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에는 참으로 다양한 컨셉의 아이돌이 존재한다. 사진은 아직은 지하아이돌이지만 최근에 분위기가 좋은 스팀걸즈.
어느 날 문득 다음팟 방송 여기저기를 누르다가 이른바 매우 독특한 아이돌 걸그룹을 봤다. 츄리닝에 이른바 내가 중고딩 때 반에서 유행하던 나이트댄스를 레퍼런스로 하는 안무를 보이며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하며 홍보를 하고 있는 걸그룹이었다. 당시에 AKB48, 퍼퓸, 모모크로, 큐트 등을 주목하고 있던 나로서는 한국에서도 이른바 이러한 로우파이형 걸그룹이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돌 문화에 조예가 있는 애인님이 여기에 이러한 지적을 하였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아이돌은 한번은 주목 받을 기회가 반드시 온다.”
처음에는 그 그룹은 평범한 걸그룹의 컨셉들로 데뷔를 하였으나 주목을 받지 못했고, 그러한 돌파구로서 새로운 컨셉을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들은 주목을 받았다. 그 뒤에는 한술 더 떠서 그때 홍보를 하던 노래보다 더 로우파이 지향의 노래를 들고 나와서 대박을 냈다. 자신들이 거리에서 홍보를 하던 때의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박을 낸 것이다. 이 그룹의 성공에 흥미로워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에게 이 그룹의 기획사가 어떤 회사냐고 물었다. 그 뒤에 돌아온 말은 예측에 없던 답이었다.
“하나도 몰라.”
“무슨 말이야?”
“이 바닥에서도 다들 신기해 하는 일인데, 그 회사 사장 이 바닥에서 아예 처음 듣는 이름이야. 다들 그래서 그 팀의 성공에 대해서 미스터리라고 생각하고 있어. 너도 알잖냐. 이 바닥의 많은 부분이 인맥에 의해서 토대가 마련되는 데 그런 거 하나 없이 하는 거 같아.”
예측 밖에 대답이었지만 뭔가 설명되는 부분은 있었다. 이른바 인터넷 커뮤니티 및 다음팟 같은 데서 직접적인 방법으로 홍보를 하는 걸그룹은 생각해보면 이 팀 정도였다. 글램이라고 불리던 걸그룹도 물론 그러한 방향을 썼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건 걸그룹과 다음이라는 회사간에 B2B 협력을 통한 홍보였고 1, 연계가 없는 플랫폼을 통해서 홍보를 하던 팀은 사실 이 팀 정도였다. 즉 기존의 방식과는 매우 거리가 있는 홍보방식이었다. 로우파이형의 걸그룹이야 일본에서 따왔다고 할 수 있지만 이른바 일본의 ‘지하형 아이돌’은 소극장 공연을 기반으로 하는 데 이 팀은 행사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홍보로서 자신들을 알리고 성공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인이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보통 저런 식의 성공은 부메랑이 한번은 올거야. 이 바닥의 경험이 없다는 것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거고, 이 바닥의 인맥이 없다는 것은 그러한 실수를 커버할 쉴드가 없다는 것이니까. 그것을 넘기면 롱런하겠지만 거기서 꺾이면 끝나는 거지.”
그 말대로였다. 이른바 일베돌이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그 동안 이 팀의 홍보방법 중 하나였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홍보는 정치적 건전성이 결여된 커뮤니티와 연계되면서 문제로 터져나왔고 로우파이형 아이돌이라는 컨셉은 모모크로와의 표절이라는 의혹으로 터져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에 경영자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문제는 산으로 가고 있었다.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 커뮤니티를 비판하는 대중들에게도, 그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대중에게도 어느 쪽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방법으로 대처를 하는 등의 경험미숙을 보였다. 일본 아이돌을 죽 봐온 나에게는 사실 한국의 걸그룹 중에서 일본 아이돌의 컨셉을 차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운 아이돌이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모모크로와 그 걸 그룹이 너무 비슷해 보였나 보다. 물론 필자의 입장에서는 두 그룹이 표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모모크로의 아크로바틱함을 자랑하는 안무 컨셉과 그 걸그룹의 나이트댄스가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에 회의가 있지만, 로우파이라는 점과 전대물 컨셉의 차용 등을 생각해보자면 일본 아이돌을 보지 못한 대중들에게는 유사해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기획사 사장이 아예 그런 아이돌을 듣지도 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이것은 컨셉의 차용 정도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모크로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정신나간 듯한 격한 안무들이다. 같은 아크로바틱이라도 한국의 아크로바틱 댄스를 지향하는 인피니트 같은 그룹은 잘빠진, 절도 있는 안무를 지향하는데 모모크로는 철저히 정신나간 듯한 격한 안무를 보인다.
정치적 건전성을 결여한 모 커뮤니티의 문제가 많은 부분을 음모론적인 추론을 한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이 걸그룹과 그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주장하는 측 역시도 많은 부분 음모론적인 추론을 하고 있는 것도 점차 보였지만, 기획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적절하게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과 인적 네트워크가 약한 문제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지에 대해 아직은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지인의 언급대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어느 정도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팀이 이른바 묻혀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팬이었던 적은 없다. 바그너의 팬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성공을 바라보듯 그냥 죽 지켜봤을 뿐이다. 하지만 지켜 보는 과정에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특징을 볼 수 있었다는 데에서 흥미가 있었다. 어느 사건이나 현상에서 단순히 성공만을 바라보는 것보다는 긍정성과 부정성을 모두 보는 지점에서 여러가지를 도출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팀이 잘되던, 못되던 그것은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저 관심만 있을 뿐이다. 무엇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오게 했는지, 그리고 무엇이 대중들로부터 혐오를 이끌게 했는지를 봐온 나에게는 한국에서 로우파이형의 걸그룹이 성공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결부되어야 만 그것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아직 이 팀이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다만 이 팀이 이 바닥 사업에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 결정적으로 잘되지 못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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