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사람 중에서 베테랑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아니 전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한번 즈음은 마주칠 이름은 베테랑이다. 아니 이제는 고속터미널 호남선의 운행을 담당하는 센트럴에도 점포가 생겼으니, 마주칠 일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베테랑은 정말 오래된 점포이다. 필자의 부친과 모친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자주 찾던 집이라 하니 짐작할 만하다. 그 당시에는 한 그릇에 250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 다음의 부친과 모친의 베테랑에 대한 코멘트는 다음과 같았다. “예전보다, 양도 줄고 맛도 변했다.” 어린 시절에 이 집을 찾아서 먹고 했을 때에는 그런 코멘트에 갸웃 했었다. 들깨의 풍미도 잘 살아 있었고 우리가 흔히 아는 칼국수의 면은 아니었지만 식감도 좋았고, 국물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그 이후로 그 인근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뭔가 한적했던 성심여고와 경기전, 오목대가 둘러싼 일종의 개발제한에 의한 슬럼이었던 한옥마을이 완전히 흥하면서 정신없는 동네가 되었다. 그리고 베테랑도 전국에 알려진 점포가 되었다. 확장공사를 계속하여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커졌다. 예전에는 한 건물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건물 몇 개를 집어 삼켰는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리고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줄을 서가면서 먹는 식당이 되었다. 사실 가격도 한 그릇에 6000원으로 올랐지만 가격은 굳이 짚자면 여전히 비싼 편은 아니다. 다만 콩나물국밥이나 다른 전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는 사실 그리 저렴한 가격은 아니기도 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새로 찾아가 먹었을 때 이게 과연 다른 지역에서 내려와서 먹을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하여 조금 고민이 들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다른 전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보다 과연 베테랑이 그렇게 줄을 서가며 먹을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6000원이라는 값어치를 생각해볼 때 저렴하게 전주에서의 특별한 것을 먹는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지만, 굳이 그 이상의 돈을 한끼 식사에 지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베테랑은 사실 우선순위를 미뤄도 된다고 생각한다.
베테랑의 매력을 뽑자면 들깨가 기반이 되는 국수라는 것이다. 전라도 음식 중에서 전라도 내륙의 특유의 풍미를 만들어내는 재료 중 하나가 들깨이다. 전라도 음식의 하나의 스탠다드를 저렴한 가격에 느껴보고 싶다면 사실 베테랑은 나쁜 선택만은 아니다. 다만 베테랑이 전주에서 최상급의 일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 바에는 천변의 오모가리매운탕이나 서울소바나 아니면 먹지 않은 다른 콩나물국밥집을 방문해보기를 권하는 편이다. 그리고 굳이 돈이 있는 상황에서 전라도 음식다운 음식을 먹고 싶다면 한정식이나 백반을 권한다. 지금에 와서는 사실 굳이 베테랑일 이유는 없다. 여전히 매력은 가지고 있지만, 글쎄 예전보다 양도 줄었고 특유의 풍미도 줄어버린 느낌인지라 전주가 본향인 사람에게는 외지인들의 현재 베테랑에 대한 인기는 사실 참 뭐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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