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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Politics of Identitiy

기억의 정치에서의 피해자의식 문제와 사과-용서의 문제에 대한 짧은 소감

Fulton 2021. 1. 1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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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정치를 추동하는 감정적 기반이 피해자의식(victimhood)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 피해자의식을 사회는 어떻게 수용해야 보다 더 '정당한' 기억의 정치의 구축이 가능한 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했고, 이것이 엇나갔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지를 사실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피해자의식이 기억의 문제를 호명하고 집단기억을 형성하며 보다 역사적 진실의 회복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를 넘어서 여러 문제를 형성하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고,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 엄연히 현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명분 삼아' 다시 피해자의식을 압박하는 이른바 역정치적인 주장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를 연구한 Gready의 코멘트들은 여러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이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마지막 요점은 피해자의식의 공공 문화는 민주주의의 빈약한 토대라는 것이다. 특별 변론, 배타적 집단, 그리고 경쟁적 고통의 불협화음은 민주 정치와 시민권을 전복시킬 수 있다. 희생자의 신분은 인정되고 보상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희생자의 신분이 새로운 질서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것 외에 영향력, 자원, 권리를 확보하는 기본적인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정치는 과거의 정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또한 사람들이 피해자라는 지위를 넘어서는 형태의 권력을 가정하는 것을 수반한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 규범에 만연한 피해자의식의 문제를 만들어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특권 피해자들은 피해자라는 개념에 일관성이 없고 부정확한 개념을 수립했으며(너무 광범위하고 협소하게), 피해자 주장을 새로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발언권과 인정투쟁의 중심에 두었다. 이것은 과거의 문제들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들이다(Gready 2010:169-170). 

 

이러한 지적은 뼈아픈 지점들이 있다. 즉 과거의 문제는 기억의 정치를 동원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정치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선형적인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의 연구에서 사례분석을 할때 결국 살아남고 지속되고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는 기억은 피해자의식이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이화준 2014). 물론 이는 동아시아에서 한정한 지적이었고, 서유럽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보다 약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서유럽이 이러한 문제에서의 가지는 포지셔닝이 제국주의의 원죄 자체를 역전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며, 과거의 서유럽의 전쟁기념관과 전쟁박물관을 떠올려본다면 이 역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Cooke and Jenkins 2001; Cundy 2015; Mosse 2015).

 

앞에서 언급한 역정치적인 주장이 강조하는 것이 이른바 용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강조할 때 주장하는 용서는 마치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존재하는 무조건적인 종교적 용서를 사회적 개념인것처럼 치환하여 사용할 때가 있다. 이는 피해자의식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게 할뿐만 아니라, 앞에서 피해자의식의 권력자원화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더 강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Gready는 입장을 남겼다.

 

진정한 사과가 '비용적 차원에서 회유의 신호'라면, 용서는 보답의 한 형태이다. 이러한 사과에 대한 용서는 단순히 기대하거나 요구될 수 없다. 용서는 종종 가해자에 대한 분노, 쓰라림, 증오의 포기와 비인간적인 행위로부터 인도적 차원의 부활을 암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여기에는 상호 교환을 통해 합의되어야 할 사항이 존재한다. 잘못된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것, 특정 행위자들이 그 행위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행위는 도덕적 판단을 할 가치가 있고 수리를 요한다는 것, 그리고 진실은 사적으로 그리고 어쩌면 공개적으로 말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갈등에서 그러한 문제들이 분쟁과 분열의 기초가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선에 따른 합의는 도덕적 세계관, 정체성, 역사, 지위, 권력의 심오한 변화를 수반할 수 있다. 이것은 진실로서 사과에 의해 가동되는 가능성으로, 도덕적 잘못과 도덕적/물적 보복을 인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른바 진실을 제공한다. 이와 같이, 사과-용서 연계는 잠재적으로 예측할 수 없고 보다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여지를 제공한다(Gready 2010:200).

 

Gready는 더 나아가 사과가 가지고 있어야 할 요건들에 대해 설명한다. 이러한 요건들은 한국과 동아시아의 많은 근현대사 문제들이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한 함의를 제공한다. 

 

Goodo-Madikizela는 사과와 용서에 대한 숙고에서 '진정한 사과'는 특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잠재적인 이득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행위를 레이블링 하거나, 정당화, 왜곡 또는 지우려는 어떤 시도 없이, 완전한 인정, 고통, 그리고 후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손상된 관계를 바로 잡으려는 욕구를 표현한다. 그러한 사과는 한편으로는 가해자의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도록 격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자의 인간성을 인정함으로써 용서를 고취시킬 수 있다. 결과는 상호 도덕적인 인정일 수 있다(Gready 2010:200).

 

그리고 기독교적인 용서가 정치사회적 용서가 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Gready는 보다 더 자세히 서술한다. 

 

투투의 용서는 기독교인의 용서에 대한 이해가 근원이다. 투투는 위험의 맥락과 사죄와 배상으로 제공된 도움을 인정하면서도 폭력적인 상호주의와 의존성을 버리는 것은 해방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희생자가 자백해야만 용서할 수 있다면, 희생자는 자신의 태도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희생자의 변덕에 갇혀 있을 것이다.' 그것은 명백하게 부당하다. 틀림없이, 피해자/생존자들은 화해보다는 나아가는 한 형태로 용서에 보다 더 자율성이 있다. 그리고 피해자/생존자의 힘이 대응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주의사항이 필요하다. 사과, 배상 또는 다른 가능성의 결여로 인해 그러한 용서는 일방적인 의무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자아 가치, 존엄성, 권력에 대한 의식이 다른 세계관에 기반할 것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할 예외적인 것을 일반화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마지막으로, 일방적인 용서는 그 자체로 화해의 형태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떤 관계적 차원을 내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관계적 이해가 우선되고, 이는 상대적으로 결정된 질서와 사회 과정, 값비싼 사회적 함의와 품이 많이 드는 노력에 근거하며, 이는 사과와 용서를 벗어나거나 궁극적으로는 불가능할 수 있다.(Gready 2010:201-202).

 

Gready 글의 발췌를 통해 드러난 기억의 정치의 문제는 피해자의식의 권력화와 사과-용서의 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이 두개가 서로 얽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의식의 권력자원화를 지적하는 관점에서는 사과와 용서의 문제를 회피하려는 문제가 남는다. 동시에 사과와 용서의 문제를 지적하는 관점에서 이를 통해서 피해자의식을 권력자원화를 동원하려는 시도도 발견된다. 궁극적으로 과거의 잘못된 인권 침해와 그에 연관된 충격적인 사건들은 기억의 정치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이 두 문제를 모두 낳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를 다루는 기사나 책의 댓글에는 이 두 가지의 문제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남아프리카 공화국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우린 스스로 저 두가지를 모두 문제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피해자의식의 권력자원화도 경계하면서, '충분하지 않은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는 단견과 '무조건적인 용서'를 강요하는 것도 애당초 잘못된 시도임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Cooke, Steven, and Lloyd Jenkins. 2001. “Discourses of Regeneration in Early Twentieth-Century Britain: From Bedlam to the Imperial War Museum.” Area 33(4): 382–90.

Cundy, Alys. 2015. “Thresholds of Memory: Representing Function through Space and Object at the Imperial War Museum, London, 1918–2014.” Museum History Journal 8(2): 247–68.

Gready, Paul. 2010. The Era of Transitional Justice: The Aftermath of the 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 in South Africa and Beyond. London, UK: Routledge. https://www.taylorfrancis.com/books/9780203841938.

Mosse, George L. 2015. 전사자 숭배. 파주: 문학동네. http://www.riss.kr/link?id=M13752013.

이화준. 2014. “한국과 일본의 선택된 기억과 피해자의식: 양국의 기념관을 중심으로.” 사회과학논집 45(1):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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