거나 기존 체제를 지지하기 위한 이론이라고 반박해 버린다. 이론이라는 것은 본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논리적인 틀이고, 따라서 현재의 이론은 현재의 체제를 설명하는 데 있어 유효할 가능성이 크다. 즉 현재의 체제에 현재의 이론이 합치된다고 해서 그것이 그 체제를 지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론의 설명적 적합성이 더 높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는 게 논리적으로는 더 합당하다.
고정관념은 분명 인간을 퇴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떠한 이론이 고정관념이라면 그 고정관념을 깨야 할 ‘새로운 생각’은 논리적으로 더 치밀해야 하고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더 적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새로운 생각’이라기 보다는 이전의 퇴락해버린 어떤 관념의 재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음모론도 사실은 마찬가지다. 만약 기존의 어떤 현상에 대한 음모론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음모론이 다른 여타의 설명들보다 더 적절한 설명력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음모론은 사실 루머의 불과할 뿐이다. 설령 그 음모론이 옳았더라도 말이다. 국제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현상을 다룬다면 이러한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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