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만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허나 전주는 사실 본질적으로 지루한 도시다. 즉 어떤 활동을 함으로서 재미를 느끼는 도시가 애초에 아니다. 그래서 “전주에서 뭐를 해야 재밌어요?” 라고 묻는 질문이 본인에게는 가장 한숨을 쉬게 만드는 답이 된다. 사실 전주는 한옥마을 가서 체험하는 정도가 즐길만한 체험활동(?)이다. 하지만 이는 돈만 있다면 서울 북촌 한옥 게스트하우스에도 체험이 가능하다. 그리고 사실 한옥이라는 것, 냉정하게 말하면 겨울 외에는 그다지 별거 없다.
원래 전라북도의 제 1의 번화가는 전북대 앞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본래 년간 음주 소비량을 전국 5위권 안에 드는 지역이었고, 전라북도에서 유일하게 환락가다운 지역이었다. 그러나 신시가지 개발 이후로 이러한 환락가의 패권은 신시가지로 넘어갔다. 사실상 1년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다만 이 지역은 다른 지역의 환락가와 거의 판박이 같은 느낌이다. 엄밀히 말하면 서울로 치면 ‘노원역’ 주변과 유사한 분위기랄까? 음주가무를 하지 않는 다면 굳이 관광객이 찾아갈 이유는 못 되는 곳이다.
솔직히 관광객에게 추천할 만한 곳은 덕진연못 이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덕진연못 역시 연꽃이 피는 철 정도여야 볼만한 의미가 있는 정도이다. 사실 전주가 다른 관광지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뼈아픈 부분 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로 즐길 만한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먹을 거리야 넘쳐난다지만,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때는 경기전과 전동성당도 괜찮은 볼거리이자 여유를 느끼기에 좋은 장소였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닌 것 같다.
굳이 떠올리자면 시내 객사 마루에 앉아서 멍때리기 정도 인데 이것이 여행자들에게 굳이 유익한 경험으로 남을 지는 회의적이다. 차라리 담양의 식영정이 이러기에는 훨씬 더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전주가 관광지로서 발 돋움하기 위해서는 이런 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도 한번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람들의 입맛이란 음식이 변하는 속도보다 빠르며, 음식만으로는 전주를 관광도시로서 유지시키기가 힘들 것이다.
전주를 찾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주에서 느림의 미학을 즐기기에는 본래 전북 제 1의 도시라서 그럴 수 없지만 지역이 낙후된지라 그 동안은 겨우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도시였을 뿐이고, 관광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버린 전주는 다른 대도시가 가지는 엔터테인먼트도, 기존의 한적한 도시의 분위기도 잡지 못한 문제를 가지게 되었다.
전주는 사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는 갈 길이 아직은 멀다. 조금 더 전주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전주보다는 차라리 전주 주변의 도시들과 촌락들을 추천하는 편이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 일단은 전주는 맛있는 도시일 수는 있지만 재미없는 도시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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