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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이야기

전주 이야기 -2- 전주에서 콩나물국밥 먹기

Fulton 2014. 7. 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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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대해서 쓴다고 하면 음식 이야기를 해야 한다. 전주 사람 대부분에게 전주 음식의 대표를 뽑으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나올 음식으로 콩나물국밥을 꼽을 것이다. 왜 비빔밥이나 한정식이 아니라고 한다면, 한정식은 서민 음식이라기에는 가격이 비싸고, 비빔밥에 대해서는 후에 비빔밥에 대해 서술하면서 다시 논하기로 하겠다.

 

전주의 콩나물국밥에 대한 설명은 프로농구단 전주 KCC의 감독인 허재가 당시 삼성 감독이었던 안준호의 전주비빔밥 드립에 대응하여 전주는 콩나물국밥이 더 맛있다"[각주:1]고 날린 것으로 잘 알 수 있다. 물론 허재 감독이 술꾼이어서 해장국인 콩나물국밥을 더 선호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외지인이지만 전주에 상주하는 허재가 전주의 아이덴티티로서 제시한 것이 비빔밥이 아니라 콩나물국밥을 꺼내 들었다는 것은 분명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다.

 

콩나물국밥은 전주에 사는, 그리고 전주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전주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이다. 다만 콩나물국밥이란 음식이 참 묘한 부분이 있는데, 사실 처음에는 왜 맛이 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없다. 필자 역시 광주에 거주하던 시절에 한 달에서 두 달에 한 번 정도 전주를 와야 했는데 그 때마다 거의 매번 부모님에 이끌려 콩나물국밥집을 갔지만 사실 왜 맛있는 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전주에 이사오고 나서야 그 맛을 이해하게 되었다. 소화도 잘되고 먹으면 시원하고 몸에도 잘 맞는 이 해장국은 가성비 극강의 음식이었다. 지금도 6천원이면 한그룻이 나오는 이 음식은 처음 전주에 왔을 때는 더 저렴했으며 아버지 말에 의하면 예전에는 이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쌌다고 한다. 늘 어른들은 과거가 현재보다 더 좋았다고 말하는 법이니, 이 점은 고려해서 들어야겠다.

 

전주의 콩나물국밥은 음식점마다 미묘한 스타일의 차이가 난다. 기본적으로는 팔팔 끓여서 나오는 삼백집-한일관스타일의 콩나물 국밥이 있고 이른바 찬밥을 말아 나오고 약간 미지근하게 나오는 남부시장식의 콩나물국밥이 존재한다. 같은 팔팔 끓이는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삼백집과 한일관은 들어가 있는 김치에 따라서 맛 차이가 난다. 삼백집이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육수에 가깝다면 한일관은 좀 더 칼칼하다.

 

왱이집은 삼백집-한일관 스타일과 남부시장식 사이에 놓여있다고 보면 되는데 남부시장식에 들어가는 오징어 고명이 들어가고 삼백집과 한일관에서는 나오지 않는 수란이 나온다. 삼백집과 한일관은 보통 계란프라이가 나오는데 가끔 미친듯이 바빠 서비스가 영 시원치 않을 때는 안 나올 때도 있었다. 수란을 먹는 법은 수란에다 나오는 김을 뿌리고 콩나물해장국의 국물이나 밥까지 떠서 살짝 넣고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그만이다. 좀 간이 밍밍하다 싶으면 간하라고 나오는 장조림이나 새우젓을 넣어도 된다. 사실 술 먹은 해장으로는 계란프라이보다는 수란이 조금 더 좋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참고하면 더 좋겠다.

 

현대옥은 현재 프랜차이즈화 되어 전국에 퍼지고 있는데 사실 전주의 본점 맛을 따라가기에는 조금 부족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확실히 왱이집보다도 미지근하게 나오며, 빨리 퍼먹기 좋게 나온다. 국을 끓이고 밥을 마는 방식이 아닌 찬밥에 국물을 부어 미지근하게 나오는 이른바 토렴식이다. 이 방식으로 국밥을 했을 때 국밥을 좀 더 빨리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확실히 순해진다. 해장하기에도 장점은 있다. 하지만 필자처럼 팔팔 끓여먹는 국밥이 체고시다.’ 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면 현대옥의 방식은 확실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현대옥도 계란프라이가 아닌 수란이 나오니 참고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콩나물국밥을 먹는 법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일단 대부분의 콩나물국밥은 계란프라이(혹은 수란)-조미김-깍두기-새우젓-장조림 이렇게 찬으로 나올 것이다. 사실 어떻게 먹어도 좋다. 간을 새우젓이나 장조림으로 빡세게 해서 먹어도 되고 김을 와장창 부순 다음에 국밥에 투하해서 먹어도 된다. 깍두기 국물로 간을 해서 조금 더 달큰칼칼하게 먹어도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수란에 국을 말아서 먹어도 맛이 있다. (단 왠만하면 계란프라이를 국밥에 투하하는 건 좀 지양하자. 그건 아닌 것 같다.) 콩나물국밥은 와인과도 같다. 자기한테 잘 맞는 콩나물국밥이 있고, 그 콩나물국밥이 제일 맛나는 자기만의 방식의 존재한다. 최소한 하나는 존재하리라 확신을 한다. 그 방식을 어떻게든 찾아서 먹는 것이 바로 콩나물국밥을 먹는 자의 몫이다.

 

한가지 팁을 더 보태자면 콩나물국밥을 전주에서 간다면, 전날 약간 과음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날 밤에 삼천동-효자동에서 막걸리를 한 상 진하게 먹고 가는 것도 방법이며, 가맥집에서 안주와 함께 하이트소주-하이트맥주 소맥으로 달리다 한 숨 푹자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콩나물국밥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서, 이런 동선도 한번 고려 해봄직하다.

 

서울에 와서 전주의 콩나물국밥을 한다는 집을 여럿 찾았지만 사실 그만한 맛을 내는 집을 단 한 집도 찾지 못했다. 그저 근접하는 수준이었을 뿐이었다. 많은 여행자들은 네임밸류에 이끌려 전주비빔밥이나, 외양에 이끌려 한정식과 백반을 찾을지도 모르지만 전주 사람이 바라보기에는 전주의 음식 중에서 퍼스트 옵션으로 무엇을 뽑으실 건가요라고 물으면 적어도 나와 내 주위에 많은 사람은 콩나물국밥을 먼저 들 것이다. 그것은 장담할 수 있다. 일단 닥치고 6천원이다. 6천원에 전국에서 제일 가는 해장국을 때울 수 있다라고 생각해보고 서울의 청진옥이나 다른 해장국집들의 가격을 생각해보자. 이게 전주 콩나물국밥이 가지는 엄청난 매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사람들은 콩나물국밥만으로도 복받았는지도 모르겠다.



  1. http://osen.mt.co.kr/article/G09041700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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