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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도호쿠대지진과 일본, 그리고 이를 다루는 인식적 한계

Fulton 2021. 3. 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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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페이퍼는 퍼블리시 했지만, 감정의 정치 관련의 연구들을 검색하다보니 걸리는 것이 일본의 집단감정에 대한 양적연구들인데 모두 3.11 도호쿠대지진이 결정적인 분수령으로 일본이 크게 변했다는 연구들이 넘쳐난다. 이를 보다 인용했더라면 단순히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나름 '객관'의 문제를 확보할 수 있었을것 같다. 내가 속해있는 분야는 일본의 정책결정과정이나 안보적 행태를 국제정치적 구조변수나 일본의 국내정치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도호쿠대지진은 일본의 개개인의 심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게 한다. 사실 페이퍼를 내기전에 쓰면서도 생각했던 것은 왜 이런 페이퍼가 아무것도 없을까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심리학 분야에 비해 느렸던 것이다.

doaj.org/article/69b986522a2f4251a45a48b4a4efba38

 

국제정치 연구분야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드는 인상을 바둑의 관점에서 비유하여 말해보면 너무 판을 크게 보려 하고, 그것을 '국제정치'의 본질로 보는 관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주의/자유주의/구성주의 틀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현실주의는 국제정치의 권력 구조의 문제나 혹은 힘의 역학, 자유주의는 규범과 이익의 문제, 구성주의는 정체성과 관념의 문제로 보는 것 모두 도호쿠대지진이 일본에 미친 지대한 영향과 그 이후의 벌어진 일본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깔끔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중범위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른바 그랜드이론의 문제를 비판하는 관점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왔다(Brown 2013; Lake 2013). 과정추적의 방식을 쓰건 과거의 일본과 현재의 일본을 비교하건 도호쿠대지진은 일본의 분수령으로 작동한 지점이 적지 않았다. 그것이 심상적인 측면에서도, 정책 구조와 결정과정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일본의 외교정책과 일본을 둘러싼 주변국가의 관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으로 3.11 이전의 1차 아베내각이 납치자문제를 두고 북한과의 관계 형태와 이후의 2차 아베내각이 북한을 대하는 자세는 단순히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의 문제를 통제하더라도, 중대한 변화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과거의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해석해왔다.

 

이런 책이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정작 일본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왔고 그 마찰이 확대되는 관계를 가지고 있던 한국이 이러한 지점을 잘 검토하지 못했다는 점은 다시 한번 소급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도 지속적으로 변하지만 일본도 변화가 없었던 나라가 아니며, 그 변화가 하나의 재해에서 출발하여 급격하게 변했고 그것이 일본의 정책적, 더 나아가 국제정치적 행태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고려하는 관점이 없었다는 것은 우리가 국제정치를 다루는 데 있어서 어떤 한계점들이 있었는지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Brown, Chris. 2013. “The Poverty of Grand Theory.” European Journal of International Relations.

Lake, David A. 2013. “Theory Is Dead, Long Live Theory: The End of the Great Debates and the Rise of Eclecticism in International Relations.” European Journal of International Relations 19(3): 56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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