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필자는 한국의 모병제로의 전환을 민군관계 연구자 입장에서 찬성하는 쪽이다. 최근에 제기된 모병제와 예비군 제도 개편, 여성 훈련에 대한 정치인의 발제에 대해서 연구자 입장에서의 관점에 대해서 조금 서술할 필요를 느껴 이렇게 중언부언을 남긴다.
일단 먼저 최근에 제기된 방식은 여성 훈련이 포함된 스위스 방식의 군 시스템이다. 전문군과 예비군 시스템이 복합된 시스템으로 다만 예비군의 훈련강도와 전문성은 기존의 전통적인 상비군이 가지던 정도의 훈련을 유지하려는 기제가 포함된 것이다. 이는 기존의 한국의 예비군 제도의 운용을 상기해보면 예비군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의 동원전력이 강화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를 거치면서 강화된 흐름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이른바 전문군-예비군 시스템이 된다면 더더욱 동원전력의 전력유지를 위한 훈련이나 전문성은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곧 스위스의 시스템에서 유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필자는 두 방향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려 한다. 첫째는 만약 이를 시행했을 때의 한국의 안보체계에 대한 방향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이 이슈에 대응하는 군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물론 둘 다 다른 관점에서 비롯된다기 보다는 각각의 정책 행위자가 처하게 되는 다른 요소의 문제들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할 수 있다.
첫째의 방향, 한국의 안보체계에서의 모병제는 먼저 다른 데에서도 말했지만 비용의 증가와 전문성의 증가라는 두 가지의 트레이드 오프를 전제한다. 필자의 입장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징병제를 함으로서 유지되는 한국의 국방체제는 방어 위주-최전방에 대한 방어전력 강화로 나타나는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한국의 병력이 전방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경계를 주요 방어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특히 그렇다.
다만 모병제로 전환된다면, 혹은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해 인구 감소를 그대로 맞닥트린다면 한국군의 국방체제는 방어 위주보다는 공격 위주로 개편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현재의 군 구조가 개편되고 그 개편되는 방향은 효과중심을 목표로 하는 공세적 변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적은 병력과 무기체계를 여전히 억지에 필요한 자원으로 투입하기 위해서는 공격 위주로 바꿔야 한다. 다만 이렇게 된다면 현재의 북한의 국방체제 역시 공격 위주로 짜여져 있기 때문에 방어적 현실주의자들이 지적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로 한반도의 안보환경이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Jervis, 1978; van Evera, 1998), 이러한 불확실성을 한국의 국민들은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지금도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하겠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은 모병제에 의한 한국의 국방체제, 특히 군구조의 변화로 인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감당할 수 있다는 쪽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견일 뿐이다. 감당할 수 없으며 한반도의 안보환경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입장도 틀린 답이라고 할 수 없다.
첫째의 방향에서 또 지적할만한 문제는 다른 모병제 전환국가와 달리 한국의 징병제가 훨씬 ‘가혹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냉전이 종식되어가던 1990년에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몰타, 영국만이 모병제에 따른 직업군 제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후 도미노와 같은 점점 더 많은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동안 완전히 전문적인 군 제도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1992년 벨기에, 1993년 네덜란드, 1996년 프랑스, 1997년 스페인, 1999년 이탈리아는 징병제에서 모병제를 기반으로 하는 군대로 변화하게 되었다.
특히 프랑스의 사례에서 징병제는 예고된 바 없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제기로 인해 1996년 폐지된다. 군은 여러가지 조직이익이나 정책 선호에 따라서 징병제도의 한계와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징병 병력의 유지를 선호했지만, 이는 대통령의 제기와 여당과 야당이 모두 정치적인 지지를 이유로 하건 여러가지의 차원에서 찬성하였고 군의 선호와는 별개로 정책결정이 이뤄지며, 징병제는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폐지되기 전에 프랑스의 징병률은 50% 정도 선에서 유지되었다. 현재의 한국은 90%를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구 감소에서 기인하며, 국방체제 및 군구조가 안보적인 효율성을 강조하며 효과중심적인 차원으로 많은 부분 전환되었지만 그럼에도 인구 감소에 의한 결과로 이렇게 나타난다.
즉 이러한 설명은 한국이 모병제로 변화할 때 안보에 미치는 제도 변화에 대한 민감성이 다른 모병제 전환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가능성을 제기한다. 즉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뀌면서 군구조의 큰 변화들이 있었지만, 현재의 한국군 체제는 이보다 더 큰 변화를 각오해야 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현재의 한국군 시스템을 유지하더라도 군구조 개혁과 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오해야 하지만, 모병제의 시행은 여태까지 다른 국가에서 보지못한 군구조 개혁과 변화를 감당해야 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들어가는 비용의 질적 양적 측면과 이익과 손실이 모두 계산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의 방향은 군에게 제기하는 문제제기이다. 이러한 문제는 군이 먼저 검토를 했어야 맞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의 인구구조는 현재의 시스템을 고수하기에 너무 많은 사회적 비용과 군 내에서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모병제에 관한 연구들을 보다 더 크게 진행했어야 할 필요가 있었으며, 더불어 징병병력과 모병병력이 공존하는 ‘혼합군’ 시스템을 먼저 제기하여 이슈 선점을 했었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외부에서 이슈화가 되어 한국의 국방정책 결정과정에 들어오는 정책결정과정은 군의 입장에서는 win-set이 많은 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책결정과정의 게임을 고려해본다면 군과 국방부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프랑스의 사례가 더더욱 그렇다. 자크 시라크가 제기한 징병제 폐지는 군의 반발이 있었지만 당시의 프랑스 여야가 모두 찬성을 하면서 군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가져오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어느 시점에 이른다면 선거를 비롯하여 정치적 환경이 군에 정책결정과정에서 영향력이 아예 배제된다면, 이러한 제도 변화의 비용을 모두 군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개연성이 존재한다. 군이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여 누릴 수 있는 조직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군의 내부적인 합리성이 작동하는 탓이겠지만, 그 합리성은 시간 축을 늘린다면 굉장한 비합리적 결과로 환산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러한 외부에서의 정책 이슈 문제제기에 대해 군이 보다 더 나은 대안이나 아예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Jervis, R. (1978). Cooperation under the Security Dilemma. World Politics, 30(2), 167–214. https://doi.org/10.2307/2009958
van Evera, S. (1998). Offense, Defense, and the Cause of War. International Security, 22(4),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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