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형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관한 글을 써야 하지만, 일단 미뤄두고 올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올 한 해를 정리할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렇게 기분이 개판인 채로 한 해를 맞이하는 것은 딱히 좋지 않는다. 뭐랄까, 새해를 새 기분으로 이런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 것이 현재 내 상태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광고 카피와 정치적 구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필자는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 연말에 몇 건의 일을 거치면서, 조금 바뀐 부분은 이전에는 개인은 믿지 않았지만 나름의 조직의 효율성과 합리성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긍정하였다면, 지금은 그것도 다 무너졌다. 조직의 경직성과 비효율성에 대해서 짜증을 냈던 것도 조직이 가지고 있는 효율성과 합리성에 대한 부작용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 해왔던 것인데, 그렇게 해온 생각들이 다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직에 대해서 걱정을 해서 무얼하겠는가? 조직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가 모순 덩어리라면 개인이 해야 할 합리적인 판단은 그 조직에 대해서 기대치를 극도로 낮추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 될 것이다. 괜찮은 개인들이라도 이 들을 조직으로 묶어놓으니 다 개판이 되는 것을 보면서 조직에 대해 실망해야 할지 개인에게 실망해야 할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난, 둘 모두에게 실망하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다 자기 일을 챙겨 달라며 아우성을 펼치고 거기에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을 때, 정작 내 것이 활활 불타고 있을 때는 그 누구도 충고한마디, 조그마한 도움하나 안해주는 것을 보면서 극도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도움을 요청했을 때, 나서준 사람이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서 내가 극도로 잘못 판단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소모품은 소모품답게 굴어야지 긴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겠는가? 다 내 부덕 탓이다. 이 모든 게 업보인 것이다. 결국에는.
욕을 할 필요도 없고, 짜증을 낼 일도 아니다. 그저 내가 챙겨야 할 제일 우선은 내 일이었던 것이다. 조직을 먼저 챙겨야 한다면, 그것이 ‘내 조직’일 때 해당하는 말이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지만, 그 공이 내 공이 아니라면 사실 아무 의미도 없었고 그것이 내 ‘사’를 고려해주지 않는 다는 것을 이번에 좀 깨달은 듯 하다. 내 개인이 허약하고 개인의 영역이 흔들거리는 데, 내가 무슨 공을 지탱한단 말인가? 그것이 지나친 오만이었다.
토라지고 말 것도 없고 이제는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다. 여기에서 흔히 ‘회의를 품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 데, 내가 느끼기에는 회의를 품는 것도 긍정성과 부정성의 양면성을 가질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다들 나에게 그래도 저 먼 곳보다 나은거라고 다독이는 식으로 말했지만, 솔직하게 여기서 털고 말하자면 차라리 여기보다는 적어도 나에게는 저 먼 곳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든 게 올해였다. 처음으로 파란 색을 버리고 조금 더 편하고 내 생활을 가지겠다고 여기를 선택한 나의 심미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의문을 던진 한 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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