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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International Politics

트럼프의 관세 게임: 진짜 국가이익은 무엇인가

Fulton 2025. 6. 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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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어디에 실렸어야 할 글이지만, 여기에만 남겨 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관세 정책 변동은 국제정치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10%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34%의 관세를 부과하는 급진적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와 달러화까지 투매 현상이 발생했다.

 

놀란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며칠 만에 75개국에 대해 90일간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세율을 100%가 넘게 상향 조정하는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급격한 정책 변동을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제기된다.

"과연 이런 관세 정책이 미국에게 실제로 이익이 되는가?"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과 국채·달러화의 투매 현상을 고려하면, 이 정책이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의 주요 목적으로 내세운 '해외 공장들의 미국 귀환'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낮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현대 경제에서 단기간에 제조업 기반을 재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는 오히려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경제적 현실보다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우선시했다.

 

그렇다면 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인가? 한번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과연 모든 국가가 추구해야 할 당위를 가지는 '국가이익'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국제정치학자들은 오랫동안 국가를 단일한 합리적 행위자로 가정하고, 국가지도자들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국가이익'을 추구한다고 상정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이러한 가정이 현실과 괴리가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Bruce Bueno de Mesquita) '국가이익'이라는 개념이 실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경제학적 접근을 통해 설명한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우(Kenneth Arrow) '불가능성 정리'에 기반한 분석이다.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에 따르면, 세 명 이상의 구성원이 세 가지 이상의 선택지에 대해 각자 다른 선호를 가지고 있을 때, 이들의 선호를 모두 반영하는 하나의 통합된 '집단적 선호'를 도출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상충되는 선호를 고려하면 이 원리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 내의 유권자들과 유권자 집단을 가정해볼 때 행위자는 세 집단 이하로 묶어 낼 수 없으며 따라서 미국의 국가이익은 하나의 통합된 특정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정책 선호"를 단일하게 통합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필연적으로 특정 집단의 선호는 무시될 수밖에 없다. 즉 당위적으로 이른바 통합된 국가이익은 정책결정자들에게 선택된특정한 이익 이상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치지도자들이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에노 데 메스키타의 선출인단이론(selectorate theory)에 따르면,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에 필수적인 '지배연합'(winning coalition)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 '지배연합'이 선거에서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특정 유권자 블록을 의미하며 그 승리에서 발생하는 편익을 사적재화를 받는 집단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정치적 기회주의가 아니라,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정치지도자들은 전체 국민이 아닌, 자신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특정 집단에 의해 선출되고 유지되기 때문에, 그들의 결정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주장하며 중국에 부과한 125%의 관세는 실질적으로는 그의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 지역 제조업 노동자들의 이익을 우선시한 것이다. MIT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차이나 쇼크'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은 2011년까지 제조업 일자리 100만개, 전체적으로는 2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곳이다. 이곳을 선출인단 이론에 따라, 공화당과 공화당 내의 트럼프 세력인 지배연합의 주요한 이익의 중요한 지점으로 살펴보며, 이지역의 선거인단과 의회의 중요한 전략적 이익의 문제로 제조업이 다뤄지는 과정에서 다른 이익보다 우선시 된다는 것이다. 즉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을 권력의 자리에 유지시켜주는 대신, 권력자원을 분배받는 '지배연합'(winning coalition)의 이익을 최우선시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제임스 피어론(James Fearon)은 정치지도자들이 '국내 청중 비용'(domestic audience cost)을 관리하기 위해 국제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국가이익'은 객관적 실체라기보다 국내정치적 이익을 정당화하는 레토릭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지난 반세기의 자유무역 시대를 "미국을 유린하고 약탈한 시기"라고 묘사한 것은 이러한 레토릭의 전형적 사례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기간 동안 미국의 서비스 산업은 눈부시게 성장했고,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를 통해 미국은 전 세계 경제를 주도했다. 물론 이 번영이 모든 이들에게 고르게 분배되지는 않았다. 제조업 노동자들은 일자리 상실이라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 제조업 노동자들의 많은 수는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화당에 열광하였고, 이를 통해 트럼프는 재집권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이익'이라는 개념을 통해 실제로는 특정 집단(자신의 지지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전체를 위해서"라는 수사는 실질적으로 "나의 정치적 기반을 위해서"라는 의미에 가깝다. 이것이 바로 '국가이익'이 단지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한 근본적 이유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규범이나 관습, 제도를 파괴하는 것을 중대한 비용으로 간주하지 않는 '전략적 비합리성'이다. 최근 관세 정책에서도 백악관은 관세율을 결정하는 독특한 공식을 고안했는데, 그 결과 남극의 무인도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접근법은 토마스 셸링(Thomas Schelling)이 제시한 '합리적 광기'(rational madman)와 맥을 같이 한다. , 상대방이 자신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극단적인 행동도 감행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00%가 넘는 선으로 극단적으로 상향한 것은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전략적 비합리성'은 양날의 검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과 국채·달러화의 투매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극단적 정책이 미국 경제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의 반응에 따라 관세 정책을 90일간 유예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부 장관이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조치는 "동맹들과 먼저 무역 문제를 해결한 뒤 동맹들을 규합해 중국을 함께 압박하겠다"는 전략적 후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일관된 국가전략에 기반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대 국제정치에서는 국가의 행위자인 정부와 정부의 정치지도자가 객관적인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이익'을 레토릭으로 활용하면서 실제로는 국내정치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그에 따른 급격한 정책 전환은 이러한 현대 국제정치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위기가 닥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미국 경제 전체의 장기적 이익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급락을 막기 위해 관세 정책을 급히 후퇴시켰다. 주식시장 붕괴는 그의 정치적 생명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핵심 지지층을 위해 중국에 대한 관세는 오히려 강화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한미동맹을 비롯한 미국의 안보협력 체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 정책과 유사한 접근법이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상호 관세"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듯이, 안보 분야에서도 "상호 방위 비용"이란 개념을 도입하여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관세 협상에서 보였던 '전략적 비합리성'이 방위비 협상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행정부의 정책 변동이 아니라, '국가이익'이라는 개념이 레토릭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으며, 국내정치적 이익이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향후 한국의 국방 및 외교 전략은 미국 정치지도자의 국내정치적 계산, 그들의 핵심 지지층, 그리고 그들이 어떤 국내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한미 경제협력 논의에서 '상호 이익' '동맹의 가치'라는 개념보다는, 미국 정치지도자에게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접근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안보 협력의 패러다임 자체가 '국가 대 국가'의 관계에서 '정치지도자와 그 지지층 대 정치지도자와 그 지지층'의 관계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가 보여주듯, 현대 국제정치의 실체는 더 이상 추상적인 국가이익이 아닌, 정치지도자의 생존과 그들의 핵심 지지기반의 이익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이다. 전통적인 국제정치이론이 놓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국가'라는 추상적 개념에 집중하다 보니, 실제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그들의 정치적 계산, 지지층의 요구, 개인적 야망을 간과했다. 국가는 마치 하나의 생각을 가진 단일체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다. 이는 세계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 변화의 핵심은 '국가이익'이란 개념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국내정치적 이익이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현실이다. 앞으로 국제정치를 이해하려면, 각국 지도자가 누구에게 표를 받고, 누구에게 돈을 받고, 누구를 위해 정책을 만드는지 살펴봐야 한다. '미국' '중국'의 대결이 아니라,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 '시진핑과 그의 지지자들'의 대결이라는 것을 이해할 때, 비로소 현대 국제정치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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