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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정치혁신이라는 컨설팅에 대한 의견-마이클 포터의 "권력의 배신" 리뷰

Fulton 2021. 1. 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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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자 중에서 정치학적인 차원에서 가장 좋은 인사이트를 준 학자 중 하나는 마이클 포터였다. 안보 연구의 차원이나, 심지어 국제정치경제의 차원에서 마이클 포터의 경쟁 우위라는 개념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과연 정치학자들이 바라보는 경쟁/갈등/대결/라이벌리라는 관점에 대해 다시 질문을 하게 하는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실제로 카타르와 아부다비의 라이벌리 페이퍼의 절반의 인사이트는 마이클 포터에 의해 가능했다. 물론 그랬기에 이게 정치학 페이퍼인가에 대한 질문은 받았지만, 설명하려는 종속변수가 카타르와 아부다비의 라이벌리라는 정치학적 현상이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었다.

 

그 마이클 포터가 미국 정치현실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치의 배신』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이 번역되어 출판된 의도에는 이런 식으로 경영학적인 차원의 ‘혁신’이 정치에도 가능하고 한국정치에도 적용 가능한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 깔려 있어 보였다. 다만 이 책을 보고 필자가 마이클 포터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많은 경영학자들이 다른 분야를 접할 때, 심지어 인접전공인 산업공학을 대할 때 저지르는 실수를 마이클 포터 정도 되는 대가가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정치의 배신』의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이 책의 내용을 짚자면, 미국 정치의 꽤나 오래된 경향인 미국의 양당제와 양당제에서 비롯되는 정당 양극화(party polarization)와 정당 양극화가 낳는 여러 정치에서의 입법 정체 및 유권자의 정치효능의 악화 문제를 큰 문제로 보며, 이런 문제가 혁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초당파적인 5인 예비후보를 뽑는 선거를 도입해야 하며, 이데올로기와 대립의 문제를 정치화 타협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될 때 의회는 ‘입법기계’로 잘 작동할 것이며, 유권자의 권리가 상승할 것이라 믿는다.

 

다만 포터와 공저자는 세 가지의 착시를 고려하지 못했다. 세 가지의 문제 중에서 보다 구조적인 문제부터 언급한다면, 첫째 정치에서의 행위자의 행동결정에 의한 행태와 정치적 구조에 의한 귀결을 구분하지 못했다. 포터는 이데올로기와 위협을 하나의 선택의 문제로 보았다. 먼저 이데올로기를 포터는 이렇게 언급한다.

 

효과적인 해결책은 양식화된 이념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실용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결코 어느 한방향으로만 치우치지 않는다.

 

포터는 이렇게 기술했고 이데올로기를 하나의 고려 사항, 선택의 문제로 봤으나 이데올로기의 정의는 그렇게 단순하게도 볼 수 없고 논쟁적인데다, 기본적으로 이데올로기의 작동은 행위자의 선택체계에서의 휴리스틱으로 작동한다. 이른바 포터의 표현을 빌어 ‘효과적인 해결책’ 역시 휴리스틱을 분리하는 것이 ‘완전정보상태’가 아니기에 불가능하다는 차원에서 결국 이데올로기와 같은 휴리스틱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즉 포터의 생각과 달리 이데올로기는 행위자의 행태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가 동원되는 구조적 귀결에 의한다.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철인정치가 아니고, 따라서 여러 요인에 의해 ‘완전정보’는 불가능하다. 이를 가능하다는 전제를 하는 것을 넘어서 심지어 이데올로기를 행태적 귀결로 본다면 포터는 정치적 현상에 대해 심각한 오독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협과 타협의 문제 역시 그렇다.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정치 시스템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이유를 행태적 귀결로 보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체스나 바둑으로 비유하면 다른 수가 없기 때문에 게임이론적 차원에서의 ‘평형점’적인 귀결이기 때문이다. 이는 행태에 의거한 귀결이 아니라 구조적 종착의 문제이다. 여기에서 왜 아무도 균형을 위해 나서지 않는가라는 항변은, 본인이 스스로 주장하는 ‘경제학’의 기반에서 왜 행위자는 비합리적인 판단을 왜 하지 않는가와 동어이다.

 

스테일메이트가 나오는 이유는 그 상황에서 스테일메이트가 제일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그 누구도 스테일메이트를 의도하고 체스를 두지 않는다.

 

둘째는 경영학에서 적용가능한 지점이 정치에서도 그대로 적용가능 할 것이라는 착시이다. 경영에서의 ‘경쟁’과 정치에서의 ‘경쟁’은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에서 이뤄지는 많은 게임들은 논 제로섬 게임으로 환원되지 못하고 대부분 제로섬 게임으로 한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로섬 게임을 논제로섬 게임으로 행위자들이 치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경영학에서도 마찬가지인 ‘담합’이다. 상대다수득표제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기존의 정치학적 설명과 마찬가지로 같은 입장이지만 정당이 배제된 5인 예비후보선출은 정당을 우회하는 담합의 문제를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 심지어 이는 기본적으로 이사회 선출과 유사한 시스템인데 한국정치에서 이른바 당내 ‘최고위원’ 선출이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문제가 양산되는 지 한국 정치, 그 중에서 정당 내 정치를 진지하게 바라본 사람은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초당적 투표가 허용 될때 이렇게 되었을 때 정당보다 더욱 강력하고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정치 집단의 문제를 낳게 되며, 이에 침투하는 미국의 로비스트 및 정치 펀딩 문제는 보다 더 시민이 감시하기 어려워 질것이다.

 

이 문제는 입법 기계혁신위원회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포터와 그 공저자는 입법혁신위원회가 정치학자와 이론가, 전현직 의원들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업 조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 위원회의 결과는 대중들에게 공개되어야 하고, 아무도 의미를 알 수 없는 ‘의회 현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협업조직은 이른바 기존의 많은 거버넌스 이론가들에게 주장되었고, 실제로 많은 모델이 기업의 기획실 조직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정치에서는 이러한 위원회가 ‘옥상옥’이 되어버리거나, 기존의 의회의 문제를 반복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권력의 철칙 중 하나는 미헬스가 지적했듯이 그 집중현상에 있고 이러한 위원회가 어떠한 ‘동기’에 의해 대중들에게 공개할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포터는 이에 대한 전문가조직의 전문가주의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 같지만, 이미 전문가조직의 전문가주의 순기능은 이미 미국에서도 도전받고 있는 문제이다.  

 

마지막 착시는 ‘미국정치’가 하나의 정치에 있어서 보편적 모델이라는 착시이다. 이미 많은 정치학자들이 언급하듯이 미국 정치는 그 분석과 연구수준과는 별개로 비교정치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보편 모델’이라기 보다는 ‘특수 모델’에 가깝다. 물론 ‘보편이론’들을 미국 정치를 분석함에 있어서 적용 가능하지만 미국 정치가 보이는 정책결정모형/투입산출/선거제도/양당제 모두 미국정치의 특이점인 모습이다. 이를 보편적 정치 혁신으로 해결하겠다는 시도는 마치 매킨지가 LG전자에 ‘저질러 놓은’ 컨설팅에 가깝다. 미국정치에 적용할 모델을 ‘보편적’차원에서의 혁신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정치가 정치모델에 있어서의 특수성과 보편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문제를 저지른 셈이다.

 

미국의 선거제도가 유사한 나라를 민주주의로만 한정해도 얼마나 나올까?

여러 분들이 이 책이 어떻냐고 묻기에 난 미국정치는 제 전공이 아닙니다로 답을 하고 피하려 했으나, 마이클 포터의 인사이트에 기대하던 것이 있어서 이 책을 열어 봤지만 오히려 경영학이 복합학문이지만,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이상의 영향력을 왜 가지지 못하는가에 대한 느낌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미국정치나 한국정치의 전공자는 아니지만 비교정치와 국제정치 사이에서 공부하는 입장으로 말하기에는 이 책의 '정치혁신'은 정말 혁신인가에 대해서 도저히 동의를 할 수 없었다. 슘페터가 지적한 혁신이 아니라 그들의 혁신은 결국 '세계화'와 같은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우위라는 개념은 정말 여전히 매력적이고 국제정치 연구에 있어서 여전히 고려되어야 하는 개념이라고 주장은 하지만 경영학이 말하는 정치혁신에는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접근이 이뤄져 있는가에 대한 우려를 낳았고, ‘혁신은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했으며 다시 한번 정치혁신은 결국 경영학에서도 구호에 지나지 않는건가라는 위태로운 감정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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