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관계 분야에서 가장 고전이자, 이 분야의 연구를 연 책을 하나만 언급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언급되어야 하는 저서는 Huntington의 "The Soldier and the State: The Theory and Politics of Civil-Military Relations"이다. 이는 실제로 앞에서 언급한 Janowitz의 The Professional Solider보다 먼저인 1957년에 출판된 중요한 작품으로, 민군 관계와 군의 역할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책은 민군 관계의 이론과 미국의 민군 관계 역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Huntington의 가장 중요한 이론은 민군관계를 군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설명한다. 즉 군이 가지는 역량과 효능에 따라서 민군관계가 결정된다는 사회과학적 변인관계로 이를 설명한다. 따라서 Huntington의 개념 중에서 전문성은 민군관계 전반을 주조하는 매우 중요한 변인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이러한 군의 전문성에 대한 이론을 Huntington이 제시한다. 그는 군사의 전문성이 군사 기술과 군사 조직적 차원으로 구성되며, 이는 세 가지 주요 요소로 정리가능하다고 본다.
첫째는 전문 지식 및 기술이다. 군사 전문성의 핵심은 특정한 군사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전쟁의 본질, 전략 및 전술, 그리고 군사 조직과 관련된 지식을 포함한다. 둘째는 책임감이다. 군 전문가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이 책임감은 군사 전문가가 그들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국가의 안보와 복지를 위해 사용하도록 한다고 언급한다. 세번째는 entrepreneurship이다. 군사 전문가는 동료 전문가들과 공동의 전문적 가치와 기준을 공유하며, 이 entrepreneurship은 군사 전문가들 사이의 연대감을 높이며, 군조직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개념들이 과연 군의 전문성을 규정하는데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해볼 필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Huntington은 이러한 개념들이 민군관계와 민군관계의 중요한 문제들에 연결된다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이렇게 군의 전문성을 규정하였다.
Huntington은 군의 전문성 발전이 군사와 민간 사이의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논의한다. Huntington은 높은 수준의 군사 전문성이 군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군사와 민간 사이의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군 전문성이 높아질수록, 군은 자신들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 기여할 수 있게 되며, 동시에 군사의 정치적 중립성도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군의 전문성의 발전은 군의 사회적 역할과 위치를 재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Huntington은 군사 전문성이 높아질수록, 군사는 민간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국가의 안보와 복지를 위한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요약하면, Huntington의 '전문성' 개념은 군사와 민간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군사 전문성의 발전은 군사와 민간 사이의 긴장을 줄이고, 군사의 사회적 역할과 위치를 재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Huntington은 민군관계의 두 가지 모델을 제시하며, 민군관계가 두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지점에서 Janowitz의 ‘직업 군인’과 맞닿는 지점이 존재한다.
먼저 민군관계의 두 모델 중 첫째는 관리자 모델 (Managerial Model)이다. 이 모델에서 군대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문민의 지시와 명령을 따르는 역할을 한다. 관리자 모델에서는 군대는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직접적인 개입을 피한다. 또한 군대의 주요 역할은 민간 정부의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군대는 민간 정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모델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더 일반적으로 볼 수 있으며, 군대는 민간 정부의 지시를 따르며,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간주된다.
다른 모델은 전문가 모델(Professional Model)이다. 이 모델에서 군대는 독립적인 전문가로서, 국가 안보에 대한 자체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다. 군대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으며, 군대는 민간 정부와 협력하면서도, 자체적인 전문적 견해를 표현하고, 때로는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다. 또한 군대는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 모델에서는 군 전문성이 높은 국가에서 더 일반적으로 볼 수 있으며, 군대는 자신들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의 안보 정책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모델은 Janowitz의 ‘직업 군인’과 비슷해보이지만 Huntington은 명백하게도 군과 민간의 분리와 전문성에 기반한 자율성을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모델은 군대의 정치적 역할과 그것이 국가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다. Huntington은 이 두 모델을 통해 군사와 민간 사이의 다양한 관계 형태를 설명하고, 각 모델이 어떤 상황에서 적절한지를 분석한다.
Huntington은 민군관계에 있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군대가 너무 많은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군대의 권력이 너무 약화되면 국가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본다. 즉 Huntington은 일종의 딜레마적 상황이 군과 정부 사이에 존재한다고 봤고 이에 따라, 밸런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언급했다시피 군대가 너무 많은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지만, 군대의 권력이 너무 약화되면 국가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군대와 민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은 민주주의와 국가의 안보를 동시에 보호하는 데 중요하다. 따라서 군과 민간 사이의 균형은 국가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군대가 너무 강력하면 군사 독재의 위험이 있으며, 군대가 너무 약화되면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군대와 민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은 민군 관계의 지속성을 보장하며, 군대와 민간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하면, 민군 관계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
Huntington은 이러한 균형을 달성하는 방법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군 전문성의 존중이다. 군대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군대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둘째는 정치적 중립성이다. 군대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군대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 군대와 민간 사이의 신뢰가 높아지고, 군대의 정치적 개입을 방지할 수 있다고 봤다. 셋째는 민간의 군사에 대한 이해를 중요하다고 봤다. 민간은 군대의 역할과 중요성을 이해하고, 군대와의 협력을 통해 국가의 안보와 복지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균형을 달성하는 방식을 Huntington은 ‘객관적 통제(objective control)’이라고 규정하였다. 즉 Huntington은 객관적 통제의 형태가 민군관계의 이상적 상태로 보았고, 결국 군과 민의 균형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군의 전문성을 중요하게 보았다. 군의 전문성이 존중되기 위해서는 군의 전문성이 필요했고, 민간의 군사에 대한 이해 역시 군 전문성이 이를 민간에게 호소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동시에 앞에서 군의 전문성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기제가 있다고 언급했다시피 군의 전문성이 높아지면 사실상 객관적 통제가 달성되고, 군과 민의 균형이 달성된다고 봤다.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이해했겠지만 이러한 전문성을 '물적 발전'으로 놓고 객관적 통제를 '정치 발전'으로 놓는다면 Huntington의 기존의 근대화이론의 선형적 구조와 그대로 일치한다. 실제로 군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자원동원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경제발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경제발전에 의한 군의 전문성 확보가 민군관계에서의 객관적 통제를 낳게 된다면, 민주화라는 정치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도식 구조가 가능하다. 사실 그렇기에 이 책은 Huntington의 큰 주장에 한 부분에 해당한다고도 독해할 수 있다. 결국 큰 도식 구조안의 작은 도식구조가 바로 이 책의 의도라고 봐도 크게 틀리진 않는다.
Janowitz의 ‘직업군인’과 비교해본다면 민과 군의 통합과 융합이 이뤄지는 민군관계를 주장한 것과 달리, Huntington은 완전히 다른 자율성과 전문성의 문제로 이를 해석했다고 할 수 있다. 즉 민과 군은 철저히 분리된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사회학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용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둘은 분리된 사회가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사회에서 존재했고 이를 Janowitz는 강조하면서 융합을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Huntington은 군과 민의 문제를 권력구조의 문제로 보았고 결국 여기에서 균형을 말하면서 전문성에 의한 ‘객관적 통제’가 도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두 설명의 차이는 민과 군의 위치에서 기인하고, 이러한 위치의 차이는 둘이 사회적 공존에 기반을 두는 지, 정치적 권력자원의 문제로 보는 지에 따라서 다른 설명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간단하지 않는 점은 과연 Huntington의 생각처럼 전문성이 선형적으로 객관적 통제로 무조건적으로 이어지냐는 것이다. 실제로 군의 전문성의 강화는 자기분야의 복잡성을 창출하게 되고, 이는 자율성으로 이어지고 다시 이는 군이 민간의 통제를 완전히 우회하며 자기 이익을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고, 이는 다시 권력의 철칙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깨트리며 군의 이익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존재했다. 즉 전문성이 과연 단방향의 문제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었다. 이 문제는 뒤에 이어지는 Stepan의 신전문가주의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이러한 논쟁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Huntington의 "The Soldier and the State"는 민군 관계 연구의 핵심 참고 문헌으로 간주되며, 그의 이론과 주장은 오늘날까지도 민군 관계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사실상 민군관계라는 분야가 출발하게 된 것에서 있어서 Huntington의 ‘전문성’과 ‘객관적 통제’는 이 민군관계라는 분야가 어떤 분석틀과 문제제기에 의해서 진행해야 하는가를 설정한 중요한 기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