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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한국에서 한국과 일본을 비교할 때 벌어지는 문제에 대하여

Fulton 2024. 6. 1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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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일본과의 비교는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화두입니다. 경제 발전 모델, 기업 문화, 사회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 나라를 견주는 담론이 끊이질 않죠. 그런데 우리는 과연 적절한 비교를 하고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한일 비교 논의에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보다 건설적인 비교를 위한 제언을 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종종 수십 년 전 한국과 일본의 모습을 기준 삼아 현재를 재단하곤 합니다. 가령 1980년대 일본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강조하며 당시의 한국을 열등한 존재로 그리는 식이죠. 그리고는 그런 구도를 마치 변함없는 진실인 양 오늘날에도 투영합니다. 하지만 이는 두 나라가 지난 30~40년 간 겪은 극적인 변화를 간과한 탓이 큽니다. 1980년대 한국은 정치적 격변기였고 경제 규모도 일본에 한참 뒤처져 있었죠. 당시만 해도 일본을 '선진국 클럽'의 일원으로, 한국을 '후발 개도국'쯤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2021년 기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5,192로 일본($40,704)의 86.4% 수준에 이릅니다. 2022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일본의 61.7%로, 1980년(10% 미만)의 6배가 넘죠. 산업 구조에서도 한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분야로 도약했고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둘째,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일본이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걸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해야 합니다. 일본은 장기 불황에 시달리며 '잃어버린 20년'이란 말까지 들어야 했죠. 반면 한국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끝에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눈부신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부에선 1990년대 초중반 일본의 모습을 잣대 삼아 한국 경제와 기업을 폄훼하곤 합니다. 당시 일본의 주가 버블이 한국의 부동산 거품으로, 일본 기업의 방만한 차입경영이 한국 재벌의 오늘로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말하죠. 마치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와 기업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재벌 개혁으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재무구조도 개선됐죠. 은행의 건전성도 높아졌고 외환 보유액도 크게 늘었습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도 주효했습니다. 이런 변화상을 외면한 채 과거에 머문 기준으로 한국 경제를 재단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봅니다.

셋째, 한일 비교는 대개 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개별적 체험과 관찰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 사회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면 거시적이고 다각적인 분석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개인의 단편적 인상에만 기대 두 나라를 피상적으로 견주다 보면, 부분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거든요. 체계적인 데이터와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 비교가 이뤄져야만 개별 경험이 의미 있게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우리는 일본 사회의 특정 부분만을 한국 사회 전반과 비교하곤 합니다. 예컨대 소수 일본 기업의 우수 사례를 한국 기업 일반의 한계로 치부하고, 일본식 제도의 장점만을 강조하며 한국식 시스템을 폄하하는 식이죠. 특정 영역의 비교가 시사하는 바가 있겠지만, 그것을 곧바로 사회 전체의 우열로 연결 짓는 건 위험합니다. 사회는 복합적 유기체와 같아서 어느 한 부분의 성과가 전체의 건강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부분과 전체를 혼동한 비교는 쉽게 왜곡된 인식을 낳곤 하죠.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는 한일 비교에 세 가지 유의점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동시대성의 기준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걸어온 역사적 궤적의 유사성을 인정하되, 각자 처한 좌표의 차이를 직시해야 합니다. 상대의 과거를 자신의 미래로 환원하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경험과 데이터의 조화입니다. 개인의 경험과 통찰을 소중히 여기되, 대표성 있는 지표와 연계해 해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주관과 객관을 균형 있게 교차 점검함으로써 실효적인 비교에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전체상을 조망하려는 노력입니다. 사회의 부분과 전체를 유기적으로 바라보고, 개별 사례를 맥락 속에서 읽어내려 애써야 합니다. 단편적 사실보다는 종합적 분석에 기대는 열린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사례들은 서로 다른 시공간의 잣대로 두 나라를 겹쳐보는 비교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보여줍니다. 과거의 차이를 현재에 투사하고, 상대의 발자취를 자신의 운명으로 예단하는 건 균형 잡힌 시선이 아닙니다. 

물론 일본의 경험에서 귀감을 얻는 일은 중요합니다. 양국이 맞닥뜨린 사회경제적 여건의 유사성을 감안하면 비교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할 순 없겠죠. 그러나 그 비교는 엄밀한 동시대성의 잣대에서, 두 사회의 구체적 맥락을 충실히 짚어가며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개별 사례나 영역을 넘어, 총체적 관점에서 상대 사회를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병행돼야 합니다. 사회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유기체와 같습니다. 섣부른 단편적 인상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다각도로 조명하며 신중하게 분석하려는 태도가 요청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견줄 때, 상호 간 발자취를 균형 있게 되짚어보고 시대적 좌표를 냉정하게 인식하며 전체상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서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생산적 교훈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 필요한 건 비교 대상에서 '우월함'이 아닌 '다름'을 발견하려는 태도입니다. 상호 간 장단을 겸허하게 배우고 협력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갇힌 이분법을 벗어나, 오늘의 한국과 일본이 함께 마주할 도전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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