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애도를 표하네. 자네의 친우였던 영이 돌아가심에 대해서는 애도를 표하는 것이 맞다고 보네. 비록 자네와는 많은 다툼이 있어왔지만 자네는 영의 존재를 소중하게 생각해왔고, 영하는 일에 대해 불만이 많았었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 영의 존재는 결국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왔지. 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지나치게 공리주의적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것이 어쨌든 사실인지는 잘 알았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없었네. 어쨌든 영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깊게 표하는 바이네.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네.
지난 편지에서 서울의 확장과 서울 파시즘의 상관관계, 그 사이 관계에서 중요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사건으로 난 ‘민주화’를 들었네. ‘민주화’는 한국에서 서울 파시즘을 용인하게 한 중요한 개념이라 생각하네. 한국이 80년대 후반 민주화를 거치며 비로소 완전하게 현대적 사회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만, 이미 국제정치는 탈현대가 본격화되고 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치적 현대화가 이제 시작하게 되었고 이는 서울 파시즘을 정치적으로 가능하게 한 기제가 되었네. 이것 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드네.
서울 파시즘을 작동한 중요한 경제적 기제는 부동산이네. 여기서 대부분 사람들은 아파트를 떠올릴 걸세. 난 아파트가 이른바 부동산 시장의 중심이라는 것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며 서울 파시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부정하지 않을 걸세. 하지만 핵심은 엄밀히 말하면 아파트는 아니네. 아파트는 하나의 현상일 뿐일세. 난 그것보다는 더 큰 것은 바로 토지와 임대료에 있다 보네. 즉 정치경제학적인 용어로 치환하면 지대라는 용어나 혹은 엘젠한스가 말한 렌트에 핵심이 있다고 보네. 지대와 렌트의 상승이 곧 주거지인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가져 온다는 거네. 즉 중요한 것은 아파트가 아니라 토지라는 기반의 가격의 변화가 바로 그것이라는 거네.
서울 시민과 수도권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우위를 지방에 비해 확보할 수 있던 가장 쉬운 부분은 아파트였네. 여기에 심지어 지방사람들까지도 끼어들었지. 여기에 끼어 든 지방사람들은 사실 어리석은 바였네. 가치가 가장 불변한 재산은 화폐를 넘어, 부동산이네.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의 가격에 변화가 온다면 재산의 가치는 상대적인 변화라기보다는 보다 절대적인 변화에 가까운 걸세. 즉 재산 가치의 측정자체가 변한거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네. 즉 지방 사람들마저 낀 이른바 아파트 열풍의 중심은 철저히 서울과 수도권 중심적이었고 이는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의 재산을 불려주었네.
임대수익에 대하여 사람들이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난 사실 고민이네. 서울과 수도권에서 파생하는 임대수익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이네. 심지어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과 수도권에서 인지하는 임대수익은 개념 자체가 다르네. 지방에서야 차곡차곡 쌓는 용돈 모으기 개념이라면 서울과 수도권은 자본을 쌓는 수단으로서 취급되지. 뭐 인식의 차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이건 인식의 차이를 넘어 수익률의 차이라고 봐야 더 적절할 걸세. 지방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과 달리 서울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크지. 이것이 투기자금이 모여 수익률이 상승하였는가에 대해서는 분명 회의적이네. 서울과 수도권이 공업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정치, 상업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수익률 자체가 극명하게 높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네. 교육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집중화 이전에 서울의 교육 수준이 지방의 교육 수준과의 차이가 지금과는 많이 다르네. 오히려 교육은 서울과 수도권의 집중화 이후의 그 이후의 발생한 차원의 문제라고 보네.
난 절대로 교육이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독립변수가 안된다고 보네. 오히려 부동산 수익의 대한 열풍으로 사교육 열풍이 다가왔고 사교육이 공급이 되면서 사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가 계층간의 문제인 동시에 부동산 가격 차이를 유발했다고 생각하네. 즉 교육이 본질이 아니라는 거지. 다들 서울로 이주하는 문제를 교육의 문제를 얘기하지만 문제는 그에대한 설명은 대학교의 입지 이상을 설명할 수 없네. 교육 문제는 나중에 더 자세히 서술 하겠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부동산과 교육은 떨어트릴 관계가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부동산 문제가 교육문제를 유인했다는 설명을 하고 있는 걸세. 부동산 없는 교육은 설명할 수 없지만 교육 없는 부동산은 여전히 설명력을 가진다는 거지.
서울과 수도권이 가지는 경제적 우위를 결정지은 것은 산업이 아니라 바로 부동산이었다는 거네. 이는 지역적 균열을 가져온 가장 큰 결정 변수라 생각하네. 만약 부동산이 아니라 산업이었다면 수도권의 지금과 같은 행태는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났어야 했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서울 파시즘의 행태는 결국 민주화 이후라는 걸 생각해보면 민주화 이후의 서울과 수도권의 경제의 가장 큰 테마가 부동산의 상승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역시 부동산 문제가 산업보다 변수의 영향력적인 측면에서 더 크다는 설명을 가능하게 하네.
사실 더 자세히 쓰고 싶었지만 내 한계가 뚜렷해서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해 보이네. 자네에게 더 많은 지적 충실을 보이지 못함에 사과를 하네. 나 말고 다른 분이 리서치를 하여서 결과를 반증한다면 좀 더 나을 거란 생각을 하네. 다음에는 서울과 수도권의 정치성 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네. 갑자기 쌩뚱맞게 이 이야기를 하나 하겠지만 결국 다 연결되는 이야기 일세. 다음 편지까지 잘 있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