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you have I been absent in the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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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단상 69

서울의 일요일 오후

주말에는 집을 나온다. 어린 시절만해도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을 좋아했다. 나가는 것이 귀찮고, 딱히 내가 원하는 곳을 가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가족에 의해 끌려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 것이 싫어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것이 변하기 시작한 시점이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바뀐 이유를 고민해 보면 주말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 생활의 자율이 더 추가되었다는 것을 댈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에 나오는 시간부터는 내 시간이니까. 서울에 와서 더 나오게 된 이유는 집에 있어도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에는 하숙집이나 자취방에 있어서 주말에 할 수 있는 것은 영화감상이나 게임 정도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오는 것이..

일상단상 2013.02.24

『미국미술 300년』 전시를 다녀와서-만족에 대한 고민

확실히 내가 변하긴 변한 것 같다. 영국여행에서 내 머리 속, 뇌세포 속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은 시대를 가리지 않은 미술의 ‘걸작’들과 더불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있었던 압도적인 숫자의 공예품들이었다. 그 ‘걸작’들과 공예품들의 늪에서 난 기어 돌아왔지만 무엇인가 크게 변해버린 모습이다. 누가 그랬던가? 수영을 가르치려면 우선은 자기 키보다 더 큰 압도적인 물에 빠트릴 필요가 있다고. 그 안에서 헤어 나오는 과정 자체가 수영을 배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가장 폭력적인 방법이라고. 나는 어쩌면 미술 작품들과 공예품들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가장 폭력적이고 확실한 과정을 일 주일을 보내야 했다. 그런 과정이 나에게 무슨 변화를 줄까 했는데 일 년이 지난 오늘 크게 느꼈다. 중앙박물관에서 기획전시가 이뤄..

일상단상 2013.02.11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리얼리티가 아니라 판타지라는 것이다. 다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판타지가 아닌 리얼리티인 것이다. 즉 욕망은 판타지이며, 공감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어떤 대중문화에서의 작품이 성공하는 것은 그것의 리얼리티 때문이라기 보다는 곧 판타지에 달린 문제이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널리 있는 것도 사실 이런 차원에서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흥행과 인기, 유행은 결국 판타지에 걸린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어떻게 자극하느냐가 결국 대중문화에서의 대중성 측면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리얼리티가 우수하다면 그것은 훌륭한 ‘마스터피스’일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대중성에..

일상단상 2012.12.13

iPhone3Gs와 작별하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물건을 잘 간수 못하는 나를 생각해보면 잃어버리지도 않고 잘도 오래 썼다. 앱등이로서의 시작을 알린 제품이 맥북이었다면 iPhone3GS는 본격적으로 애플에 탐닉하게 만들어 주었고 여기에 iPad까지 합쳐지면서 이른바 애플의 시대가 열렸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 위에서 논문도 썼고 많은 일을 했다. 모든 일에서의 일상을 다 iPhone3GS과 iPad, 그리고 맥북이 함께 했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 당당히 한 축을 담당했던 iPhone3GS가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iPhone5를 예약했고 금요일에 받을 예정이며 이미 케이스는 구입하였다. iPhone3GS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iPhone3GS는 내가 의지를 가지고 바꾼 첫 번째 핸드폰..

일상단상 2012.12.05

경제학에서 느낀 '손맛'-다큐프라임 자본주의편을 보고

다큐프라임을 보니 예전에 경제학을 공부하던 생각이 적잖게 난다. 평생 관심이 있던 공부 주제가 정치학이라면, 대학에 와서 가장 재미를 느낀 부분은 경제학이었다. 경제학은 고민하면 고민할 수록 깊이 파고 들어가는 ‘손맛’이 있었다. 정치학은 이와는 좀 달랐다. 정치학의 분과마다 다른 성향은 있었지만 확실히 그 ‘손맛’이 없는 학문 중 하나가 정치학이었다.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논쟁이 재미있고, 정치사상의 세계는 깊고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유발했지만 경제학의 손맛은 없었다. 그래서 경제학의 손맛을 느끼고자 조금 더 파고 들었지만 들면 들수록 애매한 허무함을 느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정치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때때로 하던 학문의 외도에서 원래 하던 ..

일상단상 2012.10.07

이번 학기 강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1. 교재 연구 무슨 강의이건 교재 연구부터 시작하는 게 정석. 주교재-보조교재-참고문헌까지 일단 닥치는 대로 읽고 요약. 강조점 찾고 계속함. 2. 강의에 쓸 PPT 연구 내가 있는 데는 모두 강의에서 PPT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PPT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 PPT는 같은 강의명으로 진행되는 강의와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고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스타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PPT연구가 잘 이뤄져야 한다. 뭐 꼭 필요하니 해야하는 경우. 차라리 내가 PPT나 키노트를 만들어서 쓰는 입장이라면 이 과정이 아마 PPT 제작이 될 듯. 3. 강의록 작성 내 스타일 강의를 녹아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음. 강의를 진행할 전체적인 스크립트를 쓰기 보다는 무슨 내용을 강의할지 간략하게 요약해서 함. 사실..

일상단상 2012.09.13

인상비평에 불과한 마운틴 라이언 후기

마운틴 라이언을 쓰는 중인데 생각보다 훌륭하다. 일단 가볍다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든다. 사자(Lion)보다 퓨마(Mountain Lion)이 가벼운 것은 당연한 일인가? 가볍고 뭔가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윈도우 XP 두 번째 서비스 팩을 보는 느낌이 든다. 단지 이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가 서비스 팩 수준으로 그쳐서는 안 되지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궁극적으로 윈도우의 버전 업그레이드와 OS X의 버전 업그레이드라는 것이 조금은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윈도우 수준의 엄청난 변화는 사실 크게 바라지 않는다. (물론 그런 변화가 있다면 분명 신선할 테지만 말이다.) 일단 최적화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라이언은 변화가 적지 않았지만 뭔가 기능적인 부분이 돌아 갈 때 뭔가 버벅거린 다는 느낌이 조금이..

일상단상 2012.09.11

전주에서의 커피 한잔하기

전주 삼백집에서 문득 오기사님의 일러스트를 보았다. 늘 오기사님의 책을 재밌게 보는 사람으로서 삼백집에서의 일러스트는 뭔가 반가웠다. 동시에 삼백집이 오기사님의 일러스트를 마음껏 우려먹는 다는 느낌도 동시에 들었다. 여기서 전주에서의 미스테리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삼백집 옆에 ‘납작한 슬리퍼’라는 매우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가 있는데, 이 카페의 인테리어와 설계에 혹시 오기사님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백집은 콩나물국밥집으로서 전주에서 맹위를 떨치는 집이지만, 사실 카페 경영 및 카페 디자인의 노하우는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혹시 오기사님이 여기에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전주는 사실 카페 문화가 막 크게 발전한 동네가 아니다. 솔직히 한옥마을 ..

일상단상 2012.09.07

연필로 하는 필기를 싫어함으로서 더 나아가기-목적론적 가치의 남용과 오독에 대한 다짐.

나는 연필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한 연유에는 악필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 나는 흘려 쓰는 악필인데, 이러한 악필로 연필을 쓰면 아무것도 분명하게 써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악필이라는 것이 더 도드라진 다. 실제로 만년필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이런 악필 때문이니, 연필은 거리가 참 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좋은 연필을 받을 때도 아낌 없이 뿌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연필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있다면 연필로 하는 데셍이나 이런 것과도 전혀 친해지지 않았다는 것. 뭐 근데 내가 그런 활동을 얼마나 하겠는가. 혹자는 연필에 사각거리는 감각과 연필을 깎으며 느껴오는 그 감촉이 연필을 쓰게 하는 동력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한 감각과 감촉이 굉장히 사람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일상단상 2012.08.29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개인의 포스팅에 대한 가치판단에 대하여.

최근에 드는 생각인데 확실히 나는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와 같은 류의 sns와는 잘 안 맞는다. 주위 친분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이러한 서비스는 집 뒤 정원 꾸미듯 sns를 다루는 나에게는 사실 뭔가 버겁다. 차라리 트위터가 본인에게 잘 맞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말 쓰고 벽에다 푯말 달 듯이 쓰는 트위터가 주위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것이 주가 되는 페북이나 싸이보다는 더 맞는 듯하다. 사실 본인이 sns를 어떻게 쓰던지 간에 그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게 싫다. 허세를 부리면 어떻고, 비련의 주인공이 되면 무슨 상관인가? 좀 찌질하고 징징되는 것에 무슨 상관인가? 싫으면 싫다고 말하거나 구독 및 친구를 끊으면 되는 것이지……. 당신이 그 사람을 책임 못 지..

일상단상 20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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