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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s/Civil-Military Relation

북한의 선군정치와 민군일치 이론: 이론과 현실의 괴리

Fulton 2024. 8.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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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김정일 시기의 선군정치를 분석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선군정치는 북한 체제의 근간을 형성했으며,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군정치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민군관계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북한 체제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더불어, 선군정치의 분석은 향후 북한의 체제 변화 가능성과 그 방향을 예측하는 데에도 유용한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

 

민군관계는 현대 정치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이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으로, 외교, 사법, 경제, 군사, 보건 등 다양한 분야의 관료-정치 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많은 경우 관료의 자율성과 전문성의 증진이 민주주의적 해결책으로 여겨지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모순과 딜레마가 노출되었고, 이는 이미 다양한 양적, 질적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민군관계, 특히 민군일치를 강조하는 이론들과 북한의 선군정치를 연결시켜 보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매우 흥미로운 시도이다. 민군일치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이론들로는 Schiff의 Concordance 이론, Janowitz의 시민군 모델, Moskos의 제도적 군대 모델 등을 들 수 있다. 이 이론들은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군과 사회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Schiff의 Concordance 이론은 군대, 정치 엘리트, 시민사회 간의 협력적 관계를 강조하며, 각 국가의 고유한 문화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Janowitz의 시민군 모델은 군대와 시민사회의 긴밀한 연계를 주장하며, 군대가 국방 외에도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Moskos의 제도적 군대 모델은 군대를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사회적 제도로 보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이론들을 북한의 선군정치에 적용해보면, 표면적으로는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선군정치는 군대와 사회의 통합을 강조하고, 군대의 역할을 국방을 넘어 경제, 사회 전반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차이점이 드러난다.

 

첫째, 민군일치 이론들이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통합을 지향한다면, 선군정치는 위로부터의 강제된 통합이다. 이는 북한의 권위주의적 체제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합의'나 '조화'와는 거리가 멀다. 둘째, 권력 구조의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민군일치 이론들은 대체로 민간 우위를 전제로 하지만, 선군정치는 군이 권력의 중심이 된다. 이는 권력자원의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군대가 정치적 권력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셋째, 목적의 차이가 있다. 민군일치 이론들이 건강한 사회 발전과 민주주의의 강화를 목표로 한다면, 선군정치의 주요 목적은 체제 유지와 권력 강화에 있다. 이는 북한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북한의 선군정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또 다른 관점은 Domestic Unrest(국내 불안정)와 군부의 영향력 강화의 연관성이다. 민군관계와 Domestic Violence의 연구에서는 오히려 외부위협보다 국내적 문제가 군의 득세와 영향력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주장한 바 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과 대규모 기근으로 인해 심각한 국내 불안정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 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군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선군정치는 이러한 맥락에서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1. 체제 안정화: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인한 사회 불안을 군대를 통해 통제하고 안정화하려는 시도였다.
  2. 권력 기반 강화: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의 후계자로서 자신의 권력 기반을 굳건히 하기 위해 군부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었다.
  3. 대외 협상력 제고: 군사력 강화를 통해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4. 경제 재건의 도구: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군대를 경제 재건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선군정치는 단순히 군사 우선주의가 아니라, 복합적인 국내외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북한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민군관계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북한만의 독특한 정치-군사 관계를 보여준다.

 

더욱이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의 선군정치를 기존의 권위주의 체제 이론인 군부 독재로 설명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군부 독재 이론은 군부가 쿠데타나 혁명을 통해 직접 정권을 장악하는 경우를 주로 설명한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독재 체제 하에서 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형태를 보인다. 즉, 군이 독자적으로 정권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치 지도자가 군을 통치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독특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선군정치가 단순히 군부 독재나 민군일치의 극단적 형태로 볼 수 없는, 북한만의 독특한 정치 체제임을 시사한다. 선군정치는 군을 통치의 핵심 수단으로 삼되, 여전히 당과 수령(최고지도자)이 군을 통제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성은 기존의 민군관계 이론이나 권위주의 체제 이론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론들이 북한의 선군정치를 이해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Schiff의 이론이 강조하는 문화적 맥락의 중요성은 북한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또한, 선군정치는 민군일치가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서 가치가 있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민군관계와 정군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론적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 새로운 이론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권력유지와 지속의 차원에서 어떻게 군을 동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첫째, 이 이론은 군의 역할을 단순히 국방이나 안보의 차원을 넘어, 정권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자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북한의 선군정치에서 군은 단순한 무력 기관이 아니라, 경제 건설, 사회 통제, 이데올로기 전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군에 대한 당과 최고지도자의 통제 메커니즘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군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당과 최고지도자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는 이중적 구조를 보인다. 이는 전통적인 민군관계 이론에서 말하는 '문민통제'와는 다른 양상이다. 셋째, 군의 충성심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에서 군은 단순히 강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특권과 이데올로기적 교육을 통해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유지한다. 이는 군을 통한 권력 유지의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군과 사회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군민일치'는 서구의 민군일치 이론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는 군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면서도, 동시에 사회로부터 차별화된 특권 집단으로 존재하는 독특한 관계를 의미한다. 다섯째, 군의 경제적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에서 군은 단순한 안보 기구를 넘어 주요 경제 주체로 기능한다. 이는 군을 통한 권력 유지가 단순히 정치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차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이론적 접근은 북한의 선군정치를 비롯한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민군관계와 정군관계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북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결국 북한의 선군정치는 민군일치 이론들과 '불편한 동행'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크게 다르다. 이는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 이론들을 비민주적 체제에 적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둘째,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민군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적 틀이 필요하다.

 

북한의 선군정치는 민군일치라는 개념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건강한 민군관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는 관료-정치 관계에 대한 더 넓은 논의로 확장될 수 있으며, 이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북한의 선군정치 사례는 또한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민군관계가 단순히 억압과 통제의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는 복잡한 상호의존과 협력의 관계로, 군부는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며, 동시에 정권은 군부의 특권과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그들의 충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상호의존적 관계는 기존의 민군관계 이론들이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더불어, 북한의 선군정치는 군사와 정치, 그리고 경제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는 민군관계를 단순히 정치와 군사의 이분법적 관계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경제, 사회,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총체적인 관계로 이해해야 함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선군정치 사례는 기존의 민군관계 이론과 권위주의 체제 이론의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이론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새로운 접근은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민군관계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러한 체제의 지속과 변화를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연구에서는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의 민군관계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보다 일반화된 이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군관계의 변화가 체제 전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단순히 학문적 관심사를 넘어, 국제 관계와 안보 정책 수립에도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선군정치와 민군관계에 대한 연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과 군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향후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연구는 학술적 차원을 넘어 현실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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