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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단상

사회운동 내의 파토스 과잉에 대하여

Fulton 2018. 7. 1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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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현상타파’를 추구하는 사회변혁운동이 가지는 공통적인 속성 중 하나는 로고스와 파토스가 동시에 작동한다. 이른바 가치적 지향과 동시에 당위적 추구의 로고스와 이러한 지향에 대한 모티브인 동시에 이를 호소하도록 해주는 동력으로의 파토스가 이러한 사회변혁운동을 구성해주는 관념적인 속성이 된다. ‘현상유지’를 추구하는 가치수호운동 및 가치회복운동과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사회변혁운동이 가지는 로고스와 파토스의 상호양립과 달리 보통은 로고스의 우위와 그에 의한 종속현상이 나타난다. 이른바 ‘현상유지’적인 이러한 행태가 상대적으로 ‘이성적’이라는 호소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나타난다. 성리학의 논점으로 이러한 사회운동과 로고스와 파토스의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결국 ‘사단’과 ‘칠정’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많은 사회변혁운동은 진행되는 과정에서 파토스가 확대되며 로고스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지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데에는 사회변혁운동의 모티브가 ‘불공정’에 대한 ‘수정’과 ‘보상’ 요구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파토스의 문제는 강력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많은 사회변혁운동이 자기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를 가지게 되는 문제는 이러한 파토스가 가치지향의 로고스를 압도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자기파괴적이고 폭력적 행태가 강해질수록 운동이 성공할 개연성이 낮아지는 것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행태가 운동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필요충분조건은 되지 못하기에 이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태에 대한 ‘부수적 피해’의 문제의 책임은 여전히 잔존한다. 많은 운동들은 이런 경우에서 ‘대의’라는 이름으로 로고스를 내세우지만, 사실 이 문제의 시발점은 파토스라는 측면에서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최근의 몇몇 사회변혁운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의견들에 대한 나의 상념은 위와 같다. 역사에서 계속 나타났던 사회변혁운동은 위의 문제들을 잘 관리한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최근의 운동에 관한 논란도 결국 이러한 문제라고 나는 그렇게 본다. 이것이 운동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역시 결국 그 운동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그 운동이 가지는 파토스 과잉에서 오는 문제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90년대의 베네통의 충격 요법의 광고들을 기억하는가? 그 당시에 베네통의 광고는 굉장한 ‘힙’함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90년대 초반의 베네통의 광고 그 자체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광고에 대한 논란 자체만 의미있었던 것처럼 사회변혁운동의 행태들 역시 결국 이를 둘러싼 논란만 의미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광고가 세상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듯이, 결국 저런 행동도 세상을 좀 더 나아지게 하는데 기여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역사적인 사례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대부분의 사회변혁운동의 파토스의 과잉은 참극으로는 대량 학살로 이어졌고, 희극으로는 트롤링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량학살에도, 그 트롤링에도 그 위에 있던 행위자들은 ‘진정성’과 ‘대의’가 있었다. 그 진정성과 대의와는 별개로 그러한 파토스의 과잉이 궁극적으로 사회변혁운동이 추구하는 가치에 기여하였는가, 혹은 별 관계 없거나, 방해가 되었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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