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가 또 끝나가고 있다. 배우던 입장에서 가르치는 입장이 된 지 세 번째 학기다. 앞으로도 세 학기가 남은 이 시점에서 이번 학기를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학기는 뭔가 일에 항상 쫓겨 있던 학기였다. 강의 뿐만 아니라 신경써야 할 업무가 적지 않았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1학기보다 2학기가 훨씬 벅차다. 때마다 밀려오는 과업은 적지 않았고, 지난 학기에 끝났어야 할 일들이 끝나지 않은 채 나에게 다가오면서 더욱 바빴던 것도 분명 사실이다.
아쉬운 것은 이렇게 일에 쫓기니 강의에 투자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강의를 소홀히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반성해야 할 일이 맞다. 강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강의에 소홀해 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방학 중에 학기 준비를 마쳐서 그나마 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강의가 엉망이 되었으리라 몇 번 생각했었다.
학기 중에 논문을 하나 마친 것은 그나마 수확이었다. 매우 질질 끌어오던 논문이었기에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끝내지 못하리라는 생각도 몇 번 했었지만 어쨌든 꾸역꾸역 썼고 결국 제출 한 채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잘 처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게 되면 다음 학기에는 더 편한 마음으로 다른 논문들을 잡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 학기 동안 어찌보면 못 볼 것을 많이 봤다. 마음이 많이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기의 실체를 좀 안 것 같은 그런 생각은 든다. 그것이 실체라니 이제 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 않다. 그렇게 알고 있고 그냥 각오하고 있으면 되는 것일테니까.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으니 불안해 할 것도 없다. 그냥 받아들일 뿐이다.
다음 학기에 더 나아지는 것을 기대해야 하지만, 미안하게도 난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짧막한 내 기대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는 수확물이 좀 많았으면 싶다. 이번에 한 잘못들을 다음에는 반복하지 않기 만을 바라고, 지금보다 나쁘지 않은 학기만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만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절박함에서 기인하는 것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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