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you have I been absent in the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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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미술 300년』 전시를 다녀와서-만족에 대한 고민

확실히 내가 변하긴 변한 것 같다. 영국여행에서 내 머리 속, 뇌세포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은 시대를 가리지 않은 미술의 ‘걸작’들과 더불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있었던 압도적인 숫자의 공예품들이었다. 그 ‘걸작’들과 공예품들의 늪에서 난 기어 돌아왔지만 무엇인가 크게 변해버린 모습이다. 누가 그랬던가? 수영을 가르치려면 우선은 자기 키보다 더 큰 압도적인 물에 빠트릴 필요가 있다고. 그 안에서 헤어 나오는 과정 자체가 수영을 배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가장 폭력적인 방법이라고. 나는 어쩌면 미술 작품들과 공예품들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가장 폭력적이고 확실한 과정을 일 주일을 보내야 했다. 그런 과정이 나에게 무슨 변화를 줄까 했는데 일 년이 지난 오늘 크게 느꼈다. 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시가 이뤄..

일상단상 2013.02.11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리얼리티가 아니라 판타지라는 것이다. 다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판타지가 아닌 리얼리티인 것이다. 즉 욕망은 판타지이며, 공감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어떤 대중문화에서의 작품이 성공하는 것은 그것의 리얼리티 때문이라기 보다는 곧 판타지에 달린 문제이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널리 있는 것도 사실 이런 차원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흥행과 인기, 유행은 결국 판타지에 걸린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어떻게 자극하느냐가 결국 대중문화에서의 대중성 측면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리얼리티가 우수하다면 그것은 훌륭한 ‘마스터피스’일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대중성에..

일상단상 2012.12.13

고전을 읽는 것에 대하여-고전과 정치학 사이

최근 들어 고전을 좀 많이 보고 있다. 플라톤, 하이에크,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앞으로 읽을 베버까지 고전들을 하나하나 젖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고전들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학부 시절에만 하더라도 이런 고전을 탐독했었다. 정작 대학원에 오고 하면서 오히려 고전을 멀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유라면, 고전을 읽기보다 읽어야 할 직접적인 텍스트가 적지 않았고, 그리고 고전을 읽을 직접적인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야 고전을 다시 읽는 것인가? 정치학자들의 거장들이 고전에 대한 논평이 큰 이유가 되었다. 이러한 고전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주장과 논리와 방법론을 훈련하였고, 더불어 이러한 고전을 통하여 정치학 전반의 공통의 언어를 사용할 수..

Politics 2012.12.12

『승리 이후』-국제질서의 형성에 대하여

승리이후저자G. 존 아이켄베리 지음출판사한울 | 2008-03-05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미국의 일극주의적인 권력정치와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는 냉전 종결...글쓴이 평점 아이켄베리의 이 책은 사실 처음 읽었을 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가 없었다. 분명 현실주의적 전통 위에서 쓰인 책인데 이른바 ‘입헌적 질서’는 무엇이며 더 나아가 이 사람이 말하는 ‘질서(order)’라는 개념이 자유주의 진영에서 말하는 질서와 동일한 개념으로 쓰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았다. 과연 이 책이 논하는 질서라는 것 자체가 확 다가오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켄베리의 시선이 무엇인지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세번 즈음 읽고 나서야 아이켄베리의 논의 자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켄베리가 논하는 질서라..

iPhone3Gs와 작별하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물건을 잘 간수 못하는 나를 생각해보면 잃어버리지도 않고 잘도 오래 썼다. 앱등이로서의 시작을 알린 제품이 맥북이었다면 iPhone3GS는 본격적으로 애플에 탐닉하게 만들어 주었고 여기에 iPad까지 합쳐지면서 이른바 애플의 시대가 열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 위에서 논문도 썼고 많은 일을 했다. 모든 일에서의 일상을 다 iPhone3GS과 iPad, 그리고 맥북이 함께 했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했던 iPhone3GS가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iPhone5를 예약했고 금요일에 받을 예정이며 이미 케이스는 구입하였다. iPhone3GS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iPhone3GS는 내가 의지를 가지고 바꾼 첫 번째 핸드폰..

일상단상 2012.12.05

최악과 차악에 대한 판단에 의문을 표하며

최악과 차악, 차선과 최고를 논함에 있어 많은 사람들은 한 직선을 떠올린다. 그 직선 위에 최악부터 최선까지 주르륵 놓인 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형상화 작업을 거쳐 나온 결론이라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하나의 선으로의 형상화 작업은 개인의 가치 판단에 따른 결과로 인해 최종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업은 모든 이에게 쉽게 이뤄질까? 그렇지 않다. 세상에서의 스펙트럼이라는 것은 단 하나의 선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매우 다양한 차원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러한 차원들을 최종적인 작업으로 하나의 선으로 두고 최악, 차악, 차선, 최선으로 나누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이 선 위에 모든 사람이 일정하게 최악-차악-차선-최선을 둘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설령 놓여 있더라도 각 ..

집단기억과 정체성의 차이 : 기억 연구의 중요성

국제정치학자들이 기억의 정치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 중 하나는 기억이 정체성과 다른 것이 무엇이 있느냐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사실 날카로운 함의를 담고 있는 데, 굳이 기억이라는 것을 왜 정치학에서 끄집어와 연구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와 연결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굳이 정체성으로 봐도 되는 것을 다른 학문분야의 산물을 연계해가며 봐야하는 지, 옥상옥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니 말이다. 구성주의가 사실 모든 관념 영역을 다 먹으려 하는데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죠... 웬트 교수님.. 사실 사회학을 하시는 분들은 이 질문을 들으면 황당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기억이라는 말의 의미가 당연히 정체성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많이 알고 있으니 말이다. 기억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집단기억을..

경제학에서 느낀 '손맛'-다큐프라임 자본주의편을 보고

다큐프라임을 보니 예전에 경제학을 공부하던 생각이 적잖게 난다. 평생 관심이 있던 공부 주제가 정치학이라면, 대학에 와서 가장 재미를 느낀 부분은 경제학이었다. 경제학은 고민하면 고민할 수록 깊이 파고 들어가는 ‘손맛’이 있었다. 정치학은 이와는 좀 달랐다. 정치학의 분과마다 다른 성향은 있었지만 확실히 그 ‘손맛’이 없는 학문 중 하나가 정치학이었다.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논쟁이 재미있고, 정치사상의 세계는 깊고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유발했지만 경제학의 손맛은 없었다. 그래서 경제학의 손맛을 느끼고자 조금 더 파고 들었지만 들면 들수록 애매한 허무함을 느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정치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때때로 하던 학문의 외도에서 원래 하던 ..

일상단상 2012.10.07

역사문제와 영토문제의 차이의 일본 민주당정부의 몰이해

최근 일본의 역사문제와 영토문제에서의 강경한 우익적 입장이 대두되고 그것을 민주당 정부가 옹호하는 듯한 경향을 논문으로 쓸 생각이 있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어쨌든 그것을 떠나서 일본이 최근의 동아시아 문제에서 어떠한 오판을 저질렀는가에 대해서 조금 지적해 보려 한다. 이것은 국내정치와는 다른 국제정치의 층위에서의 문제이다. 일본이 저지른 오판 중 최악의 실수는 영토문제가 독도 문제와 더불어 다오위다오-센카쿠까지 확대하였다는 점에 있다. 미일동맹이 고이즈미 때와 같지 않은 지금에 있어서, 영토 문제의 표면화가 동아시아 전반에 이렇게 대두되는 것은 사실 일본에게 위험한 전략이었다. 비록 그것이 국내정치적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일본에게 도움이 될 것은 전혀 없었다. 일본..

호전성과 문화-제레미 블랙의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를 읽고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저자제레미 블랙 지음출판사이가서 | 2003-03-21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잘 짜여진 분석 틀과 간결한 형식을 사용하여 한 세기 반 동안 ... 제레미 블랙은 전쟁의 원인에 대하여 호전성과 그 호전성과 관련한 문화에 두고 있다. 여기에서 문화는 단순히 한 국가의 문화는 문명에서 비롯된 문화 뿐 아니라 범위의 광의로서의 문화로, 국제 및 지역적으로 공유되는 인식까지도 여기에는 포함된다. 문화라는 개념도 모호하지만 어찌 되었든 정의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실 문제는 호전성이다. 제레미 블랙은 기존의 국제정치이론(국제체제이론, 동맹이론)보다는 특정시기의 문화 및 사회와 국제체제의 호전성의 주목하고, ‘위험 선호’와 국제 분쟁의 작용-반작용 과정에 가해진 충격에 주목하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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