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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비판은 무엇을 결여하고 있는가?

Fulton 2022. 3. 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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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의 전략적 모호성을 고부갈등에 설명하는게 맞나?

최근에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신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면서 느낀 건 내가 학교에서 배울 때 별로 언급되지 않은 키워드를 되게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쓰게 웃으면서 전 사실 그 주제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지금 사실 블로그에 옮기려 한다. 그 키워드는 바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이다. 문재인 정부와 참여정부를 전략적 모호성에 위치시키고 이것이 한국의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비판하는 것이 주요 논의라면 논의인데, 이런 생각을 최근 정책-정치 영역에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일종의 게임이론 틀을 하나 제시해서 볼 것이다.


사실 이런 논의의 문제 중 하나는 먼저 문재인 정부와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이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오류가 정책의 레토릭을 가지고 언급하는데, 문제는 정책의 레토릭은 행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곧 행태를 가지고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이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제시해야 하는데 사실 이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전략적 모호성이 높았다는 말은 그 외교정책의 핵심적 기반이 ‘전략적 모호성’이었다라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다.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쉽게 쓰고 있어서 이 지점도 굉장히 우려스럽다.


그리고 더 논의되어야 할 지점은 이것이다. 만약 전략적 모호성이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고 안되는 것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 문은 간단하게 왈츠가 사용하는 신현실주의적인 구조적 안정성에 기반하는 논리와(Waltz 1979), 길핀의 패권전이이론에서 나오는 패권이익 공공재 분배 및 패권비용 지불에 대한 구조를 가지고, 논의해 보려한다(Gilpin 1981). 여기에서는 분석의 편의를 위해 국가의 국내정치가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뒤집힌 2번째 이미지와 같은 개념들은 논리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한다. 

 

  전략적 모호성 전략적 명확성
구조적 불안정 ++ -
구조적 안정 - +

 

먼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이 당연히 국가이익에 보다 도움이 된다. 이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해지는 위협의 문제에 대해 최대한 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당연히 게임이론적인 행태에서는 당연히 이득이 되고 오히려 전략적 명확성을 가지는 것이 국가의 입장에서는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문제가 된다. 반대로 구조적 안정 상태에서는 전략적 선명성이 보다 국가의 이익에 있어서 비용과 편익 계산의 확실성을 가져온다. 이는 합리적 행태가 아니라 전망이론적인 차원으로 봐도 국가는 전략적 선명성 상태에서의 편익계산을 더 크게 할 것이다(Levy 1997). 


다만 여기에서 구조적 불안정 상태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구조적 안정상태에서의 전략적 명확성의 상태보다 국가이익에 대한 기대값은 상대적으로 상이값을 가진다. 이는 구조적 안정상태에서는 전략적 명확성을 명시한다고 했을 때 손실이 최소화되는 것이지 이득이 극대화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구조적 불안정성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는 것은 손실의 최소화와 이득의 극대화가 동시에 추구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차원에서 국제의 권력구조를 통해서 전략적 모호성과 명확성을 계산한다면 결국 구조적 불안정 상태에서는 국가는 대체로 이익극대화를 추구하게 되고, 구조적 안정상태에서는 전망이론적인 손실 최소화를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는 추론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전략적 모호성과 선명성의 문제에서 신현실주의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지점은 구조적인 안정성을 현재의 문제가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문제에 가깝다. 대체로 왈츠가 많은 부분 강조했던 국가의 BOP의 문제는 언제나 이러한 구조적 안정에서 다가왔고, 과연 국제정치는 구조적인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가에 대한 논쟁은 국가의 행태가 전략적 명확성을 가지는 것이 반드시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공격방어이론이건, 신고전적현실주의이건 제시된 바 있다(van Evera 1998; Schweller 2004). 결국 전략적 모호성의 유효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제정치는 구조적 안정성이 높은가 구조적 불안정성이 높은가가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비판의 전제에는 이 논의가 대부분 빠져 있다.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전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따라서 현재의 국제정치를 구조적 안정상태로 볼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패권적 차원의 문제다. 한국의 외교정책을 전략적 모호성으로 간주하고 비판하는 관점에서 가장 큰 지점은 한미동맹에 대한 문제로 보는 것인데, 여기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과연 패권구조가 어떻게 현재 형성되어 있는가도 논의되어야 한다. 이를 길핀의 틀을 빌려서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은 사고적 차원의 틀이 가능하다. 

 

  전략적 모호성 전략적 명확성
패권이익 분배 우위 - ++
패권비용 지불 우위 + -

 

길핀의 패권전이이론에서 패권국의 상황에 따라서 패권이익이 분배가 우위가 되는 시점이 있고 패권비용 지불이 우위인 시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패권비용 지불이 한계에 닿을 때 패권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패권전이이론의 에센스인데, 여기에서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명확성의 틀을 빌려 설명한다면 다음과 같은 행동설정의 틀이 가능하다.


패권이익 분배가 우위라면 전략적 명확성이 보다 이익의 극대화에 가까워진다. 패권국이 제공하는 국제적인 공공재를 보다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패권이익 분배 우위 상태에서의 전략적 명확성이 보다 중요하게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패권비용 지불우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는 것이 보다 패권 비용의 지불에 대해 이탈할 전략적 기조를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이 경우에 손실이 최소화되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에 가깝다. 따라서 패권전이의 차원을 통해 전략적 모호성과 명확성에 접근한다면 상이와 같이 이익 극대화는 패권이익 분배 우위의 상황에서 전략적 명확성을 갖는 것이 적절할 것이고, 패권비용 지불 우위 상태에서는 국가는 손실 최소화를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가지는 것이 전망이론적 차원의 제한된 합리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것은 국제구조가 안정되기 때문인가? 패권 이익-비용의 상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인가?

결국 현재의 미국의 패권동맹이 패권이익 분배가 우위인가 패권비용 지불이 우위인가에 따라서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명확성의 국가이익의 기대값이 달라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앞에서의 논의와 이를 합치한다면, 결국 국제권력구조와 패권 이익-비용의 상태에 따라서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명확성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뭔가 현재의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논의는 한국의 외교정책들이 전략적 모호성에 기조에 있었다는 ‘입증과 실증’도 배제되어 있고, 적어도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개념들이 논의되는 것이 이른바 과거의 ‘밸런싱’과 ‘편승’ 이상의 국가이익을 다루는 이론적 기반의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어디까지나 과거의 논의를 반복하기 위한 또다른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전략적 모호성인 셈이다. 사실 현재의 전략적 모호성 논의를 그래서 필자는 ‘메타버스’라는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들 뭔가를 말하고 싶어 언급하는 개념이지만 그 논의가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며, 그 새롭지 않은 것을 보다 엄밀하게 보려는 시도나 실체를 논의해보고자 함이 아니라 그저 하고 싶어하는 말을 전략적 모호성 비판을 통해서 하고 있다고 보일 뿐이다.

 

최소한 한국의 외교정책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논하고 싶다면 따라서 세 가지의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먼저 한국의 외교정책이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행태가 지속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실증'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레토릭 분석으로 이뤄질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국가 행태가 그러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제정치구조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합리적 선택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제시하고, 패권 이익-비용 상태에서도 그렇다는 것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이 둘 작업 중에서 하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본다.

 

van Evera, Stephan. 1998. “Offense, Defense, and the Cause of War.” International Security 22(4): 5–43.

Gilpin, Robert. 1981. War and Change in World Politics. 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https://www.cambridge.org/core/product/identifier/9780511664267/type/book.

Levy, Jack S. 1997. “Prospect Theory, Rational Choice , and International Relations.”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41(1): 87–112.

Schweller, Randall L. 2004. “Unanswered Threats: A Neoclassical Realist Theory of Underbalancing.” International Security 29(2): 159–201. http://www.jstor.org/stable/4137589.

Waltz, Kenneth Neal. 1979.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Reading, Massachusetts: Addison-Wesley Publishing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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