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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

사법개혁에서 정치적 자율성과 법적 전문성은 어떠한 결과를 낳는가?-사법정치 연구 관점에서 짧은 글

Fulton 2021. 1. 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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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정치와 군대사회학을 통트는 연구분야인 민군관계에서 가장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헌팅턴의 가장 큰 실수는 바로 군의 전문가주의, 즉 전문성이 높아지면 군이 점차 독립성을 가지게 되고, 자신들의 견고한 안보전문가로 포지셔닝을 하게 되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Huntington 1957). 그러나 이는 그 뒤에 수없이 많이 반박되어 왔으며, 이에 대해 이론적인 수정으로 이른바 군의 전문성은 단일하지 않으며 어떤 전문성에 의하면 헌팅턴의 주장대로의 경향성이 생기지만, 오히려 군의 전문성이 증가할 때 군의 정치적 참여, 좀 더 나아가면 쿠데타나 문민통제의 원칙에서 빗겨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군의 독단적인 영역 확립 및 군의 정당 참여가 강고해진다는 이론들이 등장하였다(Feaver 2005; Finer and Stanley 2002; Stepan 1988).


사법 정치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한 이론적 검토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애당초 사법 정치라는 영역이 부상한 가장 큰 이유에는 사법부가 단순히 법의 집행과 판단이라는 고정적 영역이 모호해진 지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래왔다. 동시에 행정부 및 입법부 차원에서 사법부에 대한 관여를 하려하는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왔고, 많은 사람들은 사법부의 전문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사법부의 정치적 자율성의 증진으로 나타나면서 이는 사법 정치를 강화할 지는 몰라도 정치적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선형 모델’이 가능하다고 여겨왔다(권순일 2017; 김승환 2004; 김진환 2010). 그렇기에 많은 사법 개혁이 사법부의 전문성, 즉 법적 독자성을 증진하면서, 동시에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관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는 단순히 민주주의 이행이 진행되는 국가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들의 사법 개혁도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Clark and Shapiro 1983; Drewry 2014; Sterett 1994).


그러나 비교정치를 근거를 둔 사법 정치의 오늘 날의 연구 방향은 이러한 사 법개혁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가지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실제로 사법부의 법적 독창성과 정치적 자율성을 변수로 두고 사법부의 역할을 유형화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은 2x2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법개혁의 전반적인 방향이 그렇지 않다는 문제를 보인다(Guarnieri et al. 2002, 70–71).

 

 

정치적 자율성

Low

High

법적 독창성(creativity)

Low

executor

guardian

High

delegate

political

 

 

실제로 사법부가 정치적 행위자로 부상하며, 법적/정치적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에서 정치적 행위자로 돌변하는 것에 대해 여태까지의 시각은 이것이 행정부 및 입법부, 즉 현실정치의 관여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그 반대 방향이었다는 착상은 잘 안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의 결과에 의하면 이는 정치적 자율성과 법적 독창성이 사법부의 정치화를 가져왔다는 것은 비교정치학으로 발견되어온 경향이다(Guarnieri et al. 2002; Holland 1991; Jacob et al. 1996; Markesinis 1997). 그러나 이른바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는 사법정치가 나타나는 방향이 사법부의 정치적 자율성과 법적 독창성을 높이는 사법 개혁의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이는 기존의 사법 개혁의 결과로 이러한 문제를 예상했는가에 대한 여지를 가지게 된다. 물론 집행자나, 야경꾼, 혹은 위임자의 모델이 적절했다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이러한 부작용을 각오했어야 하며, 사법부의 법적 독창성과 정치적 자율성의 증진이 이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를 고려했어야 한다. 

한국의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자면, 이른바 지난 정부에서 법원행정처가 보였던 문제는 청와대를 위시로 한 행정부가 사법부를 길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사법부가 정치적 행위자로 행정부와 ‘이익 교환’을 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더 적절하다. 즉 정치적 협상의 행위자로 사법부 내의 법원행정처가 부상했다고 보는 것이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사법정치의 문제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더 적절할 수 있다. 만약 사법부의 정치화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면 따라서 이런 문제를 엄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이를 검찰 개혁까지도 확장할 수 있다. 과연 검찰은 사법부인가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존재하지만 이른바 검찰의 정치화를 추동하는 것이 외부의 개입이나 관여라기에는 검찰의 내적 동기를 너무 간과하는 지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검찰이 사법부의 일환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검찰의 정치화는 검찰의 낮은 전문성과 정치적 자율성에 있다는 헌팅턴의 과오를 반복해서 고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검찰이 높은 전문성과 높은 정치적 자율성에 의해 그들이 독자적인 정치적 행위자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 가능할지 모른다. 이것이 문제가 없다면 그것대로 상관이 없겠지만, 이것이 정말 문제라고 한다면 이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의 정치적 자율성을 박탈하거나 조절하는 것은 좋은 모델이 아닐 것이며, 검찰의 전문성을 조절하는 것도 역시 맞지 않는 설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정치화를 내적 동인으로 막을 수 없다면 이를 외적으로 억제할 수단을 찾는 것이 보다 타당한 정책적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출제도 하에서 검찰이 정치화가 되지 않는 것이 의미를 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Clark, David S., and Martin Shapiro. 1983. “Courts: A Comparative and Political Analysis.” The American Journal of Comparative Law 31(1): 143. http://www.jstor.org/stable/839612?origin=crossref.

Drewry, Gavin. 2014. “Judicial Politics in Britain: Patrolling the Boundaries.” In Judicial Politics and Policy-Making in Western Europe, Routledge, 9–28. https://www.taylorfrancis.com/books/9781135193621/chapters/10.4324/9781315035796-2.

Feaver, Peter D. 2005. Armed Servants: Agency, Oversight, and Civil–Military Relations. Cambridge, Massachusetts: Harvard University Press.

Finer, Samuel Edward, and Jay Stanley. 2002. The Man on Horseback: The Role of the Military in Politics. New Brunswick, NJ: Transaction.

Guarnieri, Carlo, Patrizia Pederzoli, Cheryl A Thomas, and European Secretariat for Scientific Publications. 2002. The Power of Judges: A Comparative Study of Courts and Democracy. Oxford University Press.

Holland, Kenneth M. 1991. Judicial Activism in Comparative Perspective. London, UK: Springer.

Huntington, Samuel P. 1957. The Soldier and the State. Cambridge, MA: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Press,.

Jacob, Herbert et al. 1996. Courts, Law, and Politics in Comparative Perspective. New Haven, Connecticut: Yale University Press.

Markesinis, Basil S. 1997. 1 Foreign Law and Comparative Methodology: A Subject and a Thesis. Oxford, UK: Hart publishing.

Stepan, Alfred. 1988. Rethinking Military Politics: Brazil and the Southern Cone.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http://www.riss.kr/link?id=M2553085.

Sterett, Susan. 1994. “Judicial Review in Britain.”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26(4): 421–42. http://journals.sagepub.com/doi/10.1177/0010414094026004002.

권순일. 2017. “대한민국의 사법개혁 현황과 전망.” 사법 1(39): 475–94. http://www.riss.kr/link?id=A106855478.

김승환. 2004. “사법부 개혁의 올바른 방향.” 憲法學硏究 10(4): 9–43. http://www.riss.kr/link?id=A7649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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