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you have I been absent in the spring,

일상단상

작문과 나체에 대한 잡생각

Fulton 2014. 2. 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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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야 친절한 글일까, 어떻게 해야 전달력을 높일 수 있을까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글에 대해서도 좀 많은 생각을 했다. 여전히 글을 못쓰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 스타일을 사실 포기하고 싶지만은 않다. 쓸데 없는 고집인 것은 알지만 적어도 내 글이 내 글다웠으면 하는 그런 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글에 손대는 것에 혐오감을 표시하는 지도 모른다. 사실 내 공간에 누군가 손을 대는 것을 그래서 원치 않으며 내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불쑥 손이 들어오는 것도 어쩐지 혐오감이 크다.

 

아직도 글을 쓸 때 되새기는 말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나체를 남들에게 그대로 보여준다는 말이다. 고등학교 때 들은 말인데 여전히 수긍이 가고 계속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에 신중함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말인데, 남에게 나체를 드러낸다면 최소한 그 나체에 대한 자신이 있어야 될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보여줬을 때 자신이 부끄럽지 않은 나체가 되는 것, 즉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에서는 모두 다 비유이니 궁극적으로 글이 표방하는 원형질을 보기 좋게 가꾸는 것이었다.

 

다만 인간의 수치심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나체를 공공에 보여준다는 것은 결국 수치스러운 일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결국 글을 씀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자기관리를 함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 자체를 쓰는 것에 대해서 신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게 되니 뭔가 복잡해졌다. 은유를 가지고 추리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글을 쓴다는 것에 뭔가 부담이 실리게 되었다.

 

결국 돌아와서 누가 내 글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해 급정색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 내 나체를 만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자기관리도 했고 보여주기 싫지만 어쨌든 보여준 글을 남이 이렇게 만지고 저렇게 만지고 하는 과정에서 급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가 거기에 있나 싶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 바닥에 있으면서 내 글이 누군가에게 안 만져질 수 없는 일이고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이 나도 꾹 참는 수밖에 일단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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