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고전을 좀 많이 보고 있다. 플라톤, 하이에크,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앞으로 읽을 베버까지 고전들을 하나하나 젖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고전들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학부 시절에만 하더라도 이런 고전을 탐독했었다. 정작 대학원에 오고 하면서 오히려 고전을 멀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유라면, 고전을 읽기보다 읽어야 할 직접적인 텍스트가 적지 않았고, 그리고 고전을 읽을 직접적인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야 고전을 다시 읽는 것인가? 정치학자들의 거장들이 고전에 대한 논평이 큰 이유가 되었다. 이러한 고전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주장과 논리와 방법론을 훈련하였고, 더불어 이러한 고전을 통하여 정치학 전반의 공통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전은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플라톤의 『국가』와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읽는 것이 그러한 이유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정치학』을 방학 이전까지 보게 된다면 밀의 『자유론』도 다시 한번 읽어볼 것이다. 이러한 고전 및 사상서가 지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생각한다. 이전에 쓴 리뷰에서의 아이켄베리의 지적 배경이 된 비교정치학자들도 저런 고전의 지적 배경 위에서 쓰여진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본다면 고전은 여전히 정치학에서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보면서 반면교사를 삼은 그런 느낌이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노예의 길』을 보면서 가장 느낀 것은 하이에크의 논리나 주장에 분명 공감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노예의 길』에서 한 이른바 문헌 분석이 너무 이상한 감이 있다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정치사상이나 혹은 사회철학의 기반이 없는 학자가 그냥 텍스트를 보고 그것을 재구성하여 해석한다는 그런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심지어 EH 카의 『20년의 위기』를 전체주의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석한 부분은 거의 코미디였다. 국제정치의 층위를 개인적 윤리관으로 해석하는 것을 보면서 기존의 한국인들이 많이 저지르는 집단 윤리를 개인 윤리화 시킨다는 것의 반대를 본 느낌이었다. 마치 개인 층위에서의 윤리관을 집단 층위에서 그대로 적용한다는 그런 것이었고 그것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보면서 잘 못 되었다고 비판할 수 있었다. 결국 고전의 대화를 통해서 고전에서의 함의와 문제까지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고전을 읽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고전을 읽고 거기에 맹신하는 것은 사실 고전을 종교 교전처럼 봐버리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이겠지만, 여전히 고전은 학문체계에서 기반을 차지하고 있고 실제로 정치학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하는 것이기에, 그 기반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을 꾸준히 계속 읽어 나갈 듯 하다. 의미 없는 고전이라면 오래 전에 쇠락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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