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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Korean Politics

『건국과 부국』을 읽고.

Fulton 2011. 8. 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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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과부국(개정신판)이승만박정희시대의재조명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김일영 (기파랑,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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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야기』의 리뷰에서도 언급하긴 했지만 필자는 뉴라이트적 역사관을 독립적인 역사관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른바 ‘좌파적 역사관’에 대한 반동으로서, 반공산주의적인 기존의 보수적 역사관에 더불어 근대주의적 Nationalism이 추가되었고, 여기에 서구적인 포스트모던적인 방법론이 약소하게나마 첨가되면서 완성된 것이 뉴라이트의 역사 체계이다. 물론 이러한 뉴라이트의 형성이 뉴라이트에 대한 비판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뉴라이트가 독자적인 어떤 역사철학이나 체계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건국과 부국』이 이전에 리뷰한 『대한민국 이야기』와 다른 점은 역사적 초점을 개인에 맞춘다고 내세우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점이 필요하다고 설명은 하지만 그것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발전국가 모델’이라는 정치경제학적 개념이 개입한다. 故 김일영 교수는 한국의 ‘발전국가 모델’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그것이 박정희 체제가 한국이라는 국가에 기여한 점이라고 말한다. 즉 박정희 체제가 ‘강한 국가’를 유지해야 했던 것은 이러한 ‘발전 국가 모델’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故 김일영 교수의 서술이 이영훈 교수의 서술 문체에서 차이가 나는 또 다른 점 하나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의 ‘강한 국가’로 인해 벌어진 부작용에 대해서 시대의 한계나, 당시의 관념으로 변호하지는 않는다. 즉 변호할 수 없는 점에 대해서는 변호하지 않는다. 이는 정치학에서 ‘인권’과 절차적 정당성과 같은 관념은 상대적이 아니라 인류보편적이고 이를 옹호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故 김일영 교수의 주관에 의거한 것 같다. 사실 자유민주주의를 정치사상적인 근거로 삼는 뉴라이트에서라면 오히려 이러한 시각이 일관 성 측면에서 분명히 더 적합하다. 오히려 이를 시대적 차원에서 봐야한다는 이영훈 교수의 시각은 정치사상적인 기반에서의 자유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인권’이나 ‘기본권’과 같은 관념은 자유 민주주의에서는 시대적 당위가 아닌 항구적 당위이고 점차 앞으로도 추구해 나가야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좌파적 자유 민주주의나 우파적 자유 민주주의 모두 공통점을 가지지만 이를 이영훈 교수는 공리주의적인 시대적 당위로 치환했었다. 다만  故 김일영 교수는 이러한 차원에서 보다 철저히 자유 민주주의의 사상적 근거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이영훈 교수가 보여주지 못한 뉴라이트가 당위로서의 자유민주주의에 근거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건국과 부국』의 서술 두 축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치경제학적인 발전국가 모델에 대한 불가피성으로 이뤄져 있다. 이 두 축은 사실 뉴라이트가 주창하는 바이며 여기에 외환위기 이후 Globalization이 추가되면 뉴라이트가 주창하는 관념 모두가 포함된다. 『건국과 부국』은 결국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에 대한 서술을 하고 있기 때문에 Globalization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 해보면 결국 뉴라이트의 역사관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민족을 주창하는 뉴라이트의 시각에서 국가주의를 채택하는 것은 하나의 모순이지만 故 김일영 교수의 서술에서는 탈민족주의적인 서술은 뚜렷이 나타지 않기 때문에 국가주의적 서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방법론적인 모순이 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다른 뉴라이트 학자들의 서술과 『건국과 부국』의 서술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건국과 부국』에 약점이 존재한다면, 과연 뉴라이트가 어떠한 역사철학을 제시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옹호와, 발전 국가의 모델의 불가피성을 제시한다면 과연 앞으로 이러한 역사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고찰 자체에 이론적 모델이 제시되기 어렵다. 또한 발전 국가 모델의 시대적 상황이라는 점에서 불가피성이 제시된다면, 앞으로 발전 국가 모델은 어떻게 폐기되어야 하며 어떻게 이양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제시되어야 하나 『건국과 부국』에서는 사실 그 점이 미흡하다. 물론 故 김일영 교수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보강을 시도한 흔적이 보이지만 그것을 끝내 다하지는 못하였다. 이것은 애석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뉴라이트적 역사서술의 최고는 논문 모음집인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 아니라 『건국과 부국』이라 생각한다. 일단 단독 서술인 점에서 완결성을 가지며, 다른 뉴라이트에서 나온 저작들과 달리 방법론적인 측면이나 기반적 차원에서 탄탄함을 가진 서술이라 생각한다. 또한 ‘잘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재평가를 하되, 못한 점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이 변호하지 않는다.’라는 자세는 분명 학계에서 비판이론으로서 등장한 뉴라이트 역사 체계라는 측면에서 건전한 역사적 견해 제시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치적인 프로파간다도 아니고 이를 오히려 학술적 차원 안에서 논의하려 했으며 이는 분명 학술적인 차원에서의 건전성을 유지하려 했던 故 김일영 교수의 노력으로 보인다.

저자인 고인과 필자는 생각보다 연이 있는 사람이지만, 더 그것을 길게 쓰지는 않을 생각이다. 최소한 내가 아는 고인은 분명 인간적 차원에서도, 학술적 차원에서도 모범이 되시던 분이었다. 그리고 그 두 차원이 서로 별개가 아닌 하나로서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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