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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Politics of Identitiy

과거를 넘어서는 협력: Herrera와 Kydd의 'Don't Look Back in Anger' 전략과 그 한계

Fulton 2024. 8. 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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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Herrera와 Kydd의 "Don't Look Back in Anger: Cooperation Despite Conflicting Historical Narratives" 논문은 국제관계에서 역사적 내러티브의 차이가 협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중요한 연구이다. 이 논문은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활용하여 역사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협력이 가능한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다(Herrera and Kydd 2024).


기본적으로 국가 간 갈등에서 과거사에 대한 해석 차이는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각국은 자국에 유리한 역사 해석을 고수하며, 이는 상대국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으로 이어진다(Kacowicz 2005; Lind 2008). 그러나 Herrera와 Kydd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게임이론적 모델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논문에서 제시된 핵심 개념은 '분기된 인식(Divergent Perceptions)'이다. 이는 한 행위자의 협력 행위가 다른 행위자에게는 배신으로 인식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저자들은 여러 전략들을 비교 분석했는데, 특히 'Don't Look Back in Anger (DLBA)' 전략에 주목했다. DLBA는 과거의 갈등을 묻지 않고 협력을 시도하는 전략으로, 시뮬레이션 결과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로 나타났다(Herrera and Kydd 2024).

 


더불어 이 논문은 이론적 모델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여 설명력을 높였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미중 관계를 분석하며, 양국이 사건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석을 가졌음에도 협력 관계를 재개할 수 있었던 과정을 DLBA 전략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화해나 사과 없이도 국가 간 협력이 가능하다는 논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Herrera and Kydd 2024).


그러나 이 연구에는 몇 가지 중요한 한계점이 있다. 먼저, 대부분의 역사 문제는 단순히 과거 사건에 대한 해석 차이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정체성이나 영토 문제와 같은 현재진행형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Smith 1996; Diesen and Keane 2017). 예를 들어, 일본과 한국의 독도 문제는 단순한 역사 해석의 차이를 넘어 실질적인 영토 및 자원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이러한 경우, DLBA 같은 전략으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연구는 주로 게임 이론적 모델과 하나의 사례 연구(천안문 사태 이후 미중 관계)에 기반하고 있어, 다양한 역사적 맥락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현실 세계의 모든 역사 문제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Lustick 2006). 특히, 식민지배나 전쟁 책임과 같은 깊은 역사적 상흔을 안고 있는 국가 간 관계에서는 이 모델의 적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


더욱이, 역사 문제를 단순히 '과거로 돌아보지 말자'는 접근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진정한 화해와 정의 실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Lind 2008). 역사적 진실 규명과 책임 인정이 장기적인 관계 개선에 필수적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Lind(2008)의 연구는 Herrera와 Kydd의 접근법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Lind의 "Sorry States: Apologies in International Politics"에 따르면, 과거사 문제를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협력을 가능케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반발(backlash)을 초래할 수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전쟁 범죄에 대한 충분한 사과나 인정 없이 협력을 추구했을 때, 이는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반발은 단순히 외교적 마찰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정치에서의 반일 감정 고조, 경제 관계의 악화, 그리고 지역 안보 협력의 저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따라서 DLBA 전략이 제시하는 '과거를 묻지 않는' 접근법은 단기적인 협력은 가능케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갈등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특히 식민지배, 전쟁 범죄, 대량 학살 등 심각한 역사적 상흔을 안고 있는 국가 간 관계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의 의의는 단순히 국제관계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사 문제로 인한 갈등이 심각한 현대 사회에서, 역사적 합의 없이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이 연구의 결론은 현실 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때로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Herrera and Kydd 2024).


결론적으로, 역사 문제에 대한 접근은 단순히 협력의 가능성만을 고려해서는 안 되며, 그러한 접근이 가져올 수 있는 장기적인 반발의 비용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는 Herrera와 Kydd의 연구가 가진 중요한 한계점이며, 향후 이 분야의 연구에서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접근법을 모든 역사 문제에 일반화하여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각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할 것이다.

 

Diesen, G., & Keane, C. (2017). The Two-Tiered Division of Ukraine: Historical Narratives in Nation-Building and Region-Building. Journal of Balkan and Near Eastern Studies, 19(3), 313-329.
Herrera, Y. M., & Kydd, A. H. (2024). Don't Look Back in Anger: Cooperation Despite Conflicting Historical Narrative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118(3), 1174-1188.
Kacowicz, A. M. (2005). Rashomon in the Middle East: Clashing Narratives, Images, and Frames in the Israeli–Palestinian Conflict. Cooperation and Conflict, 40(3), 343-360.
Lind, J. (2008). Sorry States: Apologies in International Politics. Cornell University Press.
Lustick, I. S. (2006). Negotiating Truth: The Holocaust, Lehavdil, and Al-Nakba.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60(1), 51-77.
Rieff, D. (2016). In Praise of Forgetting: Historical Memory and Its Ironies. Yale University Press.
Smith, A. D. (1996). Memory and Modernity: Reflections on Ernest Gellner's Theory of Nationalism. Nations and Nationalism, 2(3), 371-388.
Straus, S. (2015). Making and Unmaking Nations: War, Leadership, and Genocide in Modern Africa. Cornell University Press.
Rotberg, R. I. (2006). Israeli and Palestinian Narratives of Conflict: History's Double Helix. Indiana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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