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대리인 모델(Principal-Agent Model)은 경제학, 정치학, 조직이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사용되는 이론적 틀이다. 이 모델은 한 주체(주인, Principal)가 다른 주체(대리인, Agent)에게 특정 업무를 위임할 때 발생하는 문제와 관계를 분석하는 데 사용되며, 주인-대리인 모델의 핵심은 정보의 불균형과 목표 간의 불일치로 인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한다.
이를 위해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의 주요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정보의 불균형 (Information Asymmetry)이다. 대리인이 주인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은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을 손상시킬 수 있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목표의 불일치 (Goal Divergence)이다 주인과 대리인의 목표가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대리인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때로 주인의 이익과 충돌할 수 있다.
세번째는 감독과 통제 (Monitoring and Control)이다. 주인은 대리인의 행동을 감독하고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메커니즘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독과 통제는 비용이 발생하며, 완벽한 감독은 불가능할 수 있다.
네번째는 계약 (Contracting)이다. 주인과 대리인 간의 관계는 계약을 통해 형성된다. 이 계약은 대리인의 행동을 제한하고, 주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과 조건을 명시한다.
민군관계에서 주인-대리인 모델을 적용하면, 민간 정부(주인)는 군대(대리인)에게 국가의 안보를 보장하는 업무를 위임한다. 그러나 군대는 자신만의 목표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민간 정부와 군대 간의 목표 불일치나 정보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민간 정부는 군대의 행동을 감독하고 통제하기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을 도입하게 된다.
이를 매우 잘 설명하는 선구적인 연구자는 Feaver였다. Feaver의 "Armed Servants: Agency, Oversight, and Civil-Military Relations"에서 제시하는 주인-대리인 모델은 민군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민군관계를 분석하는 데 주인-대리인 모델을 사용하는 접근법은 Feaver만의 독점적인 것은 아니다. 주인-대리인 이론은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이론적 틀로, 여러 학자들이 이를 민군관계 분석에 적용하였다.
먼저 James Q. Wilson(1989)은 그의 저서 "Bureaucracy: What Government Agencies Do And Why They Do It"에서는 관료제와 그 내부의 다양한 조직들, 그리고 그 조직들과 정치 지도자들 간의 관계를 주인-대리인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이는 군사 조직과 민간 정부 간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었다.
그리고 민군관계에서 이를 사실상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연구자는 Deborah D. Avant(1994, 1998)였다. 그녀의 저서인 "Political Institutions and Military Change: Lessons from Peripheral Wars"에서는 군사 혁신과 민군관계를 주인-대리인 관점에서 탐구하였다.
이 외에도 여러 학자들이 주인-대리인 모델을 민군관계 분석에 적용하였다. 그러나 Feaver의 "Armed Servants: Agency, Oversight, and Civil-Military Relations"는 이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로, 그의 주장과 모델은 민군관계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먼저 주인-대리인 모델의 기본 개념을 민군관계에서 짚어보자면, 주인(Principal)은 민간 정부나 국민을 의미한다. 주인은 대리인에게 특정 업무를 위임하며, 대리인이 그 업무를 올바르게 수행하는지 감독한다. 그리고 대리인 (Agent)은 군대를 의미한다. 대리인은 주인의 지시를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주인-대리인 문제는 대리인이 항상 주인의 최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은 대리인을 감독하고 통제해야 한다. 따라서 Feaver는 군대가 민간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 그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민간 정부가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주인-대리인 모델을 통해 설명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첫째, 정보의 불균형에 차원에서 기인한다. 군대는 전술, 전략, 군사 기술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간 정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군대는 민간 정부의 지시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는 이익의 충돌이다 군대와 민간 정부는 서로 다른 목표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군대는 자신의 예산이나 권력을 확대하려 할 수 있으며, 이는 민간 정부의 의도나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해 통제 및 감독이 발생하게 된다. Feaver는 민간 정부(주인)와 군대(대리인)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설명하며, 특히 민간 정부가 군대를 어떻게 통제하고 감독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변수로 작동하는 것이 감독의 비용과 군대의 태만이다. 감독의 비용(Monitoring Costs)은 Feaver는 민간 정부가 군대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비용이 든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감독의 비용은 민간 정부의 자원과 주의를 소모하게 만든다고 간주했다.
또한 군대의 태만(Shirking)을 언급한다. 군대는 때로는 민간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 'shirking'이라고 부르며, 이는 군대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민간 정부의 지시와 다른 판단을 내릴 때 발생한다. 그리고 군부의 '태만'은 주로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1) 군사작전에 필요한 예상 비용을 과장하여 제시하기, (2) 공개적인 항의나 언론 유출을 통한 '엔드런(end-run)' 전략, (3) 원치 않는 정책의 실행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거나 느리게 행동하는 '시간끌기(slow-rolling)'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민간 정부는 군대의 'shirking'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페널티와 보상 메커니즘을 도입합니다. 군대가 민간 정부의 지시를 따를 경우 보상을 제공하며, 반대로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한다. 여기에 작동하는 변수로 민간 정부의 능력과 군대의 자기감독을 언급한다.
먼저 민간 정부의 능력 (Civilian Competence)로 Feaver는 민간 정부의 군사에 대한 지식과 능력이 군대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민간 정부가 군사 전략과 작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을 경우, 군대의 '태만'을 더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군대의 자기감독(Self-Policing)으로, Feaver는 군대 스스로가 자기감독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음을 지적한다. 군대 내부의 문화와 규율, 그리고 군사 전문가들의 윤리감은 군대가 민간 정부의 지시를 따르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본다.
여기서 나타나는 민간정부의 감독은 문민 지도자들이 군대의 행동과 의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검토하는 과정이다. 이는 군대가 민간인 지도자의 지시나 정책을 올바르게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모니터링은 군사 작전, 훈련, 예산 사용, 인사 이동 등 다양한 활동에 걸쳐 이루어진다. 민간인 지도자들은 다양한 정보 소스와 채널을 통해 군대의 활동을 모니터링합니다. 이에는 군사 보고서, 감사, 군사 자문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감독 과정에서 군대가 문민 지도자의 지시나 정책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면, 민간인 지도자들은 군대에 대한 다양한 처벌을 가할 수 있다. 처벌은 경고, 예산 조정, 인사 이동, 명령의 변경, 또는 군사 지도자의 해임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처벌의 목적은 군대에게 문민 지도자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미래의 나태를 방지하는 것에 있다.
Feaver의 모델은 군대와 민간 정부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는 군대와 민간 정부 간의 관계가 단순한 상위-하위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익과 정보를 가진 두 주체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Feaver는 수학적 도식화의 과정을 거쳐 다음과 같은 형태로 단순화 한다. 이를 2x2의 형태로 기존의 개념들과 연결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이 도출된다.
군의 성실 | 군의 태만 | |
문민의 침습적 감독 | 민군의 긴장관계 | 민군의 극한 대립 |
문민의 비침습적 감독 | 헌팅턴의 객관적 문민통제 | 라스웰의 병영국가 |
이를 기존의 민군관계 이론과의 차이에 비춰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결국 정리할 수 있다. 기존의 민군관계 이론은 대부분 군대와 민간 정부 간의 균형이나 군대의 전문성과 민간 정부의 권한 사이의 관계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Feaver의 주인-대리인 모델은 이러한 관계를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군대와 민간 정부 간의 실제 상호 작용과 갈등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다만 주인-대리인 모델을 통한 민군관계 분석에는 여러 비판점이 있다. 먼저 과도한 단순화이다. 주인-대리인 모델은 복잡한 민군관계를 단순한 계약 관계로 축소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군사와 민간 정부 간의 관계는 단순한 계약 관계보다 훨씬 복잡하며, 이를 단순화하여 표현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또한 모니터링과 처벌의 한계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Feaver는 민간 정부가 군대를 통제하기 위해 모니터링과 처벌 메커니즘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메커니즘의 효과가 항상 명확하지 않으며, 때로는 군대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민간 정부의 동기에 대한 전제이다. 주인-대리인 모델은 민간 정부가 항상 군대를 통제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간 정부도 군대의 지원과 협력을 필요로 할 때가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군대를 과도하게 통제하려는 동기가 약해질 수 있다.
또한 문화적 요소의 무시도 언급해야 한다. Feaver의 모델은 군사와 민간 정부 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군사 문화, 전통, 가치관 등은 민군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무시하면 민군관계의 복잡성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역사적 맥락의 부족의 측면이 있다 Feaver의 모델은 특정 국가나 시대의 민군관계를 분석하는 데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군관계는 역사적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주인-대리인 모델만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기 간단하지 않다.
Feaver의 주인-대리인 모델은 민군관계를 분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결론적으로, Feaver의 주인-대리인 모델은 민군관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며, 군대와 민간 정부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과 갈등을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Feaver는 이를 통해 어느 정도 기존의 민군관계에 대한 많은 문제를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여기에 Feaver는 기존에 설명들이나 다뤄진 것과 달리 전문성이 민군관계에서 과연 중요한지 의문을 던지기까지 하며(Feaver 1999), 민군관계는 주인-대리인 모델로 포괄가능하며 대부분의 문제가 여기에서 정리 가능하다고 간주한다(Schake et al. 2021). 여기에는 여전히 비판적인 지점이 존재하며, 추후 새로운 논쟁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Feaver 이후의 민군관계의 논쟁은 한동안 지엽적, 각각의 지역적 분석에 한정되기 시작한다. 이는 주인-대리인 모델이 설명하는 설명력 자체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Avant, Deborah D. 1994. Political Institutions and Military Change: Lessons from Peripheral Wars. 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 1998. “Conflicting Indicators of ‘Crisis’ in American Civil-Military Relations.” Armed Forces & Society 24(3): 375–87.
Feaver, Peter D. 1999. “Civil-Military Relations.”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2(1): 211–41.
Schake, Kori et al. 2021. “Masters and Commanders.” Foreign Affairs: 230–38.
Wilson, James Q. 1989. Bureaucracy: What Government Agencies Do and Why They Do It. New York: Basic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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